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 안현주
검찰이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에 대한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상고를 포기했다.
검찰 상고 포기로 이 사건 부녀에 대한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서, 부녀는 2009년 사건 발생 직후부터 15년 이상 씌워졌던 누명을 온전히 벗게 됐다.
검찰은 4일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에 대한 광주고등법원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재판부 판단을 수용해, 상고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상고 포기' 관련 대검찰청 문자 공지를 내고 "당시 검찰 수사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재심) 재판부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면서 재심 재판부가 지적한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아래와 같이 열거했다.
①객관적 증거 없이 피고인들에게 자백을 유도하고, ② 자백 진술을 받을 당시 진술거부권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으며, ③ 합리적 이유 없이 수갑과 포승으로 피고인들을 결박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등 피고인들에게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에서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적법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할 검찰이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던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은 "오랜기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피고인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검찰은 향후 피고인들에 대한 보상절차 및 명예회복 조치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논의 중인 검찰개혁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범죄 피해자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형사절차 개선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2009년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과 관련해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백아무개(74)씨 부녀가 28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 10. 28 ⓒ 김형호

▲박준영 변호사가 3일 오후 광주고등법원에서 사건발생 15년 만에 열린 일명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재심 첫 공판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 12. 3 ⓒ 김형호
광주고법 재심 재판부, 지난 10월 무죄 선고
"검찰 위법 수사에 범죄 증명도 없다" 판시
앞서 지난달 28일 광주고등법원 형사 2부(재판장 이의영)는 이 사건 재심 선고 기일을 열고 백아무개(74)씨와 딸(40)의 살인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맹 또는 경계성 지능인인 부녀 측이 주장한 '검찰 수사의 위법성'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한 이 사건 1심 판단을 유지하고, 검찰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행 자백이 담긴 부녀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부친 자술서 등 핵심 증거가 형사소송법 절차에서 어긋난 채로 확보돼 증거로 활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검찰이 부녀의 막걸리 구입 사실 등 기본적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조차 하지 못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이 사건은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 황전면에서 발생했다. 백씨의 아내인 A (당시 59세)씨가 집에서 가져온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A 씨 등 2명이 숨지고 주민 2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이 다수 용의자를 염두에 두고 조사하던 중, 딸 백씨 관련 별개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부녀가 공모한 살인 사건'이라고 판단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가 시작됐다. 곧이어 검찰은 백씨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다 A 씨에게 발각돼 살인을 저질렀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1부(재판장 홍준호)는 2010년 2월 부녀의 살인 관련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핵심 증거인 부녀의 자백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광주고법 형사 1부(재판장 이창한)는 2011년 11월 원심을 깨고 백씨에게 무기징역, 딸에겐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능환)는 2012년 3월 부녀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부녀는 박준영 변호사를 선임, 2022년 1월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차량 관련 CCTV 영상 증거의 신규성'이 인정되고, '검사의 직권남용(강압 수사)' 또한 인정된다며 지난해 1월 재심 개시 결정과 함께 부녀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결정하고 석방 조치했다. 구속 수사와 1심 무죄 판결 등을 거쳐 대법 확정 판결 이후 부녀가 교도소에서 수감된 기간은 약 13년이다.
■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일지
[2009년]
▲ 7월 6일 = 전남 순천 황전면에서 사건 발생.
주민 4명 청산가리 섞인 막걸리를 마시고 2명 사망·2명 중상.
▲ 8월 24일 = 광주지검 순천지청(지청장 차동언), 사망자 중 1명의 친딸 존속살해 등 혐의 체포.
▲ 8월 25일 = 검찰, 동일한 사망자의 남편도 살인 등 혐의로 체포.
▲ 9월 11일 = 검찰, 부녀 기소.
[2010년]
▲ 2월 18일 = 광주지법 순천지원(1심 재판장 홍준호), 부녀 무죄 선고.
▲ 2월 24일 = 검찰, 항소.
[2011년]
▲ 11월 10일 = 광주고법(2심 재판장 이창한), 원심 파기.
부친 무기징역, 딸 징역 20년 선고.
▲ 11월 16일 = 부녀, 상고.
[2012년]
▲ 3월 15일 =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능환), 상고 기각 (2심 확정).
[2022년]
▲ 1월 10일 = 부녀, 재심 청구. 변호인 박준영
[2024년]
▲ 1월 4일 = 광주고법, 재심 개시 결정. 부녀 형집행정지, 석방.
▲ 1월 11일 = 검찰, 항고.
▲ 9월 19일 = 대법원, 항고 기각. 재심 확정.
▲ 12월 3일 = 광주고법, 재심 개시.
[2025년]
▲ 8월 19일 = 재심 변론 종결.
검사, 재심 전 원심 판결 유지형 선고 요청.
사건 담당 강남석 전 검사, 증인 출석해 "적법 수사" 주장.
▲ 10월 28일 = 광주고법(재판장 이의영), 부녀 무죄 선고.
재판부 "검찰 위법 수사 인정하고 범죄 증명도 없다" 판시.
▲ 11월 4일 = 검찰, 재심 무죄 판결 대법원 상고 포기. 부녀 무죄 확정.

▲광주고등법원 ⓒ 안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