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가 특용작물 재배를 위해 임대한 농지 지표면 5cm 아래에 매립된 폐기물을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해 본 결과, 콘크리트와 아스콘 등 잘게 부서진 조각들이 눈에 띄었다. ⓒ 김남권
서울고등검찰청은 사업장폐기물이 불법 매립된 토지를 농지로 속여 임대(사기 및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한 사건의 항고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정상 농지라고 준공검사를 해준 강릉시의 농지부실 행정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고등검찰청 춘천지부는 지난달 24일 삼순이농업회사법인(이하 농업법인) 대표 A씨가 토지 소유주 B씨를 상대로 한 폐기물관리법 위반 및 사기죄 혐의 사건 항고에 대해 재수사 결정을 내렸다.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의 재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농업법인 대표 A씨는 갯방풍 등 특구작물 경작을 위해 임대한 농지에 사업장폐기물이 매립된 사실을 파악하고, 토지 소유주 B씨와 매립을 도운 덤프트럭과 굴착기 기사 등을 '사기 및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강릉경찰서에 고소했다. B씨가 임대할 당시 농지 원상복구가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폐기물 매립 사실 또한 알리지 않은 채 농지임대차 계약을 하고 3년간 임대료 1620만 원을 편취했다는 혐의다.
이번 농지불법 매립 논란은 강릉시의 부실행정이 배경이 됐다.
지난 2022년 5월 농촌융복합산업 6차 인증 절차를 진행하던 농업법인 대표 A씨는 갯방풍 등 특구작물 경작하기 위해 토지주 B씨의 임대 수탁자인 한국농어촌공사와 5년간 농지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해당 토지는, 폐기물처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토지주 B씨가, 2년여간 건설 적재장으로 용도변경해 사용하던 농지를 매립해, 강릉시로부터 농지 원상복구 준공 검사를 받은 뒤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한 상태였다. 농지법에는 자경하지 않는 농지의 개인 간 임대차 거래가 금지되어있고, 농어촌공사와 임대수탁 계약을 통해 임대가 가능하다.
농지를 임대한 A씨는 작물경작을 위해 땅을 파는 과정에서 해당 농지 지표면 아래에 콘크리트 등 잘게부순(순환골재, 순환토사) 폐기물들이 대거 매립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폐기물들은 굴착기를 동원해 파야할 정도로 딱딱하게 굳어있어 배수가 되지 않는 등 특용작물 재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토지 오염도 검사 결과, 농지에는 지표면으로부터 1미터 이내에 사용할 수 없는 순환토사가 불법 매립된 것으로 밝혀졌다. 농지법에는 순환골재나 토사를 사용하는 경우 지표면으로부터 1m 이내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

▲A씨가 특용작물 재배를 위해 임대한 농지 지표면 아래에 콘크리트와 아스콘 등 잘게 부서진 폐기물들이 매립되어 있는 모습. 폐기물 위에 50cm 정도의 마사토가 덮여있는 것이 보인다. ⓒ 김남권
이 후 A씨는 토지주 B씨와 계약을 맺은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준공 검사를 승인한 강릉시에 문제를 제기했다.
강릉시가 B씨 농지원상복구 승인 과정에서, 이런 사실(불법매립)도 확인하지 않은 채 준공검사를 해줬고, B씨는 이를 근거로 한국농어촌공사에 농지임대차 위탁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해당 사실을 확인한 한국농어촌공사와 강릉시는 2024년 5월 토지주 B씨에게 '성토기준 부적합'에 따른 '불법농지 원상회복 명령서'를 2차례 발송했다.
하지만 토지주 B씨와, 한국농어촌공사, 강릉시는 농지 매립 기준(지표면 1m 이내)에는 맞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매립에 사용 가능한 순환토사이기 때문에 추가 복토를 해주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반면 A씨는 당시 토지 복구조차 되지않아 농지로 임대할 수 없음에도 임대차계약을 했다는 점과 A씨가 특용작물 재배를 목적으로 임대하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폐기물이 매립된 토지를 임대해 손해를 입혔다고 맞섰다.
이후 A씨는 토지주 B씨를 사기 및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강릉경찰서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불송치 결정(혐의없음-증거불충분)을 내렸다. 해당 토지에 매립된 것은 법적으로 재사용 가능한 순환골재이고, 토양분석 결과 역시 중금속 기준치에 많이 못 미쳐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그동안 문제가 없다는 강릉시와 토지주 B씨의 주장과 일치한다.
해당 사건은 '이의신청'을 통해 검찰로 넘어갔지만, 검찰 역시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불기소처분을 내렸고, A씨는 항고서를 제출했다.
A씨는 "지역 카르텔이 너무 강해서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 재수사 결과가 받아들여져서 무척 다행스럽다"라면서 "이번 재수사에서는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수사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