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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제련소 굴뚝 굴뚝(높이 90m)은 1935년 일본이 국내 금.동을 제련, 수탈해가기 위해 한국광업제련소(10여만평)를 만들면서 건립됐다. 지금 남아있는 굴뚝은 1979년에 기존 낡은 굴뚝을 헐고 그자리에 새로 세운 것이다.
장항제련소 굴뚝굴뚝(높이 90m)은 1935년 일본이 국내 금.동을 제련, 수탈해가기 위해 한국광업제련소(10여만평)를 만들면서 건립됐다. 지금 남아있는 굴뚝은 1979년에 기존 낡은 굴뚝을 헐고 그자리에 새로 세운 것이다. ⓒ 문운주

서천의 가을은 갈대에서 시작된다. 갈색빛 물결을 따라 걷다 보면, 그 끝에는 장항이 있다. 바다와 송림 그리고 오래된 굴뚝이 한 풍경 안에 담기는 곳. 지난 16일 오후, 신성리 갈대밭 탐방을 마친 뒤 장항으로 향했다. 산업의 기억 위에 자연이 새 생명을 불어넣은 도시, 그곳에서 가을은 한층 더 깊고 단단하게 빛난다.

장항도시탐험역 장항역은 ‘장항화물역 리모델링 및 공생발전 거점조성 사업’을 통해 2019년 <장항도시탐험역>이라는 이름의 문화관광플랫폼으로 재탄생
장항도시탐험역장항역은 ‘장항화물역 리모델링 및 공생발전 거점조성 사업’을 통해 2019년 <장항도시탐험역>이라는 이름의 문화관광플랫폼으로 재탄생 ⓒ 문운주

장항으로 들어섰다. 오래된 역사(驛舍)가 새로운 숨결로 살아났다. '장항도시탐험역'이라 이름 붙은 이곳은, 한때 산업도시의 관문이던 장항역을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킨 공간이다. 낡은 대합실은 이제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열린 문화의 홀로 변해, 과거의 기억 위에 현재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야기뮤지엄'에서는 장항의 산업사와 사람들의 삶을 생생히 전한다. 창밖으로는 옛 철로가 여전히 바다 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역사를 품은 공간에서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장항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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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는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을 형상화한 독특한 구조물이다. 정상에 오르니 장항읍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보이는 굴뚝은 일제강점기 금·동 제련소의 흔적이다. 주민들의 보존 노력 덕분에 오늘날 장항의 상징이자 산업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장항도시탐험역' 2층에서는 피카소의 판화·도자·사진·미디어 영상 등 30점이 전시돼 있다. 작품을 찬찬히 감상하며 예술의 여운을 느꼈다. 전시장을 나서자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그 여운을 안고 장항송림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해송의 숲, 바람의 길 장항송림자연휴양림

장항송림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 해변에 위치. 소나무가 1.5km의 해안을 따라 이어져 숲을 이룬곳
장항송림서천군 장항읍 송림리 해변에 위치. 소나무가 1.5km의 해안을 따라 이어져 숲을 이룬곳 ⓒ 문운주

장항송림자연휴양림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송 숲 명소 중 하나다.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가 1.5km 해안을 따라 늘어서 있으며, 바다와 숲이 만나는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이곳의 해송은 해풍을 맞으며 자라 곧고 단단하다. 숲길을 따라 진초록 맥문동이 운치를 더한다.

우리나라에는 이 밖에도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많다. 경주의 삼릉과 수원 융건릉은 왕릉을 감싸 안은 노송들이 고즈넉한 품격을 자아내며,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숲으로 유명하다. 충남의 안면도 소나무숲은 안면송이라 부르는 천연림이 펼쳐져 있어 장항송림과 함께 '서해안의 대표 소나무길'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장항송림은 바다, 갯벌, 송림이 한눈에 어우러진 풍경으로 독특하다. 바다와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숲이다. 1954년 장항농업고등학교 학생들이 바닷바람과 모래날림으로부터 학교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약 2년생 곰솔 묘목을 직접 심어 조성했다고 한다. 약 1만 2000그루의 해송이 70년 세월 동안 자라 지금은 장항 해안을 따라 장대한 숲을 이룬다.

서천(송림)갯벌 충청남도 서천군 서면과 장항읍 송림리 유부도 일대의 연안 습지. 새만금 갯벌이 사라진 후 금강 하구에 남아 있는 유일한 하구 갯벌.
서천(송림)갯벌충청남도 서천군 서면과 장항읍 송림리 유부도 일대의 연안 습지. 새만금 갯벌이 사라진 후 금강 하구에 남아 있는 유일한 하구 갯벌. ⓒ 문운주

장항 스카이워크 기벌포해전 전망대
장항 스카이워크기벌포해전 전망대 ⓒ 문운주

서천갯벌 맨발로 갯벌 을 걷고 있는 모습
서천갯벌맨발로 갯벌 을 걷고 있는 모습 ⓒ 문운주

먼저 스카이워크에 올랐다. 철제 데크를 따라 걷자 마치 하늘 위를 떠 있는 듯했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해송 사이로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드러난다. 발아래 반짝이는 갯벌과 멀리 보이는 굴뚝은 장항제련소의 역사, 송림과 바다가 어우러진 장항의 시간을 함께 품고 있었다.

전망 끝자락에 서면 숲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송림은 물결치듯 이어지고, 유부도·대죽도·소죽도가 바다 위에 떠 있다. 갯벌에서는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보이고, 파도와 새소리가 섞여 장항의 오후를 고요하게 채운다.

이 바다 앞은 676년, 통일신라의 기벌포해전이 벌어졌던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신라 수군이 당나라 함대를 물리치며 자주 통일을 완성했던 전투의 무대다. 지금의 잔잔한 물결 속에도 그날의 격전과 승리의 숨결이 흐르는 듯했다.

숲으로 들어서면 소나무 향이 가슴 깊이 스며든다. 산책길을 따라 평상과 정자, 의자 같은 쉼터가 군데군데 놓여 있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어가기 좋다. 소나무 사이사이에 피어난 맥문동이 숲에 싱그러움을 더하고, 솔바람과 햇살이 어우러진 장항의 숲은 걸음마다 편안한 숨결이 느껴진다.

하늘길 스카이워크와 송림휴양림 길에 이어, 다음은 갯벌길이다. 이곳 서천 갯벌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지역으로 바다와 숲, 하늘이 맞닿은 생태의 보고다. 이 길 위에서 마주하는 갯벌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자연의 교과서이자,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쉼의 공간이 된다.

산업의 흔적과 생태의 풍경이 공존하는 장항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오래된 철도와 제련소의 기억, 그리고 송림과 갯벌의 자연이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며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의 장항은 과거를 품은 채, 새로운 생태문화도시로 다시 숨 쉬고 있다.

장항 송림산림욕장 충남 서천군 장항송림산림욕장과 장항 스카이워크 일대를 담은 풍경
장항 송림산림욕장충남 서천군 장항송림산림욕장과 장항 스카이워크 일대를 담은 풍경 ⓒ 문운주
서천갯벌 2021년 7월에‘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지역 중 하나다.
서천갯벌2021년 7월에‘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지역 중 하나다. ⓒ 문운주
서천갯벌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
서천갯벌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 ⓒ 문운주

#서천#장항#장항송림#장항스카이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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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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