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언하는 장동혁 대표31일 서울 강남구 SETEC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및 선출직 공직자 워크숍에서 장동혁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금의 우리가 싸우는 싸움은 제2의 건국 전쟁이고, 체제 전쟁이다." -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군기 잡기'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가 내년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당 소속 인사들을 만나 '전쟁'에 비유하며 '정훈 교육'에 나서는 모양새이다.
장 대표는 지난 10월 31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및 선출직 공직자 워크숍에서 "내년 선거는 우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체제를 지켜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마지막 싸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 두 어깨에 있는 것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장 대표는 이같은 메시지를 굉장히 강조하며 반복하고 있다. 앞선 같은 달 27일 '하나된 힘! 승리를 이끄는 힘! 국민의힘 전국 광역의원 및 강원도 기초의원 연수'에서도 "지금 우리가 해야 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시장경제를 지키고, 법치주의를 지켜야 하는 제2의 건국 전쟁"이라며 "우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진다면, 그것은 장동혁 지도부의 실패가 아니다. 국민의힘의 패배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의 패배"라고 규정했다.
26일 '경기도당 도의원·부위원장단 연찬회'에서도 "우리의 두 어깨에 있는 것은, 국민의힘 이라는 정당이 아니다"라며 "내년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은 장동혁 지도부가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 대한민국이 패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지금 시작해야 될 것은, 제2의 건국 전쟁"이라고 날을 세웠다.
장동혁 대표가 현재까지 밝힌 선거 기조는 명확해 보인다. '선명성'을 내세워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가 '전쟁'을 외치면 외칠수록, 당내에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드들을 제대로 활용할 길이 막힌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있다.
'윤 어게인'과 절연하지 않는 장동혁
물론, 선거가 아직 반년 이상 남은 시점이다. 장동혁 대표가 천명한 선거 기조가 내년에도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장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소위 '윤 어게인(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정치적 복권을 바라는 지지층)' 세력과 '손절'할 뜻이 없음을 직·간접적으로 피력해 왔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핵심 지지자들과의 유대 관계를 쉬이 포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결국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를 '일반 면회'했다가 양쪽으로부터 손가락질 받았던 건 장 전 대표 현재 처지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가 중도층에 손짓하려고 하면 강성 지지층에게 비난받고, 오른쪽과의 결합을 강화하려고 하면 합리적 성향의 중도 보수층에게 지탄받는 형국이다. '친한(동훈)계'에서 '친윤(석열)계'로 계파를 옮겨 타면서 장 대표는 본인만의 확고한 지지 세력이나 팬덤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전당대회 때부터 그가 소구했던 건 아스팔트와 가까운 강경파들의 표심이었다. 지나치게 강하게 얽매여 버리는 바람에 이제와서 적당한 거리두기도 쉽지 않다. 강성 지지층 일각에서는 연일 설화를 일으키는 김민수 최고위원을 오히려 장 대표의 대안으로 생각할 정도이니, 그의 유일한 버팀목을 치우고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무모한 발상이다. 자칫하면 선거를 지휘하기도 전에 장 대표 체제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
동시에 강경파만으로 전국단위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내년 지방선거 최대 전장은 결국 서울특별시장과 경기도지사로 대표되는 수도권 승부이다. 경기도는 기본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밭'이지만, 도지사 선거에서 어떤 싸움을 보여주느냐가 시장 등 다른 선거에 영향을 준다.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입장에서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선거이다. 서울 시민 인구 구성도 그렇고, 부동산 이슈 등의 덕을 본 최근 지표도 그렇고,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해 볼 만한' 판세이다. 서울시당 재정비에 총력을 기울인 한편, 나경원 의원에게 지방선거총괄기획단장을 맡긴 것도 역시나 '서울시'를 최대 공략 포인트로 삼았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설사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바람대로 '이재명 정권 심판'이라는 구도, '부동산 규제' 등의 이슈를 선점한다고 하더라도, '인물'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완성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도권 선거의 간판으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복권을 외치거나, 12.3 비상계엄의 불가피성을 옹호하는 인물을 내세우는 순간 보수 야당이 바랐던 시나리오는 무너지게 된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선전을 바란다면, 되든 안 되든 중도층에 소구할 수 있는 '타선'을 짜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중심에 뒀다면, 그 앞뒤를 받쳐줄 만한 인물, 계엄과 내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카드들로 조합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전국구급 인지도를 갖췄으면서, 이 조건을 갖추는 카드는 현재 야당에 둘밖에 없다. 하나가 유승민 전 국회의원이고, 또 하나가 한동훈 전 대표이다.
장동혁, 유승민·한동훈 '안' 쓰는 걸까, '못' 쓰는 걸까?
문제는 둘 다 지금의 장동혁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에서 '안'이든 '못'이든 쓰기 어렵다는 데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에는 경기도지사 출마설이 최근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안철수 국회의원이 지역구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고, 지난 경기도지사에서 '유승민'을 저격하기 위해 윤석열의 명을 받들어 나온 김은혜 의원 역시 재도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애초에 패배할 가능성이 높은 선거인 데다, 마땅히 내세울 선수도 드물다 보니 '유승민' 외의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여론조사 지표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유승민 전 의원을 오랫동안 배척하고 외면해 온 데다가,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배신자'로 너무 깊게 낙인찍혀 있다. 유 전 의원의 최근 '아빠 찬스' 논란과 당사자의 결단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당에서 유 전 의원을 쓰고 싶다면 출마를 위한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이 무대 전면으로 돌아오는 순간, 지도부를 향한 강성 지지층의 비난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이를 정면 돌파할 만한 배짱이나 실력을 장동혁 대표는 보여준 적이 없다.
한동훈 전 대표의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장동혁 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와 정치적으로 '결별'한 지 오래다. '한동훈' 카드를 쓰느니 차라리 '윤 어게인'의 대표주자인 역사강사 출신 전한길씨를 쓰겠다고 전당대회에서 공개적으로 밝히기까지 했다. 한 전 대표를 겨냥해 '당원게시판 의혹'에 대한 '당무감사' 카드도 계속 쥐고 있다.
오죽하면 '친한계'로 꼽히는 박정하 국회의원이 최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장동혁 대표가 과연 한동훈 전 대표에게 공천을 줄지 물음표를 찍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진행자의 지적에 "그게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답할 정도이다.
당사자인 한동훈 전 대표도 아직 지난 전당대회 당시 내상을 채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다. 최근 그의 메시지 방점은 다분히 당 안이 아니라 당 밖에 쏠려 있다. 민심투어와 대여공세를 두 축으로 이어가면서, 당내 '쓴소리'는 상당 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최근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과 생방송 라디오 토론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나, 여러 라디오 인터뷰를 순회하면서 던지는 발언들이나, 타깃이 상당히 명확한 편이다.
"지방선거 출마 생각 없다"는 한동훈... 장동혁·나경원의 숙제?

▲축사하는 한동훈 전 대표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홀리데이인 광주호텔에서 열린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 위원장 취임식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축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 전 대표 본인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할 생각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안'이 아니라 '못' 나가는 것에 가깝다. 본인이 출마를 희망한다고 하더라도 공천을 거머쥘 가능성이 희박하다.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 없이 최대한 경선에 붙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의 당원 구성이 '짠물'로 재편된 탓에, 그가 특정 광역단체 선거에 나가겠다고 선언하더라도, 지난 전당대회 경선을 재현하는 데 그칠 수 있다.
한동훈 전 대표가 당내 쓴소리를 절제하는 것도 본인의 불안한 당내 지위와 관련이 있다. 여전하 당의 주류는 '친윤계'이고, '친한계'나 소장파는 그 세가 약하다. 당원들에게 '대여 투쟁' 카드로 본인의 쓸모도 증명해야 한다. 장동혁 대표와의 관계도 어느 쪽이든 나서서 풀지 않으면 답이 없다.
본인의 몸값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어떤 전장을 골라야 할지도 고민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면 보궐선거밖에 없다. 선거가 확정된 인천광역시 계양구 을처럼 '민주당 강세 +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곳에 나가겠다고 하면 '그림'은 얼추 그려진다. 한동훈-오세훈-유승민이라는 라인업이라면 국민의힘이 수도권 공략에 쓸 수 있는 최선의 클린업 트리오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장동혁 지도부가 그리는 선거 그림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없는 것 같다"라며 "본인이 험지 출마를 자처하지 않는 이상 공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장동혁 대표의 현재 메시지는 중도 확장 전략이 아니라 보수 결집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보수 결집만으로 내년 선거에서 수도권과 충청 등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엄 소장은 "이기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본으로 유승민과 한동훈 카드를 써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불투명하다"라며 "다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장동혁 대표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지금 기조가 끝까지 갈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공천권이라는 말은 실체가 없다. 정확히는 장악력과 통제력 그리고 지지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며 "장동혁 대표가 현재 국민의힘의 공천권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보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만약 장 대표의 현재 방향대로 가서 당 지지율이 잘 나온다면, 한동훈 전 대표에게 공천을 안 줄 것"이라며 "하지만,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도 좋지 않고 당 장악력도 낮다면, 주고 싶지 않아도 공천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결국 공천은 누가 준다 혹은 안 준다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한 전 대표의 출마 여부는 한동훈의 문제가 아니라 장동혁과 나경원의 문제이자 숙제"라고 지적했다. "'체제 전쟁' 같은 말을 하면서 현재 당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지도부와 중진이 과연 당에 도움을 주는지, 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라고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