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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28 14:03최종 업데이트 25.10.28 14:03

나는 어떤 친구였을까? 묻게 되는 책

[서평] 양다솔 <아무튼 친구>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대체로 그런 관계에 있는 이를 일컬어 친구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살아가며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많다면, 그만큼 사회 생활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아무튼 친구>는 '사흘 밤낮을 새우더라도 친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열혈 우정인'을 자처하는 저자의 생각과 경험을 담은 내용이다. 저자는 엄마의 말을 빌어, 자신이 어려서부터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그들과 "정작 놀지는 않고 현관문을 지키고 서 있었"던 아이였다고 소개한다.

아무튼 친구, 양다솔, 위고, 2023. 리뷰 사진의 표지 이미지
아무튼 친구, 양다솔, 위고, 2023.리뷰 사진의 표지 이미지 ⓒ 위고

그러한 성격은 지금도 지속되어 저자가 이러한 책을 출간할 정도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문득 '나에게 그런 친구가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편으로 좋은 부분도 있지만, 때로는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 이유는 저자의 경험을 토로한 책 속의 글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달마다 평가 테이블' 활동으로 '학생들이 둘러앉아 서로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을 갖던 저자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는 내용의 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의 기억에 의하면, 친구들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은 긍정적인 내용이 아닌, "예의가 없다"거나 "자꾸 귀찮게 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표현 일색이었다고 회상한다. 어린 시절 매사에 자신의 일에 참견하고 관심을 갖는 친구에게 보일 법한 반응이라고 여겨진다.

실상 친구 관계는 누군가의 일방적인 감정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 교류와 공감 작용을 통해서 점점 깊어질 수 있다. 하지만 친구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내세운 저자에게 다른 아이들은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그것이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평가 테이블'에서 자연스럽게 쏟아졌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하지만 자신이 친구들에게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 저자는 그러한 평가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스스로를 불신하게 되었'던 경험을 토로하고 있다. 이후 마음의 상처가 오래 지속되었을 터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저자는 자신을 찾는 친구가 있는 곳이라면 서슴없이 달려가는 성향을 유지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아마도 자신이 매사에 친구들에게 진심을 다하며 대했던 것처럼, 상대방 또한 저자의 진심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면서 꾸준히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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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투키의 집에 온 이유는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였다. 나는 커다란 상실을 통과하고 있었다.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했던 집은 가장 끔찍한 공간이 되어 있었다. 침대에서, 식탁에서, 거실에서 나는 오열했다.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휴지로 닦다가 수건으로 닦다가 아예 샤워 가운을 입고 울었다. 눈이 떠지지 않을 때까지 울고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잠도 자지 않았고 먹지도 않았다. 며칠 만에 살이 쭉 빠졌다. 어떤 상실은 실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저자에게 닥친 '커다란 싱실'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투키라는 친구의 집을 찾아 가기 전의 모습을 서술하는 내용이다. 그 이전에 바쁘게 돌아가는 직장 생활에 지쳐 자신의 집을 찾아온 친구에게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고, 따뜻하게 품어주고 정성스레 돌봐주었던 '스투키'라는 친구와의 일화를 통해 친구를 대하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그렇기에 스투키라는 친구 또한 저자가 힘든 상황에 처해있을 때, "자정이 넘은 시간에 이민 짐가방 만큼 많은 것을 들고 나타난 손님"에게 따뜻한 환영으로 맞아주었던 것이다. 스투키를 포함하여 여전히 저자와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과의 일화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자신의 인간 관계는 물론 '친구'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 하겠다. 만약 혼자서 견디기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받아 들여줄 수 있는 친구가 있을까? 이처럼 저자가 친구와의 관계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은 책에 수록된 다양한 친구들과의 일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진지하게 토로한 책 속의 글들을 접하면서, 친구를 좋아하는 저자의 성격이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외동딸인 저자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친척들은 조금 거리를 두고 싶은 존재들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먼저 여러 해 전에 가족들을 속세에 두고 홀연히 종교에 입문하여 저자에게 '그 사람'이라고 지칭되는 아빠에 대한 감정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난생 처음 '엄마가 고른 나라'인 해외로 떠나 여행하는 동안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던 모녀의 사례들도 소개되어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을 살갑게 보살펴 주었던 막내 고모는 물론이고, 큰아버지나 사촌 형제들과 저자와의 관계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한 내용을 접하면서, 친구에게는 그토록 관대한 저자가 부모나 친척들과의 관계에서는 그렇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친구들과의 관계나 경험에 대해서 떠올려 볼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점점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을 만날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동안 누군가 결혼식을 올리면 그곳에서 다른 친구들까지 만날 수 있었고, 때로는 동창회 등의 행사를 통해서 모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의 바쁜 생활에 쫓겨 연락이나 만남의 기회가 차츰 줄어들게 되었고, 어느 순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연락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을 먹기도 했었다.

물론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친구들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전화 통화를 하게 되면, 과거 함께 했던 추억들을 떠올려 보았던 경험도 떠올랐다. 물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새롭게 얻은 친구들도 있지만, 역시 그들과의 관계도 직장을 옮기는 등의 다양한 이유로 점차 만나는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친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열혈 우정인'을 자처하는 저자의 삶의 방식이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이 책을 통해서 '나에게 친구는 어떤 존재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보다 '친구에게 나는 어떤 의미로 간직될까?'하는 생각을 떠올려보는 기회가 되었음을 고백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도서 리뷰는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친구 - 그들이 뿜어내는 빛과 그늘에 가려지는 것이 나는 무척 좋았다

양다솔 (지은이), 위고(2023)


#열혈우정인#우정의의미#가족과친구#상처와극복#친구에게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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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고전문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로서, 주로 책과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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