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발 295m의 서울 안산. 봉수대가 있다. ⓒ 전갑남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안산에 올랐다. 하늘이 무척 높고 파랗다. 완연한 가을 날씨다. 해발 295.5m의 안산. 역사적 산물 봉수대가 있고, 동네 뒷동산 같다. 그래도 산행의 묘미를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다. 좀 가파른 듯하면 금세 경사가 수그러들고, 적당히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안산은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늠름한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울창하고, 아름다운 소나무 숲도 이어진다. 가을이 익어가고 있는 가운데 녹음도 가득하다. 숲속을 파고 든 햇살이 푸른 잎을 더욱 빛나게 한다.

▲안산에는 울창한 메타세콰이어 숲이 있다. 산림욕을 하기에 참 좋다. ⓒ 전갑남

▲안산은 편안하게 숲을 즐기며 걸을 수 있다. ⓒ 전갑남
군데군데 의자가 있어 땀을 닦으며 쉬어간다. 숲에서 얻는 것이 많지만, 산림욕은 보이지 않는 알부민이다. 산림욕은 녹음 우거진 숲을 거닐면서 숲의 좋은 기운을 쐬는 것이다. 우거진 나무는 많은 산소를 배출하고, 박테리아 등 나쁜 미생물을 죽이는 '피톤치드'라는 살균 물질을 발산한다. 이 피톤치드가 신체에 활력을 주고 노화 방지에도 큰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아직 색색이 물들지 않은 낙엽이 길 위에 뒹군다. 도토리도 떨어졌다. 바쁠 것 없는 걸음으로 산림욕을 즐기며 천천히 걷는다. 맘껏 숨을 들이켜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안산에는 둘레를 따라 무장애숲길이 약 7km가량 조성되어 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다. 경사가 완만한 순환형 숲길은 두어 시간 걷기엔 안성맞춤이다. 보행 약자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끌면서 어린아이를 동반하여 산책을 할 수 있다. 편안하다.
한참을 걷다 옥천약수터를 만났다. 식수 적합 약수가 졸졸 흐른다. 밑에는 아주 작은 생태연못이 보인다. 안산생태 숲에는 도룡룡이 살고 있다고 한다. 신기하다.

▲자락길에서 옥천약수터와 생태연못을 만났다. 안산에는 도룡룡이 살고 있다. ⓒ 전갑남
도룡룡은 물이 있는 곳과 숲을 옮겨 다니며 사는 양서류이다. 이른 봄 깨끗한 숲 물속에서 알을 낳고 유생기를 보낸 뒤 성체의 모습을 갖춘다. 7, 8월경에 주변 숲으로 옮겨 낙엽이나 돌 틈에 은신하며 살아간다. 밤에 먹이활동을 하고 겨울에는 동면하며 겨울을 난다.
생태연못에 도룡룡 먹이를 주려한 것일까? 누군가 작은 못에 과자를 쏟아 놓았다. 도룡룡 생태를 모르는 무지이다.

▲안산을 오르다 쉬어가기 좋은 무악정. 무악정에서 안산 정상까지 420m 정도 오르면 된다. ⓒ 전갑남
무악정을 목표로 편안한 자락길을 따라 걸었다. 그곳에서 안산 정상인 봉수대까지는 420m. 여기서부터는 좀 가파른 곳이라 발걸음에 힘이 들어간다. 편안한 뒷동산 같지만 안산도 산은 산이다.
역사의 숨결이 있는 안산 봉수대
순박하고 요란스럽지 않은 산길을 한 계단 한 계단 오르자 어느새 정상! 눈앞에 봉수대(烽燧臺)가 버티고 있다.
안산 봉수대는 조선 태조 때 설치하여 매일 저녁 봉홧불을 올렸다고 전해진다. 평소에는 봉홧불 하나를 올리고, 외적이 나타나면 2개, 국경에 가까이 오면 3개, 국경을 침범하면 4개, 싸움이 붙으면 5개를 올리도록 했다. 안산 봉수대는 국경에서 전쟁이 일어난 사실을 남산 봉수대에 보고되기 전 마지막 전령 역할을 한 중요한 시설이었던 것이다.

▲태조 때부터 안산에는 봉수대를 설치하여 매일 저녁 봉홧불을 올리게 했다고 한다. ⓒ 전갑남
잘 복원된 봉수대가 아담하다. 안산 정상 위에 있는 봉수대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멋진 그림이다. 파란 하늘 아래 그림같이 펼쳐진 서울 시내를 한눈에 담기에 벅차다.
남쪽으로 한강이 보이고, 우뚝우뜩 솟은 서울의 빌딩숲!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가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북쪽으로 눈을 돌리자 서울 성곽이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인왕산이 펼쳐진다. 위풍당당하다고 해야 할까? 멀리 뒤쪽으로는 북한산 줄기가 흐른다.
푸른 숲과 빌딩숲이 어우러진 수도 서울의 풍경! 보이는 것마다 모두 아름답다.
와, 서울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안산은 말의 안장을 뜻하는 안장 '안(鞍)'자를 쓴다. 말안장과 같이 생겼다 해 길마재라고도 불렀다. 이를 한자로 쓰면 안현(鞍峴)이고, 모래재나 봉우재라는 이름도 있다. 북한산 인수봉이 밖으로 뛰쳐나가는 모양새라 이를 달래는 어미산으로 무악(母岳)이라고도 한다.

▲안산에 내려다 보이는 름다운 수도 서울. 멀리 남산 타워가 보인다. ⓒ 전갑남

▲안산에서는 인왕상이 코앞이고, 국립공원 북한산 줄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전갑남
서대문 안산은 편안하다는 의미에서 편안 '안(安)'자를 써도 좋을 것 같다. 가을이 어우러진 초록 숲! 숨을 쉴 때마다 상쾌하고 발걸음 또한 가볍다. 탁 뜨인 시야는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등줄기에 솟은 땀을 가을바람이 산뜻하게 식혀준다. 온몸 세포 하나하나에 상쾌한 바람이 닿는다. 느낌이 참 좋다.
서울 도심에 푸른 숲과 자연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안산은 사시사철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쉼을 위해 곁을 내주는 보물 같은 곳이다.
"편안한 쉼을 주어 참 고마웠어! 안산, 굿이야 굿!"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in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