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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하동 논두렁 축구대회.
경남 하동 논두렁 축구대회. ⓒ 하동군청

잔디구장이 아닌 가을 추수를 끝낸 논바닥에서, 그것도 볏짚으로 만든 공으로 벌이는 축구대회가 열린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에서 오는 22일 열리는 '논두렁 축구대회'다.

2019년 시작된 축구대회로 올해가 다섯 번째 행사다. 7명이 한 팀을 이뤄, 남성부·여성부·혼성부·초등부의 4개 리그로 경기를 치른다. 각 리그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하면 상금도 주어진다. 하동군과 협동조합 '놀루와'가 진행하는 대회다.

논바닥에서 경기를 벌이다 보면 공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몰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 공을 차는 사람이든 구경꾼이든 박장대소가 터져나오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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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동네마다 운동장이나 공을 찰 만한 공간이 없었을 때 나락을 다 거둬들인 들판에서 공을 찼던 '추억'들이 있다. 이에 착안해 만든 대회다. 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기똥차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잘 다듬어진 잔디구장이 아닌 논바닥에서 벌이는 축구경기이기에 사람들은 손흥민 선수가 와도 '세계적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논두렁 축구선수'들은 "여기서는 손흥민보다 우리가 더 잘 찰 걸"이라고 말할 정도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대회를 탐낸다. 그래서 하동군과 '놀루와'는 논두렁 축구대회를 특허청에 상표등록 출원하기도 했다고.

세계에서 하나뿐이라 할 수 있는 '논두렁 축구대회'를 처음에 기획해 올해로 다섯번째 개최하는 조문환 협동조합 '놀루와' 대표를 지난 2일 만났다. 다음은 조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처음에 논두렁 축구대회를 어떻게 기획하게 된 것인가.

"협동조합 '놀루와' 창업을 2018년에 했다. 여행을 통한 지역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2019년 2월에 첫 대회를 개최했다. 겨울이 되면 여행의 농한기이자 농업의 농한기라 하동지역 사회와 들판은 휑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멋진 들판이 그냥 빈 채로 남겨있는 것이 아쉬웠다. 지역소멸 시대에 이런 이벤트를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면 어떨까 싶었다."

- 논에서 축구대회를 연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조합원들의 의견을 먼저 들었다. 대부분 찬성을 했지만 혹시 일부가 반대를 하더라도 개최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놀루와 방식 8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이다. 다소 난관이 있더라도 먼저 선언하고 시작하자는 다짐으로 했던 것이다."

- 그래도 대회를 열다 보면 비용도 들어갔을 텐데.

"민간에서 경비조달과 팀 모집을 동시에 해내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첫 대회부터 행정에 손 벌려 경비를 조달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첫 대회 때 하동군의 지원 의향도 있었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우리의 의지와 역량을 확인하고 싶었다. 십시일반으로 3만 원부터 100만 원까지 후원자를 모집했다. '구단주'라는 명칭이었다. 다행히 1500만 원이 모여 기본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조문환 협동조합 '놀루와' 대표.
조문환 협동조합 '놀루와' 대표. ⓒ 윤성효

- 처음에는 힘들었을 것 같다.

"행사 후 1개월 동안 코피가 세 번 났다. 사력을 다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동네 친구와 싸우다 코피가 난 이후 처음으로 코피라는 것을 흘렸다. 치열하게 준비한 결과였지 싶다. 일을 열심히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 조합원들의 수고가 함께 했다."

- 코로나19 시기에는 어땠나.

" 2020년 제2회 대회는 순조롭게 준비됐다. 두 번째 대회는 좀 더 자신감이 붙었다. 기업을 방문해 후원도 발굴하기 시작했는데 코로나19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홍보 동영상까지 다 촬영했었는데 말이다. 2021년에도 코로나19가 유행했다. 그렇다고 연속해서 대회를 쉰다면 잊혀져 버릴 듯했다. 따라서 2022년에는 제2회 대회를 '찾아가는 볼트래핑 대회'로 열었다. 축구장에서 하는 대회는 아니지만 식당·기업·학교 등을 찾아다니며 볼트래핑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고, 그것을 전국에 알리는 작업을 했다.

아울러 짚풀공 도구(키트)를 만들어 상품화하기도 했다. 유튜브에 제작방법과 볼을 튀기는 방법을 올리고 전국 어디서든지 우리가 만든 도구를 가지고 공을 만들어 트래핑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대성공은 못 거뒀지만 어느 정도는 반응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좋은 비즈니스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워낙 많은 일들을 하다 보니 이것만 할 수 없기에 못하고 있긴 하지만. 서울 강남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나 제주도나 산간마을의 아이들이 동일한 도구로 공을 만들어 트래핑을 하고 마당이나 거실에서 공을 차 보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 이후 대회는 어땠나.

"2023년 제3회, 2004 제4회 대회부터는 하동군의 협조로 지속됐다. 하동은 '슬로시티'다. 논두렁 축구대회를 슬로시티 활성화사업과 연결했다. 사실 슬로시티 정신에 부합하기도 하다.

"60여 팀 참여 목표... 내년엔 본격적인 축제 열 수 있길"

- 논두렁 축구대회 장소가 왜 평사리 들판인가.

"저는 세상에서 들판이 여행지가 되는 곳은 오직 평사리 들판뿐이라 생각한다. 이 들판을 하나의 캔버스로 여긴다. 무엇을 하든 그림이 되는 장소다. 자전거를 타든지, 논에서 일을 하든지, 들판을 걷든지. 무엇을 하든 그림이다. 이곳에 대지예술을 도입해 논두렁 축구대회와 연계한다면 일본의 대지예술제인 '에츠코츠마리'와 같은 세계적인 글로벌 행사가 될 것이라 상상한다. 야간에는 공연이 열리고 다양한 콘텐츠를 소화해 낼 수 있는, 말 그대로 글로컬 축제가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하고 확신을 한다.

그런 측면에서 평사리 백사장에서 열리는 '섬진강 달마중'도 같은 맥락이다. 자연 그대로, 날것의 장소에서 최소한의 장비와 조명으로 섬진강을 터치하는 형식이다."

- 논두렁 축구대회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복안은 있나.

"앞에 말씀드린 대로 세계인들이 모인 축구대회, 축제가 됐으면 한다. 하동의 숙소와 식당, 농특산물이 동이 나고 이 계절이 되면 마치 월드컵이 열리듯 세계의 많은 여행자들이 하동으로 몰려와 1주, 2주 정도 축제가 열리는 상상을 한다. 그렇게 되면 축구용품 박람회도 가능하고 대규모 공연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야간에 들판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공연, 그 들판에는 세계적인 설치미술 작가들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작품들을 선보이는 그런 모습 말이다.

-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아직은 저희의 역량이나 '화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점화가 되고 발화만 된다면, 들불처럼 번져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홍보가 좀 부족하고 팀 참여가 어렵다. 지금까지 약 30팀이 참여했는데 60팀 정도만 모인다면 그 다음부터는 순항할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의 후원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자금도, 팀 모집도 힘겹다.

청소년들이 의외로 참여가 저조한 것은 시대의 흐름인가 싶다. 절대적 인구도 적지만 외향적 활동을 잘 하지 않는 것도 한몫하지 싶다. 붐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한데 유명한 축구선수라도 홍보에 참여해 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해에 한 자치단체에서 우리의 축구대회를 그대로 모방에서 개최하는 것을 알게 됐다. 경기장 규모나 시간, 규칙 등 대부분을 '복사'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동군에 이 사실의 심각성을 알렸고 놀루와와 하동군이 함께 상표등록 출원을 했다. 쉽게 모방할 수 있을 듯 하지만 평사리 들판이라는 특수성을 모방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철학도 마찬가지다."

-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60여 팀이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초등부, 남성부, 여성부, 혼성부 네 개 리그다. 올해는 붐 조성이 돼 내년은 본격적인 축제로 열기를 기대한다. 전 국민이 아니, 세계인들이 11월 22일에 하동, 특히 평사리 들판에 모두 놀러와 한바탕 왁자지껄하게 놀아 보았으면 한다."

 논두렁 축구대회가 열리는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에 볏짚으로 만든 자연미술이 설치됐다.
논두렁 축구대회가 열리는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에 볏짚으로 만든 자연미술이 설치됐다. ⓒ 조문환

한편, 올해 대회를 앞두고 평사리 들판에 볏짚으로 만든 자연미술이 설치됐다. 사람이 머리에 큰 공을 받치고 있는 장면으로, 예술행동과 문병탁 작가(부산)가 만들었다. 이 작품에 붙여진 이름은 '사람과 자연'이다.

예술행동은 "볏짚이라는 가장 익숙한 자여 재료를 활용해 사람의 두상과 공의 형태로 표현함으로써, 자연과 인간, 그리고 그 사이의 공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시각화했다"라고 설명했다.

#논두렁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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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효 (cjnews) 내방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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