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 조합원들은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해 하루 하루 싸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홈플러스를 살리고자하는 지역 시민, 농민, 입점 업주들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입니다.

▲홈플러스 살리기 범국민 서명운동11월3일까지 시민 185,096명이 참여하고 있다. ⓒ 안수용
이번 편에서는 홈플러스의 상품 배송을 담당해온 한 배송기사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는 "우리는 홈플러스의 일원으로 일했지만, 누구도 우리의 고용을 책임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홈플러스에서 일하려면, 개인사업자를 내야 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홈플러스 배송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민수(가명)씨는 인터뷰 내내 손을 꽉 쥐었다. "홈플러스의 유니폼을 입고, 홈플러스 로고가 붙은 차량을 몰았지만, 우리는 직원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일을 시작하기 위해 개인사업자를 등록하고, 차량을 구입해야 했다.
"적게는 2천만 원에서 많게는 3천만 원이 넘는 빚을 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부담스러운 조건이었지만, 그래도 홈플러스라는 큰 회사에서 일하면 안정적일 거라 믿었어요."
"우리는 매일 수십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막상 현장에 들어와 보니 현실은 달랐다. "중량물 제한이 없어요. 세제, 생수, 쌀, 가전제품까지 다 직접 나릅니다. 수십 계단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하죠." 배송 차량의 유지비도 온전히 기사 개인의 몫이다.
"기름값, 보험료, 수리비, 심지어 세차비까지 전부 저희 부담이에요. 회사는 아무 지원도 하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개인사업자'라 수입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 남는 건 많지 않다고 했다.
"지입료, 유류비, 보험료, 차량 정비비를 다 빼면 남는 건 평범한 직장인 급여 수준이에요. 몸은 상하고, 수입은 줄고, 휴식은 없습니다."
"그래도 버텼습니다, 이 일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요"
김씨는 지난 8년 동안 홈플러스와 함께했다. "투자한 돈이 너무 커서 쉽게 그만둘 수 없어요. 또 나이가 들면 다른 일을 구하기도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다들 참고 버팁니다."
"홈플러스는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든 곳이에요. 그래서 더 억울합니다."
그는 자신처럼 5년, 10년 넘게 일해 온 기사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살리기 범국민 서명운동홈플러스 살리기 정부가 나서라 서명에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 안수용
"안산고잔점 폐점 통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러던 중, 홈플러스가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면서 감차와 폐점이 시작됐다.
"안산고잔점이 폐점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고용 보장 얘기는 없었습니다." 홈플러스 측은 "시화점 13명, 서수원점 12명 인원 이동을 하라"고 통보했지만, 그 이후의 절차는 혼란스러웠다는 게 민수씨의 주장이다.
"홈플러스 본사는 '우리는 하청업체 일에는 관여할 수 없다' 하고, 우리와 직접 계약한 물류사는 홈플러스 뒤로 숨었어요.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단지 일하고 싶을 뿐이에요. 홈플러스라는 이름 아래에서, 묵묵히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홈플러스도, 물류사도, 정부도 아무도 우리를 책임지지 않습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이제 누구에게 호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책임이 없다고 하고, 물류사는 모른 척하고, 정부는 침묵합니다. 그 사이에서 저희는 하루하루 불안 속에 살고 있어요."
그는 간절히 말했다.
"우리는 홈플러스의 이름을 걸고 일했습니다. 빚을 내서 일했고, 지금은 불안 속에 삽니다. 제발 우리를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홈플러스 배송기사들의 현실은 '자영업자'의 탈을 쓴 노동이었다. 그들은 홈플러스의 물류망을 지탱하는 숨은 일꾼이지만, 정작 위기 앞에서는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싸움은 단지 일자리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싸움이다. 절벽 끝에 선 홈플러스 노동자들처럼, 오늘도 배송기사들은 투쟁으로 '새 길'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