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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언론 <토끼풀>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서였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언론 활동을 막아서 논란이 됐다' 정도로 간단히 요약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이지만, 그 논란에 대처하는 <토끼풀>의 방식과 태도는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청소년의 권리가 보장받지 못하는 일은 여전히 비일비재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문제를 공론화하는 방식과 다양한 주체들과 연대하는 모습은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런데 그들은 어디서 뚝 떨어진 게 아니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활동을 해왔고, 12.3 불법 계엄 사태 때도 '호외'를 내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에도 글을 계속 싣고 있었다는 걸 이번 검열 사태 때 새롭게 알게 됐다. 문성호 편집장은 오래전부터 코딩과 개발을 하면서 '테크 블로그'를 운영해왔고, 김서영 문화부장과 조준수 부편집장은 이전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다. 두 사람도 <토끼풀>에 기자로 합류했다가 이제는 각각 문화부장과 부편집장을 맡고 있는 중이다.

과연 이들은 누구인가. 어떻게 하면 이렇게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나. 신도중학교의 <토끼풀> 검열 사건 뿐만 아니라 이 매체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더 들어보고 싶어졌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은평구의 한 카페에서 문성호 편집장, 김서영 문화부장, 조준수 기자 겸 부편집장을 만나서 인터뷰했다.

다음은 세 사람과의 일문일답.

청소년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인터뷰 중인 김서영 문화부장, 문성호 편집장, 조준수 부편집장(왼쪽부터)
인터뷰 중인 김서영 문화부장, 문성호 편집장, 조준수 부편집장(왼쪽부터) ⓒ 차종관

- 처음에 <토끼풀>을 만들 때가 기억나시는지.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해서 합류하게 됐나요.

문성호: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그냥 학교 소식을 다뤄보고 싶었어요. 학교 안에서 일어난 이슈들에 의구심을 가지고 취재해봤던 게 계기였어요. 그러다가 학교 복도에서 호객 행위로 15명 정도 모았던 게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볼 수 있죠."

김서영: "성호 선배가 방송부 직속 선배라서 같이 하자고 꼬드겨서 그냥 친구들이랑 같이 하게 됐죠(웃음)."

조준수: "친구가 <토끼풀>이라는 언론이 있는데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지원한 게 시작이었어요. 기사를 쓰면서 기자로 활동한다는 것에 흥미가 생겨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 처음 <토끼풀>을 만들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문성호: "공식적으로 등록해서 만드는 자율 동아리로 시작을 했었어요. 원래 '토끼풀 타임즈'라고 학교 신문부에서 발행하는 거였는데 토끼풀이라는 이름을 갖고 따로 나온 거죠. 학교의 간섭이 너무 심했어요."

- 신문을 운영하는 방식도 궁금합니다.

문성호: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발행을 하는 편인데, 발행 한 달에서 3주 전에 부서별로 기사를 써요. 기자들이 발제한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개입하진 않고 있어요. 그렇게 부장들이 작성된 기사를 편집하고 편집장인 저한테 넘겨요. 최종 편집을 한 뒤에 제가 조판도 어도비 인디자인(InDesign)으로 직접 해서 내보내고 있어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웃음). 만날 환경이 안 돼서 회의는 주로 메신저로 합니다."

- <토끼풀>이 기존 미디어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뭘까요?

김서영: "학생들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 특별한 것 같아요.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보지 못하는 학교나 사회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어요. 특히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기후동행카드에 청소년 혜택이 없다는 보도가 대표적인 예시예요. 최근까지만 해도 청소년은 성인 요금을 내고 기후동행카드를 썼어야 했는데요. 이전까지는 언급이 되지 않았던 문제인데 <토끼풀>에서 그 기사가 나온 뒤에 최근부터 기후동행카드에 청소년 혜택이 들어갔습니다."

조준수: "학생들만이 만들어가는 신문이다 보니 어른들의 간섭이 아예 없다는 게 장점이에요. 주제를 정하는 것도 학생들이니까 아이디어가 날 때마다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있는 점이 기존 미디어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최근에 청소년 자살에 대한 기사를 썼는데요, 워낙 한국의 자살률이 높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청소년 자살은 잘 이슈화가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쓰게 됐습니다."

문성호 "저는 네팔의 Z세대나 독일 국회의원 인터뷰가 기억에 남네요. 네팔 현지의 활동가 인터뷰는 저희가 국내 언론 중에는 처음이거든요. 대부분 외신을 인용하거나 국내에 유학 중인 네팔 청년들 위주로 인터뷰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토끼풀>은 인스타그램 DM으로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인터뷰를 성사시켰죠. 이게 굉장히 자랑스러운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 네팔과 독일의 활동가들이나 국내 정치인 인터뷰도 활발하게 하고, 정보공개청구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죠. 토끼풀의 활동 방식에 영향을 준 것이 있나요?

문성호: "누가 딱히 영향을 줬거나 알려준 건 없고, 그냥 제 성격상 문제라고 판단되는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크게 벌여서 해결하려는 측면이 있긴 해요. 신도중 사건도 사실 저희가 적극적으로 알린 게 아니라 알아서 오셔서 다들 취재를 해 가신 거예요. 정보공개청구도 인터넷 찾아보면 하는 방법 나와 있으니까, 그렇게 수소문해가면서 활동하는 것 같아요."

부당한 간섭에 저항하는 청소년 언론

 <토끼풀> 종이신문. 백지발행판과 기후동행카드 보도
<토끼풀> 종이신문. 백지발행판과 기후동행카드 보도 ⓒ 차종관

- 최근 있었던 신도중학교의 <토끼풀> 검열 사건의 여파가 꽤 커진 것 같습니다.

문성호: "그런데 신도중에서만 막힌 게 아니라 여러 학교에서 이미 배포를 못하게 막고 있어요. 그렇게 늘 금지하니까 저희한테는 딱히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신도중 사건도 처음에는 크게 공론화가 되지 못할 것 같아서 걱정하긴 했어요. 배포하는 3개 학교 중에 신도중은 막혔고 2개 학교도 제가 몰래 뿌리는 중입니다."

- 이렇게 유명해진 상황에서 배포를 어떻게 몰래 할 수가 있죠?

문성호: "사실 교장 선생님들이 이런 일들을 잘 모르십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 밑으로는 다 저희를 지지해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주로 <오마이뉴스>나 <한겨레신문>, MBC 등에서 <토끼풀> 얘기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그 매체들을 잘 안 보시거든요(웃음)."

- 이번 일을 각자 개인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문성호: "원래 저희가 하려고 했던 건,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서 다른 학교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자, 그리고 학교 문화 전체를 바꿔보자는 거였어요. 신도중을 난장판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전혀 아니었거든요. 결국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규정 자체를 만들어야 하는 사안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런 규정이 생기면 저희 후배들한테도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요. 일종의 학교 민주화죠."

김서영: "앞서 말한 것처럼 배포 금지나 검열 같은 사례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어요. 그런데 신도중 건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공론화가 된 건, 결국 대화 시도 자체가 먹히지 않은 탓이 크다고 생각해요. 학교 입장에서도 저희와 소통을 하면 되는데, 그런 여지조차 차단하니까 일이 더 커진 거죠."

- 신도중학교는 왜 <토끼풀> 배포를 금지하고 압수하는 행위를 했다고 생각하세요?

문성호: "저도 이유를 알고 싶어서 정보공개청구를 두 번이나 했는데 답변을 제대로 하질 않았어요. 그냥 교육활동 위반이라고만 적혀 있었죠. 근데 국회 쪽에 제출한 자료를 보니까 과거에 일종의 '폭력 써클'이 있었고 거기서 학생들끼리 비방하는 유인물을 인쇄해서 배포한 적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걸 가지고 저희한테도 '너희도 이거랑 비슷한 거 아니냐'고 추궁을 한 거죠.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거예요."

- 트위터에서는 <토끼풀>의 백지발행이 꽤 화제였습니다. 이렇게 뜨거워질지 예상했나요.

김서영: "저는 백지 발행한다고 했을 때 성호 선배가 또 잠깐 화나서 저러나 싶었어요(웃음). 하고 나서도 언론까지 확장이 될 줄은 몰랐죠. 선배는 예상하고 시작을 했더라고요."

문성호: "부당한 간섭을 이전에도 여러 번 겪다 보니, 언젠가는 백지 발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1970년대 <동아일보>나 2021년 <은평시민신문>의 백지 발행 사례를 참고한 거예요. 조그맣게 준비하면 신도중학교에 있는 <토끼풀> 기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준비를 많이 했죠. 크게 터뜨려서 절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조준수: "MBC 뉴스에 제 얼굴이 나오고 다음 날 학교 친구들이 다 알아보는 걸 보고 당황했어요(웃음). 만날 때마다 뉴스 얘기를 하고. 잘못한 거 있냐고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길래 사실 맞다고 했습니다."

[관련기사] "10대들, 중국인 만나면 춤추며 도망치라는 황당한 얘기도..." https://omn.kr/2fx31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https://brunch.co.kr/@coolboy95)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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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언론#토끼풀#문성호#김서영#조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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