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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제겐 밥도둑으로 두부 넣고 가을 냉이로 끓인 된장국보다는 못한 것 같습니다. 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이틀은 농촌에서 규모가 작은 밭을 일구는 오도이촌(五都二村)의 삶을 사는 저로서는 가을 야구보다 더 기다려지는 게 '가을 냉이'입니다.

▲싱싱한 가을 냉이푸른 잎과 하얀 뿌리가 튼실함을 자랑하는 가을 냉이를 주말농장 텃밭에서 캐 된장국을 끓이기 전에 도마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 신정섭
냉이는 봄에 먹는 나물이라고만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벼를 수확하는 시월 하순 또는 십일월 초순 무렵 밭 여기저기에 가을 냉이가 돋아납니다. 가을 냉이는 "딸이 아홉인 집이라야 맛볼 수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벼 베기, 들깨 털기, 마늘 심기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에 한가롭게 냉이를 캘 틈이 없으니 생겨난 말입니다.
지난 주말 농막 주변 텃밭에서 가을 냉이를 캤습니다. 흙을 털고 깨끗이 씻어 도마 위에 올려놓으니 왠지 제가 요리사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오늘 저녁엔 두부 한 모 사다가 가을 냉이 넣고 된장국을 끓여야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조미료 대신 구름 한 스푼 넣고 뜨끈뜨끈하게 끓여낸 된장국,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돌지 않나요? 맛이 기가 막힙니다.
가을 냉이의 부드러운 단맛
냉이를 부르는 이름은 수십 가지로 알려져 있는데, <동의보감>에서는 '제채(薺菜)' 또는 '나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간기(肝氣)를 잘 통하게 하고, 속을 조화롭게 하며, 오장을 잘 통하게 한다."라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삶아서 죽을 쑤어 먹으면 혈을 끌고 간으로 들어가 눈을 밝게 한다"라고도 나와 있습니다.
숙취 해소와 성인병 예방, 면역력 증강 등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냉이를 가을에도 맛볼 수 있다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가을 냉이는 봄 냉이에 비해 더 달게 느껴집니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데요. 가을에는 밤낮의 일교차가 크고 기온이 점차 떨어져 식물이 당을 에너지 저장물질로 축적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즉, 냉이 뿌리와 잎에 당분이 상대적으로 많이 축적되어 맛이 달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가을 냉이로 된장국을 끓여 먹어 보니 부드러운 단맛이 일품입니다. 냉이된장국은 워낙 요리가 쉬워 레시피를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지요. 다만, 맑고 담백한 맛을 선호하면 미소 된장을 사용하고, 얼큰한 맛을 좋아하면 전통 된장에 고추장을 더하거나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도 됩니다. 두부는 꼭 넣는 걸 추천하고요. 무는 시원한 맛을 더하니 넣으면 좋죠. 묵은지와 삼겹살을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고요.

▲벼 수확이 끝난 들녘벼바심이 끝난 충남 부여군 세도면 화수리 들녘에 구름이 평화롭게 지나고 있습니다. ⓒ 신정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