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마총 금관 모형'과 한미 정상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꿈꿔온 전략 자산 확보에 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 그러나 이 역사적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특히 국민주권정부의 적극적인 주도와 과거 진보정부들의 꾸준한 노력이 밑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물밑에서 추진된 핵잠수함 사업, 자체 기술력 강화, 군 장병 처우 개선 등의 성과가 이제 와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우선 핵추진 잠수함 추진을 위한 지난 진보 정권들의 노력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 이후 20년 넘게 우리 군은 핵잠수함 확보를 검토하고 준비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본격 재추진했는데,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020년 7월 "차세대 잠수함은 핵추진 방식이 될 것"이라고 공개 천명하며 핵잠수함 도입 의지를 공식화했다. 그는 "한미원자력협정은 핵추진 잠수함과 완전히 별개"라며 협정 개정 없이도 미국이 핵연료 이전만 허용하면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실제로 김 전 차장은 같은 해 9월 미국을 극비 방문해 핵잠수함용 저농축 우라늄 연료 공급을 요청하는 대담한 협상까지 시도했다. 비록 미국 측은 이를 거절했지만, 한국 정부의 강한 의지를 미국에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나아가 당시 청와대는 플랜B로 한미 원자력협정에 예외 조항을 두거나 국내에서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모색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며 끈질기게 대안을 찾았다. 이러한 과정은 핵추진 잠수함을 향한 우리 측의 절박함과 집요함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2022년 정권 교체 이후 이러한 추진 동력은 한때 주춤했다. 보수 정권은 핵잠수함 개발 계획을 적극 계승하지 않았고, 심지어 문재인 정부 시절 구상되었던 경항모 사업마저 사실상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4~2028 국방중기계획에서 경항공모함 예산을 '0원' 책정해 사업을 보류했고, 추가 논의라는 단서를 달아 실질적으로 추진을 멈추었다. 또 잠수함 승조원 처우 개선 노력도 부족했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교도소 독방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복무하며 지난 3년간 240여 명이 대거 전역하는 등 인력 이탈이 심각했지만, 전 정부에서는 2024년 예산에서 승조원 수당을 전년 22.9억원에서 14.8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삭감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소극적 태도에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다행히도 현 국민주권정부는 출범 이후 이 같은 전략 사업들을 과감히 재가동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대통령은 올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이끌어냈다.
지난 29일 경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디젤 잠수함의 잠항 능력으로는 북한, 중국의 잠수함 추적에 한계가 있다"고 언급하며 "핵무장용이 아닌 핵추진 잠수함에 필요한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대신 "한국도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자체 방위 역량을 키워 미국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방위비 분담 증액과 대미 투자 확대까지 약속하는 실리적 협상을 전개했다.
나아가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면 한국 기술로 재래식 무기만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동·서해 방어에 투입하겠다. 그렇게 되면 미군 부담도 줄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국 측을 설득했다. 이러한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흥미를 자극했고, 결국 트럼프는 이틀 만에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를 전격 승인하며 구체적으로 "한국이 인수한 미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는 언급까지 내놓았다. 사실상 미국으로부터 실질적인 핵잠수함 사업 허가를 받아낸 것이다.
현 정부의 자주국방 강화 조치들은 이 뿐만이 아니다. 방위산업 기술 자립과 장병 사기 진작을 위한 노력도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차세대 전투기 KF-21에 탑재되는 최첨단 AESA 레이더를 한국이 단기간에 독자 개발한 사례를 들 수 있다. 미국이 기술 이전을 단숨에 거부하자 우리 연구진이 직접 개발에 착수해 세계 11개국만 보유한 이 레이더 기술을 결국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고
, 내년부터 양산형을 실전 배치할 예정일 정도로 성과를 냈다. 미국이 주지 않는다면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집념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결과 한국은 AESA 레이더의 핵심 부품인 안테나 등을 이탈리아의 대표 방산기업 레오나르도 등과의 협력 단계까지 진척시켰으며 방위산업 강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또한 현 정부는 전임 정부에서 소홀했던 잠수함 승조원 처우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열악한 근무 환경 탓에 절반 이상이 떠나는 현실을 두고,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수천만 원 들여 양성한 핵심 인력이 이탈하지 않도록 장려수당 등 파격적인 보상 확대와 복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잠수함 승무 수당의 대폭 인상 등을 추진해 숙련 인력 유출을 막고 해군 사기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군 복무 여건 개선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정예 전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투자다.
이처럼 자주국방을 위한 투자와 개혁은 결국 미래 전장의 게임체인저들을 우리 손에 쥐게 만든다. 핵추진 잠수함과 함께 거론되는 경항모 사업도 전략적 차원에서 재평가해야 한다. 한때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던 경항모는 동북아 해역에서 우리 해군의 작전 범위를 넓히고, 원거리에서 함재기를 운용할 수 있게 해줄 핵심 전력이다. 중국의 해군력 증강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하려면 연안 방어를 넘어선 원해 작전 능력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 경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은 쌍두마차와 같다.
나아가 무인전력 강화도 시급하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은 수백만 대의 드론이 투입되는 무인기의 시대를 열었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2023년에만 200만 대 이상의 소형 드론과 10만 대의 자폭 드론을 생산했고, 올해는 450만 대에 달하는 드론을 만들 계획일 정도다. 북한과 중국 또한 드론 군단을 육성 중이라고 알려졌다. 미래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우리도 대규모 드론 전력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인당 GDP 3만 달러를 넘는 부유한 나라 한국이 '가성비 최고의 전략자산'인 드론 분야에서 뒤처질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깆속 구상 되어온 '드론 100만 전력 시대'는 결코 과장이 아니라 우리 군의 생존과도 직결될 비전이다.
이러한 신기술·신전략의 결집은 궁극적으로 전시작전권 전환이라는 국가적 과제와 맞닿아 있다.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자신감을 갖고 24시간 나라를 지킬 수 있으려면 정보·정찰위성, 핵추진 잠수함, 항모, 드론과 같은 첨단 전력을 두루 확보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한국형 정찰위성 개발이나 장거리 미사일 능력 확충(미사일지침 종료)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현 정부는 임기 내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겠다는 목표를 표명했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동맹의 역할 재정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최근 "한국은 부유하고 강하며 능력이 있는데 왜 비상시에 미국의 지도력만 필요로 하는 관계를 원하겠느냐"며 한국의 전작권 환수가 상식이라 평했다.
"한국군은 믿음직한 파트너이며 더 주도적인 역할을 맡길 원한다"는 미 정부의 언급은, 이제 우리가 충분한 역량만 갖춘다면 미측도 기꺼이 지휘권을 넘길 용의가 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한국이 강한 군사력을 갖춰 안보 자립을 이루는 것이 동맹을 약화시키기는커녕 동맹의 현대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군사주권 확립과 한미동맹의 발전은 선순환 관계에 있다.
균형 잡힌 안보관과 뚝심 있는 추진력을 갖춘 진보정부들의 성과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번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은 현 정부의 외교력과 결단이 만들어낸 쾌거인 동시에 김현종 전 2차장을 비롯한 과거 정부 인사들의 지속적인 노력 위에서 가능했다. 미사일 주권 확립, 우주·방산 기술 자립, 국방예산의 전략적 투입 등 지난 진보 정권들의 밑준비가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핵추진 잠수함용 연료 공급 방식과 한미 원자력협정의 세부 해석 문제, 주변국의 반발 관리 등 넘어야 할 산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한국도 이런 전략자산을 가져도 된다'는 미국의 정치적 승인을 얻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국방 사에 길이 남을 전환점이다. 우리 군의 체질을 바꾸는 이러한 혁신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이를 위해 줄기차게 달려온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진보 정부들이었다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자주국방의 기치를 높이 든 일관된 전략이 이어진다면, 한국은 머지않아 '부유하고 강한 나라에 걸맞게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당당한 안보 주권국으로 거듭날 것임이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극동대학교 해킹보안학과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