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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https://omn.kr/2fx2w)에서 이어집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성폭행이 일어난 장애인거주 시설이 여전히 A등급을 받을 수 있고, 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 제도가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서류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행정기관의 입장은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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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기준상 수사 중인 사건은 감점 사유가 아닙니다."

이 한 문장이 모든 것을 설명했다. A등급은 안전이나 인권의 보증서가 아니라 제도적 방패 막이로 작동하고 있었다.

점수로 운영되는 복지

보건복지부의 2025년도 장애인거주시설 평가 지표(수정본, 5.19) 를 보면 총점 100점 중 인권보장 및 학대예방 영역의 비중은 단 15점이다.

 보건복지부의 2025년도 장애인거주시설 평가지표
보건복지부의 2025년도 장애인거주시설 평가지표 ⓒ 변상철

세부 항목을 뜯어보면 인권 관련 점수는 '교육 실시'와 '지킴이단 존재'로 대부분 채워진다. 피해 사건이 발생해도, 교육이 열리고 서류가 정리되어 있다면 점수를 잃지 않는다. 감점 항목은 없다.

 시설평가 항목 비중. 인권 부분이 "0"점이어도 다른 부분의 평가로 "A" 등급이 가능하다
시설평가 항목 비중. 인권 부분이 "0"점이어도 다른 부분의 평가로 "A" 등급이 가능하다 ⓒ 변상철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복지사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현장 평가 때 서류가 깔끔하고 기록이 잘 되어 있으면 대부분 높은 점수를 줍니다. 거주인 인터뷰는 형식적이에요. 문제를 제기해도 반영할 수 있는 칸이 없어요."

실제 평가표에는 '사건 발생 시 자동 감점' 조항이 없다. '재발 방지 계획이 수립되었는가'만 확인할 뿐이다. 결국, 폭력이 일어난 시설도 '문서 관리가 잘 되면 우수시설'로 남는다.

등급이 곧 생존

시설의 등급은 단순한 명예가 아니다. A등급은 정부 보조금, 위탁사업, 입소자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지자체는 보조금 배분 시 A·B 등급을 기준으로 차등 지원하고, 후원금 모집에도 '우수시설 인증'이 큰 역할을 한다.

앞서 말한 사회복지사는 인증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인권보다 점수가 중요합니다. 점수가 떨어지면 후원이 끊기고 인력도 못 뽑아요. 그래서 서류는 철저히 하지만 사건은 숨기죠."

이 구조 속에서 인권은 점점 뒷전으로 밀린다. '평가 통과'가 목적이 된 제도는 결국 인권침해를 덮는 시스템으로 전락한다.

학대·폭력 사건, 평가표엔 없다

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시설 학대 사건은 '지자체 행정 조치' 대상이지 평가 점수 조정 항목이 아니다. 즉, 한쪽 손은 폭력을 조사하면서 다른 손은 '우수 시설'로 도장을 찍는다.

실제 사례를 보면, 앞서 말한 2022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시설은 지속적으로 A등급을 유지 중이다. 이와 유사한 경기도 내 사례는 더 있다.

"폭력은 개별 사건이고 평가는 행정 성과라는 논리, 이것이 복지부 제도의 구조적 허점입니다."
- 서미화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류 속 복지는 복지가 아니다

복지는 서류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의 안전, 존엄, 권리를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제도는 거꾸로다. 인권은 15점짜리 항목이고, 그조차도 '교육 사진'으로 증명된다. 사건이 터져도 등급은 변하지 않는다.

복지부의 평가제도는 폭력의 결과를 가리기 위한 가장 세련된 가림막이 되었다.

- 3편(https://omn.kr/2fx2z)에서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변상철씨는 공익법률지원단체 '파이팅챈스' 국장입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노동자, 환경, 군사망사건 등의 인권침해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 그룹입니다.


#파이팅챈스#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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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뒷이야기 : 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 백브리핑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억울한 이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Fighting chance'라고 하는 공익법률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문두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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