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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공원 인천 대공원 호수는 언제 봐도 아름답다.
인천 대공원인천 대공원 호수는 언제 봐도 아름답다. ⓒ 차상순

매월 마지막 화요일마다 우리 부부는 인천 대공원에 간다.

지난해 정년 퇴임한 내겐, 평일에 나서는 나들이가 무척 생경했다. 보물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음이 설렜다.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나들이 하기로 정해두니 그걸 기다리며 사는 재미가 괜찮았다.

가을이 되니, 마치 홈쇼핑에서 완판을 앞두고 사람들에게 얼른 사라고 부추기듯 날씨가 우리를 유혹했다. 가을이 막 시작될 즈음에 바라보는 풍경은 색다른 매력이 있다. 그래서 설레는 맘으로 이번 화요일(10월 28일)에도 인천 대공원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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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에 우린, 사소한 일로 의견 충돌이 생겨 며칠 간 서로 냉랭했다. 남자 ISFP와 여자 ESTJ는 매사에 잘 맞지 않았다. 그 냉기는 짧으면 2~3일, 길면 일주일 정도까지 간다. 아무튼 서먹한 기분을 안고 우리는 집을 나섰다.

전철역이 공원과 연계되어 있으니 편리하다. 승용차로 가면 외곽 순환 도로의 상습적인 정체에 지레 지칠 판이다. 심지어 남편은 지하철 무료 승차가 가능하다. 우리가 그렇듯이, 대공원으로 가는 전철 안 승객들 대부분이 6070 세대였다. 대공원 안에도 젊은이들보다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는 것이 실감 됐다. 또한 그 나이대는 등산보다는 공원 산책을 택한다는 것도 가늠이 됐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남문으로 들어섰다. 엥? 그런데 이게 뭐지? 나들이 기분에 초를 쳐도 유분수지, 그간 자주 내렸던 비 때문에 공원 입구에 서 있는 가로수 잎이 죄다 떨어져 단풍이 들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멋진 단풍길을 걸어보려는 마음에 생채기가 생기는 듯했다. 단풍은커녕 잎을 떨군 나무는 이미 한겨울을 맞은 모양새였다.

대공원 남문 입구 가로수 길 대공원 남문 입구 가로수 길의 나뭇잎이 단풍도 들지 못하고 다 떨어져 있다.
대공원 남문 입구 가로수 길대공원 남문 입구 가로수 길의 나뭇잎이 단풍도 들지 못하고 다 떨어져 있다. ⓒ 차상순

시무룩해진 맘을 안고 호숫가에 갔다. 다행히 그 주변에는 간간이 단풍이 보였다. 평소와 달리 남편이 뚜벅뚜벅 잘 걸었다. 남편은 연골은 괜찮은 편인데 오금 통증이 있다며 정형외과에서 주사를 맞곤 했다. 그런데 오리 걸음 하는 자세로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하면 그 통증이 없어진다고 했다.

호수를 한 바퀴 돈 후에 식물원 쪽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전형적인 초가을 풍경이었다. 공원 입구에서 잎을 죄다 떨군 나무를 보고 속상했던 것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심지어 장미는 아직도 피어있었고 분수 물보라도 볼 수 있었다. 대공원 나들이 갈 때마다 아지트로 찜해 두고 싶었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던 가을 맞이였다.

대공원 식물원 비밀 정원처럼 앙증맞고 아름다운 곳이다. 완연한 가을 풍경이었다.
대공원 식물원비밀 정원처럼 앙증맞고 아름다운 곳이다. 완연한 가을 풍경이었다. ⓒ 차상순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남편이 오리 걸음 자세를 하며 스트레칭을 했다.

"서서히 방전되려고 하네"라고 남편이 말했다.
"당신은 좋겠네. 충전소에 가지 않고 아무 데서나 충전할 수 있구나"라며 남편을 놀렸다.

다시 쌩쌩해진 남편과 함께, 산림 사진전도 감상하고 호수 둘레에 전시된 시화도 감상했다.

"아, 우리 폐가 깨끗해졌겠다. 호수와 숲에서 불어온 맑은 공기로."

남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우리 매주 올까요? 이렇게 좋은데 안 올 이유가 없잖아? 무장애 길도 올라가고, 호수 둘레길도 걷고, 식물원도 구경하고, 원두막에서 놀기도 하고."

"그러면 좋지. 오후에 반일치기로 나들이하면 딱이지. 나온 김에 밖에서 저녁 먹고 들어가면 더욱 좋고."

"그렇겠네요. 여긴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잖아요. 이만한 데가 어디 있겠어요?"

냉랭했던 부부 사이가 우리도 모르게 회복되어 있었다. 이제 매주 화요일마다 인천 대공원에 가기로 했다. 삶의 환기로 행복도 챙기고, 건강 관리도 하면 좀 좋은가?

이 나이에 내게 맞는 길은, 숨찬 등산보다는 공원 오솔길인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인처대공원#식물원#분수#가로수#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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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순 (chalim) 내방

중등 영어 교사로 정년 퇴임 함. 사고로 중증 환자가 된 90년생 아들을 돌보는 간병 일지와 소소한 일상, 디카시, 트롯 Vlog, 엔젤넘버시, AI 노래 창작 등의 글을 '브런치'에 올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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