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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서관 내부
경기도서관내부 ⓒ 최온유

서울도서관을 방문할 때마다 언젠가 경기도에도 그런 큰 도서관이 생기길 바랐다. 나의 바람을 하늘이 들은 걸까. 지난 10월 25일, 마침내 경기도에도 서울도서관처럼 큰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바로 '경기도서관'이다.

10월 31일과 11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서관을 방문했다. 경기도서관은 총사업비 1227억 원이 투입됐으며, 연 면적 2만 7795㎡으로 전국 공공도서관 가운데 최대 규모다.

현재 장서는 총 34만 4216권으로, 이 중 도서가 14만 8181권, 전자책이 19만 6035권이다. 경기도는 향후 5년 내 도서 25만 권, 전자책 30만 권 등 최대 55만 권까지 장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책을 사랑하는 경기도민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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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을 단지 '책이 많은 도서관'으로만 생각했다면, 그 매력을 다 보지 못한 셈이다. 경기도서관은 단순한 도서 보관 공간을 넘어, '복합·문화 공간'을 넘어선 '지식·창작 융복합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1층부터 5층까지는 각 층별로 '창의–연결–포용–지혜–지속 가능–성장'이라는 여섯 가지 키워드를 담고 있다. 층마다 저마다의 색과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이제 층별로 어떤 특징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지하1층 매거진 클립존
지하1층 매거진클립존 ⓒ 최온유

지하1층 - 창의의 공간

현재 경기도서관 지하 1층 S1에는 '매거진 클립존'이라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는 잡지를 자유롭게 읽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이하게 '잡지 창간호'들이 서가에 배치되어 있다. 설명이 정말 재미있다. 창간호에는 늘 시행착오를 겪는 미완의 기세와 '처음의 과감함'이 담겨 있다며, 경기도서관의 첫 개관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실제로 경기도서관은 10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시범 운영중이며, 운영 후 설문조사를 통해 다양한 개선 사항을 반영할 계획이다. 왠지 이 '매거진 클립존'에 대한 설명이 경기도서관이 겪을 시행착오를 미리 예측한 듯한 느낌을 준다.

S2공간에서는 10월 25일부터 12월 14일까지 '깃털과 이끼'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 전시는 일곱 명의 그림책 작가가 참여해, 자연에 대한 경고와 성찰을 그림으로 풀어낸 전시다.

이 공간의 안쪽 R2로 가면 'AI스튜디오'라는 전국 도서관 가운데 최초로 조성된 'AI 창작 공간'이 나오는데, 이곳은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8개의 유료 생성형 인공지능(AI) 도구와 포토샵 등을 활용해 디지털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비싼 유료 인공지능 사용료가 부담돼서, 컴퓨터 사양이 부족해서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던 도민들, 특히 창작자들에게 유용한 공간이다.

그 외에도 지하 1층에는 비슷한 성격의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도서관을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에서 벗어나, 디지털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지하 1층에서 창의와 실험을 경험했다면, 이제 1층에서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과 연결의 공간을 만나볼 차례다.

1층 업사이클 전시
1층 업사이클전시 ⓒ 최온유

1층 - 연결 융합 공간

1층에는 소통과 만남, 연결을 주제로 한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도서관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문학 도서는 접근이 쉽도록 1층 S5 '북 라운지'에 비치되어 있으며, 이곳에서는 업사이클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S6 공간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S4 청년 카페도 마련돼 있다. 청년 카페는 전국 최초로 공공도서관에서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카페로 운영되며, 공모를 통해 20대 사업자가 선정됐다.

이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젝트와 체험이 가능한 '복합·문화' 공간임을 지하 1층과 1층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히 '복합·문화 공간' 이상의 의미를 담고자 하는 듯하다. 다음으로 2층을 살펴보자.

2층 세계친구 책마을
2층 세계친구책마을 ⓒ 최온유

2층 - 포용의 공간

2층 S의 '포용의 공간'은 어린이, 청소년, 다문화가정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세계친구책마을'에서는 영어, 스페인, 프랑스, 베트남 등 22개 언어로 제작된 다양한 책을 비치해 도서관을 찾아온 외국인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처음 개관해서 그런가, '세계친구책마을'에는 책이 많이 없고 아직 공사중이다. 이후에는 더 다양한 책이 들어오고 어린이를 위한 책 읽어주는 AI 서비스도 운영할 예정이라 하니 기대가 된다. 이는 기존 도서관과 달리,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는 포부를 보여준다.

다음은 모든 주제 분야 자료가 집약된 경기도서관 지식정보의 중심 공간인 3층과 4층을 만나보자.

3층 아트북 라운지
3층 아트북라운지 ⓒ 최온유

3층 – 지혜의 공간

필자가 경기도서관에서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층은 바로 3층이었다. 3층 S1에는 '아트북 라운지'라는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는 일반 도서관에서는 보기 힘든 거대한 아트북들이 많다. 책이 너무 커서 집으로 빌려갈 수는 없지만, 도서관 안에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아트북 라운지에는 편안한 소파가 마련되어 있어 책을 읽기 좋으며, 중앙에는 경기도서관 내부를 그린 그림이 전시되어 있어 공간에 특별한 분위기를 더한다.

이곳에서 안쪽 S2로 가면 마치 미로 같은 공간이 나오는데, 바로 '인문 라운지A'다. 이곳은 사회과학과 역사분야의 책을 주로 다룬 공간으로 3층 주제인 '지혜'에 가장 가까운 곳이다.

S2에서 밖으로 나가면 '천권으로(路)'에 선정된 어린이, 일반 도서 2800여 권을 캠핑존 같은 분위기에서 가족과 함께 편하게 열람해 볼 수 있다.

그 다음에는 3층과 4층을 연결하는 언덕길이 나온다. 마치 숲속 정원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길의 이름은 '경기 책길'이다. 경기 책길 옆에는 관계와 공존의 여정을 주제로 청소년 도서, 여행, 예술 분야 등 세대를 잇는 책들과 K-푸드, K-컬처 등 세계 속 한국의 맛과 멋을 느껴볼 수 있다.

이때부터 다양한 창작을 지원해주는 곳인 만큼 특이한 책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마 이게 경기도서관의 가장 큰 '개성'이 아닐까 싶다.

4층 이끼 연구소
4층 이끼연구소 ⓒ 최온유

4층 – 지속가능한 공간

3층 '경기 책길'을 걸어 4층에 도착하면, '지속 가능'이라는 키워드에 맞춘 다양한 기후 관련 체험과 책들을 접할 수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이끼 연구소' 전시가 진행 중이며, 전시를 관람하면 마치 내가 '이끼 학자'가 된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중앙에는 기후 관련 서적만을 모아 만든 전문 코너 S1 '지구를 지키는 책들'이 있으며, 국내 유일의 기후 자료 분류법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큐레이션했다. 4층 한 편에 마련된 R1 '기후환경공방'에서는 병뚜껑을 활용해 직접 업사이클 물건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또한, 안쪽 S2로 들어가면 앞선 3층과 마찬가지로 인문 라운지 B가 있다. 이곳은 3층과는 달리 총류, 철학, 종교, 자연과학, 기술과학, 언어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다루는 공간이다.

이처럼 다양한 체험과 학습, 큐레이션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4층은 '탄소 중립 도서관'이라는 경기도서관의 비전과 가장 잘 맞는 층이라 할 수 있다.

5층 청년기회 스튜디오 작가 명단
5층 청년기회 스튜디오작가 명단 ⓒ 최온유

5층 – 성장의 공간

아직 외부인들에게는 잘 공개되지 않은 공간이다. 이곳에 마련된 R1 '청년기회 스튜디오'에서는 미디어아트, 웹툰, 애니메이션, 웹 디자인 등 디지털 콘텐츠를 창작하는 경기 청년 4명을 선발해 8개월간 작업실을 제공한다.

청년 작가들은 개인 작업 공간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며, 멘토링과 다양한 공개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 경험을 지역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경기도는 전문가 1:1 피드백을 제공해 이들의 창작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영애씨는 이전에 의정부 미술도서관과 의정부 음악도서관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기획했으며, 현재까지 8기 이상을 운영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음악'이나 '미술'이 아닌,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청년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새롭게 기획했다.

지하 1층 'AI스튜디오'와 주변 공간도 모두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맞춰 설계되어 있었다. 이를 보며, 새 도서관이 단순한 문화 공간을 넘어 콘텐츠 창작의 중심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금껏 나는 '서울도서관'을 방문할 때마다 '경기도에도 이런 도서관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더 큰 도서관이 생겼고,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지식·창작 융복합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려 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첫 시범운영 중이라 홈페이지 이용이 불편하거나, 출구 표시가 잘 보이지 않는 주차장 등 아쉬움이 있다. 또한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보여주려다 보니 다소 '과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하 1층 '매거진 클립존'의 설명처럼,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해 나간다면, 미래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도서관'답게 막강한 자원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한 공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화이팅


#경기도서관#창작플랫폼#디지털콘텐츠#탄소중립도서관#경기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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