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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끼, 만 원 지폐 한 장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고물가를 체감하는 요즘이다. 음식점에서 값을 지불하고 그 만큼의 음식을 제공 받고자 함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같은 메뉴를 시켰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양을 적게 받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에는 '여자는 양 적게 미리 배려해주는 곳'이라며 성별에 따라 음식 양을 차별하는 음식점을 모아둔 지도까지 있다. 물론, 여기서 '배려'는 반어적 표현이다.

 네이버 지도에 올라온 여성 양 차별 음식점을 모아둔 지도
네이버 지도에 올라온 여성 양 차별 음식점을 모아둔 지도 ⓒ 네이버지도 갈무리

"여자는 양 적게 미리 배려해주는 곳^^" 네이버 지도를 만든 '먹어봐요'(@sjfoodrecord)는 자신의 X 계정에 "옛날 분이라 구시대적 발언 한다고 소비자가 먼저 헤아릴 필요도 없고 여자라고 먼저 밥을 적게 줬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SNS의 파급력을 알고 있어서 구체적인 제보가 있어야 (지도에) 추가하고 가게의 영업 방침이 변했다는 제보를 받으면 수정도 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해 '배려 지도' 운영 방식을 밝혔다.

가게 주인들은 어떤 이유로 음식의 양을 다르게 주고 있는 걸까? 지난 10월 18일 '배려 지도'에 표시된 일부 식당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내 앞에 놓인 밥의 양과 마주 앉은 남성 동행의 밥 양이 달랐기에, "저는 왜 적게 주시나요?"물었다.

'양 적게'를 경험한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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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식당 주인은 말했다.

"여자는 많이 주면 남겨서 그래요."

또 다른 식당 주인은 말했다.

"남자가 여자보다 양이 많으니까요."

남성 사장님은 말했다.

"제가 밥을 좋아해서 그래요. 그래서 (남성에게) 많이 주는 거죠. 부족하면 더 달라하세요."

이처럼 '여성은 남긴다'는 이유로, 음식을 다르게 제공하고 있었다.

나만의 경험이 아니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양을 적게 받은 경험을 한 유아무개(21)씨와 이아무개(26)씨를 각각 지난 10월 9일과 18일에 만났다. 유씨는 이성 친구와 함께 국밥집에 방문했다가 기분 상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분명 같은 메뉴를 시켰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제 음식 양이 적어 보이더라고요. 친구가 곱빼기로 시켰었나? 싶어서 여쭤보니까 같은 게 맞았어요. '여성 분들이 많이 남기서 조금씩 적게 준다'고 하시더라고요. 제 친구가 저보다 더 많이 먹긴 해서 '그렇구나' 하면서 넘겼던 것 같아요."

유씨는 당시에는 큰 불만 없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차별 당했다는 생각이 든 건 그 이후였다.

"SNS에 여자라고 처음부터 음식을 더 적게 준다는 후기를 우연히 보게 됐어요. 찾아보니 이런 경우가 꽤 많더라고요. 제가 겪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후기들을 보니까 그제야 이게 차별일 수 있구나 싶었어요. 생각해보면 같은 가격을 냈는데 다른 양을 받는 건 불합리한 일이잖아요. 누군가는 이런 저를 보면서 예민하게 산다, 피곤하게 산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저는 손해 보고 사는 느낌 드는 게 더 싫더라고요."

두 번째로 만난 이씨는 평소 먹는 양이 적어 주변인들에게 소식좌(적게 먹는 사람을 의미)로 불린다고 했다. 주문한 음식을 남기는 경우가 많아 일부러 양이 적다는 리뷰가 있는 곳을 찾아가기도 한다고 했다.

"워낙 자주 남기다 보니까 기본적으로 양이 적은 곳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한번은 친구랑 밥 먹으러 갔는데 옆 테이블 남자 손님들과 같은 메뉴를 시키게 된 거예요. 음식이 나왔는데 저희 음식 양이 더 적은 것 같더라고요. 저는 원래도 양 적은 걸 좋아해서 괜찮았어요."

이씨의 생각을 바꾸게 한 건 친구의 한 마디였다고 한다.

"제가 '음식물 쓰레기 많이 나오는 것보다 낫지 않냐'고 하니까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처음 메뉴를 구상할 때 적당한 양과 가격을 정하면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요. '이미 여러 고민을 통해 그렇게 양을 정했으면 손님이 남기는 경우는 어쩔 수 없는 거지 여자라고 무조건 조금만 주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라고. 그 말을 듣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양 적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이씨는 많이 먹는 사람을 위한 곱빼기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자신과 같은 소식좌들을 위한 '양 적게' 선택지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꼭 여자라고 적게 먹고 남자라고 많이 먹는 건 아니니까요. 저처럼 먹는 양이 적은 남성 분도 있지 않을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여성은 미리 양 적게'를 체감하고 있을까. 지난 10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 동안 구글폼을 이용해 여성 양 차별(배려) 음식점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78명이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85%는 여성, 15%는 남성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양을 적게 받는 것을 보거나 직접 경험한 적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5.1%는 '직접 보거나 경험한 적은 없지만 들어본 적 있다'고 했고, 16.7%는 '직접 보거나 경험한 적 있다'고 밝혔다.
 여성 양 배려(차별) 음식점 인식 조사
여성 양 배려(차별) 음식점 인식 조사 ⓒ 우민서

직접 경험한 경우 "머리 짧은 여자인데 친구랑 같이 부대찌개를 먹으러 갔는데 남자로 오해하셔서 저는 고봉밥으로 받아 먹고 친구는 양 적게 밥 줬던 경험이 있습니다. 갈 때마다 그렇게 주셔서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습니다", "알바 하는데 홀 이모들이 더 많이 담은 건 남자한테 주라고 하셨다", "칼국수를 먹으러 갔는데 내가 곱빼기 한 양이랑 남자 기본 양이랑 비슷했다"고 답했다.

'양 적게'의 선택지를 만들어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여성이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적게 먹는 건 사실이니 여성이 음식을 남길 것을 우려해서 양을 적게 주려고 하시는 건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다만 그럴 경우 메뉴를 따로 만들어서 가격을 낮춰주세요. 기본적으로 동일한 양에 동일한 가격이 아니라면 여성으로서는 그 식당을 재방문 할 의사가 없습니다."

또 다른 응답자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같은 돈 내고 먹는 거기 때문에 똑같이 줬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은 적게 먹는다'는 편견을 깨는 음식점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미리양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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