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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식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식 ⓒ 416해외연대

2022년 10월 29일, 서울의 한복판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온 젊은이 159명이 희생된 지 어느덧 3년이 됐다. 참사 이후 지난 2년은 시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가 생명을 지키기는커녕, 참사를 숨기거나 왜곡하고 희생자와 가족들에 대한 2차 가해를 방치하거나 조장해 온 시간이었다.

참사 3주기를 며칠 남겨둔 26일, 세계 곳곳에서 참사를 기억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동포들이 온라인을 통해 유가족들과 함께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4.16해외연대, 미시간 세사모, 샌프란시스코 공감, 스프링 세계시민연대가 공동주최했으며 50여 명의 참가자가 함께했다.

추모식에서 미국 뉴저지의 이마리아씨는 추모사를 통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남겨진 이들의 다짐을 새롭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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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하늘의 별이 된 그들에게 우리의 간절한 마음과 애도와 다짐이 가 닿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 땅에 남은 우리가 하나가 돼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빕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인 송해진씨는 "먼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3주기가 되는 시점까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해 주고 연대해 주는 것이 많은 위로가 된다"라면서 "3주기에도 눈에 띌만한 변화는 없지만 이제 진상조사가 시작된 만큼,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시와 관심을 눈길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유가족들에게 진상규명의 해결 의지를 많이 표명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떠나기 전에 흔적 많이 남겨줘... 마음 따뜻한 아이였다"

추모식에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이날 참석한 희생자 가족들이 희생된 가족의 추억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추모식에는 희생자 이재현씨 어머니 송해진씨, 이상은씨 어머니 강선이씨와 아버지 이상훈씨, 진세은씨 고모 진창희씨, 이지현씨 어머니 정미라씨. 유연주씨 아버지 유형우씨, 문효권씨 아버지 문성철씨, 신애진씨 어머니 김남희씨, 아버지 신정섭씨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재현씨 어머니 송해진씨는 "다른 희생자에 비해 어린 고등학교 1학년, 그 또래 아이가 그런 것처럼 친구랑 노는 걸 가장 좋아하고, 개구지고 철이 덜 든 아이였다. 하지만 떠나기 전에 흔적들을 많아 남겨줘서 마음이 따뜻한 아이였다는 걸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이상은씨 어머니 강선이씨는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고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던 시기로,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이었다. 엄마, 아빠랑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 같은 사이였다. 시험 준비하면서 삼시 세끼는 집에서 지내며 많은 이야기를 했고, 참 웃음이 좋았던 아이였다"라고 기억했다.

진세은씨 고모 진창희씨는 "코로나19 시절 대학을 입학해 MT도 제대로 못 가고, 대면 강의도 제대로 못 들어서 대학생활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태원에 가게 돼서 기대를 많이 했었다"며 "늘 밝고 싹싹한 조카였다. 코로나 때문에 이동이 어려울 때도 할머니를 보기 위해 대전에서 성심당 빵을 사서 옥천의 할머니를 만나러 갔던 싹싹한 조카였다"고 기억했다.

유연주씨 아버지 유형우씨는 "꿈을 위해 하루라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아이였다. 친구에 대한 배려가 많아 인기가 많았다"며 고등학교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공부하다가 친구가 배가 고프다고 하니까 갑자기 친구를 교장실로 데리고 가서 교장 선생님께 배가 너무 고프니까 짜장면을 시켜달라고 부탁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유연주씨는 다이어리에 하루하루를 다짐하는 문구가 써 있었다고 한다. 그 다이어리는 3년 전 10월 29일로 멈춰져 있다.

이지현씨 어머니 정미라씨는 "여행을 참 좋아하고 하루하루를 알차게 계획을 짜고 사는 딸이었다. 결혼을 준비하던 시기였고 예쁜 웨딩 사진까지 찍어서 어떤 사진을 식장에 놓을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그 사진을 보지 못하고 떠나 버렸다"고 가슴 아픈 기억을 이야기했다. 할머니, 외할머니한테도 음식 이야기도 나누며 소통하는 친근감 있는 딸로 기억했다.

문효근씨 아버지 문성철씨는 효근씨의 장례식장에서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개했다. 학급의 반장이었던 효근씨가 학교의 일진이 아이들을 너무 괴롭힐 때, 학급 반장으로서 일진 아이들에 대해 당당하게 잘못을 지적해서 반 친구들로부터 영웅이라고 불렸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아이였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신애진씨 어머니 김남희씨는 애진씨가 참사 당시 사회 초년생으로 9월부터 출근을 시작한 시기였다고 떠올렸다. 여행과 새로운 도전을 좋아했고 '친칠라'라는 동물을 많이 닮아서 '신칠라'라는 별명이 있었다고 한다. 애진씨가 13살에 썼던 일기장에는 "중요한 건 내가 13살이라는 것, 인생을 시작하는 나이라는 것, 나는 현재형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달릴 것이다"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항상 꿈을 갖고 있던 애진씨의 그 꿈을 엄마, 아빠가 대신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아태원 참사는 국가의 역할이 수행되지 않은 참사"

이태원 참사는 형사적 처벌과 함께, 행정 업무에서의 부적절함을 밝히기 위한 감사도 중요한데, 지금까지 그 감사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유족들은 지적했다. 공무원들의 그날 업무 상황을 밝히는 것이 진상규명을 밝히는 데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라는 뜻이다. 그 부분을 가족들 이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현 정부가 지난 23일 감사 결과를 드디어 발표했다. 송해진 운영위원장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연주씨 아버지 유형우씨는 '희생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에 세상을 원망했지만, 시민들의 용기와 응원이 계속 싸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추모식의 사회를 맡은 미국 엘에이의 김미라씨는 "앞으로도 뒤돌아 보면 그 뒤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믿고 앞으로 당당히 가시면 좋겠다"라고 격려와 응원의 말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송해진 운영위원장이 몇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 이태원 참사가 국가의 역할이 수행되지 않은 참사라는 것을 우리 사회가 재각성을 해야 한다. 둘째 추모공간이 '별들의 집'은 임시 추모공간으로 매년 임대를 갱신하고 있는데. 완성된 추모공간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시민들과 자주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셋째, 기억이 어렵거나 슬프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이 힘듦을 더 확장된 의미로 기억하기 위해서는, 다른 누구와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다. 추모와 연대의 마음이 이야기를 통해서 풍성해지고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서울에 오시게 되면 꼭 '별들의 집'에 오시면 좋겠다."

희생자들의 고통과, 그들을 읽은 가족의 슬픔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이야기처럼, 그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이들이 있다면 그것도 조금은 가벼워지고, 진실을 밝히는 길도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로소 시작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의 길에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추모식은 유튜브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https://youtu.be/Mpd_Z0Kv44I?si=z_LS4Xh1cvRAvuSe)


#이태원참사#해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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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의 장애인 인형극단 '종이풍선(紙風船)'에서 일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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