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가 9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난 2022년 3월, 김건희씨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통화하면서 "대선 기간 통일교쪽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한학자 총재를) 비밀리에 만나뵈러 가겠다"고 언급한 녹음 파일이 24일 공개됐다. 그런데 같은 날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통일교 고위 간부와 연락해 이 '비밀 만남'을 직접 언급하며 "그렇게 일정을 잡으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김건희와 전성배, 그리고 통일교 사이의 연결고리가 확인된 것이다. 또한 전씨는 통일교로부터 받은 샤넬 가방과 고가의 목거리를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형사부(우인성 재판장)은 이날 김씨 관련 네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전씨와 윤 전 본부장이 모두 증인으로 출석했다. 먼저 진행된 전씨 증인신문에서 특검 측은 지난 2022년 3월 30일 김씨와 윤 전 본부장이 나눈 녹취록을 재생했다.
윤 전 본부장 : "(한학자 총재님과) 윤 후보님이 대통령이 되신다고 저희는 생각을 했고 저희가 이렇게 액션을 한 게 처음이다. 교회만이 아니라 학교나 전체 대한민국 조직, 기업체까지 다 동원해서 한 건 처음이다."
김건희 : "감사하다. 너무 감사하다. 총재님 인사 드리러 가야 하는데 언제가 좋을지 모르겠다. 비밀리에 꼭 인사드리겠다. 말로만 하는 것보다 언제 한 번 전 고문(전성배)과 상의해서 총재님을 꼭 만나뵙고 인사를 드리겠다."
그런데 같은 날 전씨는 통일교 측 고위 간부와 또다른 통화를 한다.
전성배 : "종교 같은 것들을 먼저 선점해야 한다. 거기서 통일교가 최고다. 너무나 솔직한 얘기로 이번(대선)에 은혜를 입은 거다. 은혜를 갚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충분히 했고, 여사님도 충분히 납득을 했다. (중략) 지금 통화를 했다. 여사님하고. 그랬더니 윤 전 본부장이랑 통화를 다 했다고. 한학자 총재하고 여사가 비밀리에 미팅하기로 했다니까 그렇게 일정을 잡으시면 될 거야. (중략) 통일교가 이쪽을 도우면 전 분명히 은혜를 갚는다고 말씀드린다."
진술 바꾼 전성배 "통일교에서 받은 샤넬 가방·
반 클리프 목걸이 전달"
이날 윤 전 본부장은 전씨와 처음 만났을 때 윤석열·김건희씨뿐 아니라 과거 장관을 지낸 인물, MB정부 시절 관계자들과의 친분을 앞세워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김씨와의 전화 연결을 요청한 뒤 실제로 김씨와 통화하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친분을 확신했다는 것이다. 이후 고가의 샤넬백과 6200만원 상당의 반 클리프 목걸이를 전달하는 계기가 됐다.
이날 전씨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김씨의 수행비서였던 유경옥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통해 김씨에게 윤 전 본부장에게 받은 샤넬 가방과 반 클리프 목걸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과거 김건희특검(민중기 특별검사) 조사 과정에서 "물건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 자신의 진술을 뒤집은 것이다. 전씨는 과거 거짓말 한 사실을 인정하고 "저도 종교인인데 거짓말을 계속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통일교가 당초 김씨를 접촉하려 했던 것, 한 총재와 통일교가 지향하는 가치를 지지하는 대통령·국회의원 당선으로 국가 정책을 만들고자 했다는 게 윤 전 본부장의 설명이다. 실제 통일교 한 관계자가 주요 간부 회의에서 기록한 메모에 따르면, 통일교는 당초 대선 후보를 통일교인 수, 즉 '표'로 설득하고 경제적으로 후원해 당선시킨 뒤 이후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요구할 계획이었던 걸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