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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풀>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중인 조준수, 문성호, 김서영(왼쪽부터)
<토끼풀>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중인 조준수, 문성호, 김서영(왼쪽부터) ⓒ 차종관

[관련기사] "'토끼풀' 백지 발행, 70년대 '동아일보' 백지 발행 참고했죠" https://omn.kr/2fx3t

- 청소년 언론을 또래의 청소년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다고 느끼나요?

문성호: "'왜 학교랑 싸우냐'는 말을 듣기도 해요. 사실 우리가 받는 교육 자체가 본인 의견을 내지 말라고 가르치니까 자연스러운 귀결 같기는 합니다. 'MBC 나오면 좌파 아니냐'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많이 나왔을 정도니까요. 사실 조금 억울하긴 해요. 저희는 우리 모두를 위해 활동을 하는 거기도 하거든요."

- 청소년의 말할 권리가 학교에서 여전히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는 게 씁쓸한데요,

문성호: "아직도 학교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연대를 해주셨는데, 연령대가 10대부터 70대까지 다 있어요. 본인이 학교 다닐 때 했던 경험을 왜 2010년생들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진 분들이 많죠. '1980년대에 학교를 다녔는데 아직도 이런 걸 당하고 있냐'는 말씀이 인상에 많이 남네요.

조준수: "그냥 전반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일을 잘 보장해주진 않는데, 정작 또래 학생들끼리는 '노무현 밈'을 가지고 고인 모독을 하고, 중국인 혐오발언을 하는 게 스스럼없는 분위기가 있어요. 정치가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거리로 전락했달까요. 극우화가 전반적으로 심해지는 느낌이지만 10대 사이에서는 더 심한 것 같아요."

- 청소년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가 극우화 되는 분위기 때문에 위협 받고 있다는 거군요. 학교에 있으면서 직접 겪기로는 어떤가요?

조준수: "청소년에게 극우 사상이 침투하는 데 있어 SNS의 영향이 확실히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치 관련 콘텐츠를 구독하지 않아도 알고리즘이 정치 콘텐츠를 추천해주면 결국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우리 일상 곳곳에 이런 위험들이 깔려 있다는 걸 깨닫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문성호: "요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면 중국인들이 실제로 장기 밀매를 한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학생들도 그걸 믿는 분위기에요. '아무나 따라가지 말고 누가 전단지 줘도 납치될 수 있으니 받지 마라' 이런 얘기뿐만 아니라 중국인을 만났을 때는 이런 춤을 추면서 도망쳐야 한다는 어이없는 얘기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같아요."

-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교의 역할이 클 것 같은데요.

문성호: "학교에서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 교육을 어릴 때부터 해야 하는데, 그런 것보다는 입시 공부 위주고 선생님들도 이런 얘기를 하는 걸 굉장히 꺼리세요. 그냥 정치적인 것은 안 돼 하는 식인 거죠. <토끼풀> 같은 매체도 읽으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받아야 하는데(웃음) 전반적으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을 받을 창구 자체가 없다고 느껴요."

조준수: "그렇게 균형이 기울어져 가다 보니까 그런 세상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익숙해지고 나면 극단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을 봐도 아무 감정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 <토끼풀> 활동을 하면서도 이런 분위기를 많이 느끼시나요?

김서영: "누군가 제 책상에 <토끼풀>을 장난으로 찢어서 올려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근데 저희는 이런 상황이 너무 익숙해서. '좌파 신문' 딱지를 붙이는 건 예삿일도 아니죠."

문성호: "이런 걸 일일이 걸고 넘어지려면 은평구에서만 한 백 명 정도와 상대해야 할지도 몰라요. 2025년 학교에서 <토끼풀> 같은 미디어 활동을 하려면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 청소년이 좀 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목소리 내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세요?

문성호: "학생들의 다양한 언론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교육청이 해당 내용을 명문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에는 이런 게 다 학생 자치 활동인 건데, 학교의 통제가 지금은 너무 심하거든요. 기준은 필요하지만 아예 못하게 하는 일은 사라져야 하지 않나 싶어요."

조준수: "저는 <토끼풀> 활동을 하면서 <한겨레>와 <중앙일보>를 구독해서 읽게 됐는데요. 지금은 종이신문 읽는 게 하나의 취미가 됐어요. 그런데 그걸 친구나 선생님들한테 말하면 놀라더라고요? 요즘 누가 종이 신문을 읽느냐고. 학생이 공부하고 문제집을 푸는 게 당연한데 신문 읽는 걸 본 적이 없으니. (웃음) 결국 정보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 다양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김서영: "사실 제도가 생긴다면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자율적으로 내는 데에 도움은 될 거로 생각하지만, 또래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들은 솔직히 어쩔 수가 없다고 보긴 해요. 처벌이 강해진다고 범죄가 없어지진 않는 것처럼요. 결국,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그런 교육들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인터뷰 중인 김서영, 문성호, 조준수. (왼쪽부터)
인터뷰 중인 김서영, 문성호, 조준수. (왼쪽부터) ⓒ 차종관

청소년의 눈으로 보는 한국 사회, <토끼풀>이 나아갈 길

- 학교 현장은 어떻게 바뀌는 게 좋을까요?

문성호: "학교 내부의 규정인 학칙이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지만, 오히려 그런 사문화된 것들을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시키는 교장, 교감의 보수적인 태도에 문제가 있어요. 공립학교의 경우 교장을 교육청이 임명하다 보니 학생들을 위한 정책을 펼 필요가 딱히 없거든요. 학교 내부에서 학생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교장 교감으로) 뽑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은평구의 이슈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문성호: "이미 많은 분이 알고 계실 테지만, 혁신파크 이슈는 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거기 땅을 판다고 철거를 하고 그러는데, 사실 은평구 주민들은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거든요. 거기에 쇼핑몰 짓는다고 집값이 올라가는 게 아닌데도, 너무 독단적으로 결정했어요. 나중에도 얼마든지 시민들이 쓸 수 있는 공간을 너무 개발주의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조준수: "저는 원거리 통학 문제가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은평구 녹번동에는 중·고등학교가 아예 없어서, 버스를 타고 20~30분 정도 가야 해요. 좀 더 빨리 일어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에요. 이것 때문에 아침 식사를 거르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지난해에 <토끼풀>이 관련 이슈를 취재한 적도 있는데 기후동행카드에 청소년 혜택이 들어가기 전까지 교통비가 꽤 부담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김서영: "연신내 시내 쪽에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구역이 있는데, 거기에 전자담배 가게들이 여러 개가 들어오고 심지어 신분증 없이도 살 수 있는 자판기가 있기도 해요. 학생들이 담배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런 부분들이 좀 더 제대로 규제됐으면 하는데 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토끼풀>에서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조준수: "제가 다뤘던 청소년 자살 이슈를 좀 더 확장해보고 싶어요. 교사들이나 또래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나 설문조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또 1학기 초반에 금요일마다 학교마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교육의 실태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어요. 기후위기, 자살, 화재 예방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데 실효성이 없어요. 그냥 영상 틀어주고 말거든요. 다들 딴 짓하기 바쁘고.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냥 형식적으로 시간을 때우기 바쁜 것 같습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쪽으로 교육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김서영: "어른들이 다루는 거 말고, 우리가 보고 느끼는 사회의 모습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긴 해요. 어른들이 볼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게 분명 있고, 우리 입장에서 써내려 간 사회는 또 다른 모습일 거잖아요. 수행 평가 문제나 고교 학점제 등의 이슈도 좀 더 심층적으로 다뤄보고 싶기도 하고요."

문성호: "원래는 종이 신문 발간하는 것만 해도 빠듯했어요. 한 번 발행하는 데에만 20~30만 원이 필요한데 당시에 계좌 잔고가 10만 원 가량 밖에 없어서 외상으로 인쇄할까 생각할 정도로요. 그런데 이번에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져서 백지 발행을 하고도 여윳돈이 많습니다(웃음). 그래서 유튜브 진출 같이 다른 사업들도 생각하고 있어요.

또, 이 활력을 이어가서 눈치 보지 않고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에 관한 이슈도 적극적으로 다루고 싶고요. 11월 중으로는 이번 신도중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 시민들의 열렬한 연대에 감사를 표하는 특집을 구상하는 중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https://brunch.co.kr/@coolboy95)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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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풀#학생언론#문성호#조준수#김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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