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G6'는 유엔이 정한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여섯 번째 목표로, "모두를 위한 깨끗한 물과 위생 보장"을 의미한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식수와 위생시설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지금 이 순간에도 약 20억 명이 안전한 식수를 마시지 못하고 있으며, 그중 많은 이들은 국제사회의 원조 대상이 되는 지역에 살고 있다.
'그 많은 ODA(공적개발원조)는 어디로 갔을까?'
이 질문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개발 협력 관계자들의 가슴을 찌른다.
"강물은 정수해서 마시면서, 왜 빗물은 안됩니까?"
내가 이런 질문을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빗물은 더럽다"는 편견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다. 빗물은 원래 가장 깨끗한 수자원이다. 문제는 관리와 교육, 즉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정화하며, 누가 주인이 되는가다.
나는 아시아 여러 국가(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태국, 미얀마 등)에서 실제로 학교에 빗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시설을 만들고, 3년 이상 성공적으로 유지되는 사례를 보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학생들이 스스로 수질을 측정하고, 주변 시설을 꾸미며 주인의식을 갖는다는 점이다. 단지 물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시민으로의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빗물챌린지베트남 하롱베이에 있는 NBK 학교 학생들이 빗물 블라인드테스트 결과를 보고 즐거워 하는 장면. 빗물 15표, 고급생수 12표, 보통생수 2표. ⓒ 한무영
베트남 하노이 근교의 LyNhan 보건소. 이곳은 2019년부터 지금까지, 빗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별도의 정수기 없이, 단순한 침전과 필터, 소독으로 운영된다. 의사와 간호사가 직접 관리하고, 고장도 스스로 수리한다.

▲베트남 LyNhan 보건소 빗물식수화 시설2019년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가 WHO(세계보건기구) 와 협력하여 설치한 빗물식수화 시설. 지금까지 250톤 정도의 최고급 음용수를 생산하였다. 이 시설은 WHO의 홈페이지에 자세히 보도 되었다. https://www.who.int/vietnam/news/detail/31-08-2019-who-snu-and-vihema-collaborate-to-improve-wash-in-ly-nhan-district-hospital-ha-nam-province ⓒ 한무영
한국형 ODA는 단순히 물건이나 기술을 "주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개발이 아니라 일회성 기부에 불과하다. 한국의 위대한 유산인 세종대왕의 애민(愛民) 정신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세종은 늘 묻고 답했다. '백성들이 겪는 고통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그들이 스스로 배우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철학은 훈민정음에도, 측우기에도 담겨 있다. 백성을 위한 언어를 만들고, 농사와 물관리를 위한 기술을 백성의 손에 쥐어 주었다. 이것이 진정한 '기술 이전'이며 '주민 주도'의 시작이다.
한국형 ODA는 이제 이러한 철학을 이어 받아야 한다. 거대한 설비나 복잡한 매뉴얼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이해할 수 있고, 직접 운영하고, 유지관리까지 가능한 기술이어야 한다. 빗물식수화 시스템은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자연에서 떨어지는 깨끗한 물을 현장에서 즉시 모아, 간단한 필터와 저장장치를 통해 안전하게 음용수로 만드는 이 기술은, 돈이 없어도, 복잡한 문서가 없어도, 누군가의 허가 없이도 주민 스스로 운영할 수 있다.
심지어 캄보디아나 베트남의 시골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수질과 수량을 측정하고, 시스템을 장식하며, 경쟁까지 벌이며 운영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기술이 단순하기 때문이고, 교육과 놀이 요소가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ODA는 이제 "주는 사람 중심"에서 "받는 사람 주도"로 철학이 전환돼야 한다. 세종대왕이 그랬듯이, 가장 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디자인, 가장 단순한 기술을 통해 가장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한국형 ODA의 길이며, 빗물은 그 길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게임처럼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빗물 관리
최근 우리는 캄보디아에서 빗물 식수화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게임처럼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마시는 물의 수질을 직접 측정하고, 수분 센서를 이용해 땅이 얼마나 촉촉한지 기록한다. 그리고 결과를 앱에 입력해 포인트를 얻는다.
이름하여 'Rain School 챌린지', 학생들 스스로 기후시민이 되어가는 교육 과정이다. 앱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포함돼 있다.
- 사진을 찍고 인증하면 점수 획득
- pH, 탁도 등 수질 측정기록 업로드
- 비교·분석 퀴즈 참여
- 지역 대항전 방식의 순위 시스템
단순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즐기며 익히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교육받은 학생들은 마을의 빗물 지킴이(BiTS, Rain School Member)가 된다.
물 문제는 단지 '공급'이 아니라 '관리와 주인의식'의 문제다. 우리가 제안하는 빗물식수화 시스템은 단지 하드웨어가 아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구조, 앱으로 교육하고 점검하는 소프트웨어, 학생·여성·의료진이 주체가 되는 운영 체계가 돼야 한다. 이런 방식의 시스템은 적은 예산으로도 유지 가능하며, 무엇보다 주민 스스로 해결자가 될 수 있다.
ODA는 기술 이전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이어야 한다. '빗물은 식수가 될 수 없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빗물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깨끗한 식수'라는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시작은 세종대왕의 철학을 계승한 한국형 ODA, 그리고 게임처럼 재미있고, 앱으로 확인 가능한 빗물 교육 시스템이다. 우리가 진짜 도와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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