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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운항 열흘 만에 멈춘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버스를 논할 때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를 빠트릴 수 없다. SH는 한강버스 운영 회사에 출자금을 냈고, 무려 876억 원을 대출해줬다. 사실상 사업을 떠맡게 된 SH의 이사회는 한강버스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었다. <오마이뉴스>는 세 차례에 걸쳐 과거 SH 이사회 회의록 속 '예견된 미래'를 살펴본다.

 지난 10월 2일 무승객 운항 중인 한강버스
지난 10월 2일 무승객 운항 중인 한강버스 ⓒ 김지현

한강버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력 사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늘어나는 사업비 증가에 따른 대여금 시행 등 '궂은일'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떠안은 모양새다. 한강버스 운영을 위해 설립된 민관합작회사 (주)한강버스에 SH가 51%의 지분(출자금 51억 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강버스의 나머지 지분 49%는 이랜드 계열사 '이크루즈' 소유다(출자금 49억 원).

SH 이사회는 한강버스와 관련해 이크루즈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표시했다. 이크루즈가 260억 원에 이르는 초기 투자금(대여금)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사이 SH는 장·단기 대여금 등으로 (주)한강버스에 총 876억 원을 대여했다. SH는 서울시가 100% 출자해 설립한 지방공기업이다.

<오마이뉴스>가 이영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중랑구 제1선거구)을 통해 확인한 SH 이사회 보고안건·속기록·회의록(2024년 2월~2025년 7월, 396회·404회·406회·412회·414회 이사회)에는 이크루즈에 대한 SH의 불만과 우려가 그대로 담겨있다. 문서 속 발언자는 모두 익명으로 처리됐다.

초기 260억 대여 안 한 이크루즈에 '불만'

 이랜드그룹의 계열사 이크루즈.
이랜드그룹의 계열사 이크루즈. ⓒ 이크루즈 누리집 갈무리

한강버스의 초기 투자비용은 (주)한강버스 출자 회사인 SH와 이크루즈가 대여해주기로 했었다. 지분율에 맞춰 SH가 270억 원, 이크루즈가 260억 원을 대여해 선박 건조사업비 재원을 마련하려 했다. 그런데 이크루즈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한강버스 법인이 설립됐다. '한강버스 사업 추진현황 보고'가 안건으로 오른 2024년 10월 8일 404회 SH 이사회에서 한 참가자는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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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크루즈 입장에서는 법인(주식회사 한강버스)이 설립되기 이전에 돈을 못 내겠다는 것을 서울시에 통보하고 공사에 통보한다. 그래서 이 상황에 대해서 저희(SH)는 심각성을 느끼고 그러면 이크루즈가 대여금 260억 원을 현재 대여 못한다고 하면 그만큼 페널티가 있어야 된다 판단을 했다. 그 당시 한강버스가 설립 안 되면 사업 추진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급하게 설립을 하면서 저희가 이크루즈 의결 49% 중에서 25%를 의결권 없는 주식으로 전환시킨다.(괄호 안은 기자 주)

이크루즈의 260억 대여금 미이행을 두고 한 이사는 "당초 계약하고는 전혀 상반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사업비가 증가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까 검토는 해서 최대한 노력은 하겠다는 것이 이크루즈 입장"이라면서도 "이크루즈는 계속 요청을 적극적으로 하지만 이랜드그룹 차원에서 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11월 서울시는 이크루즈 투자 계획 미이행시 주식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통해 SH가 이크루즈의 지분을 매수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24년 11월 자금 고갈 한강버스... 495억 빌려달라고 손 벌리다

결국 SH가 대여금 시행 등으로 사업 추진 비용 부담을 짊어졌다. 2024년 11월 21일 406회 이사회에 (주)한강버스 단기대여금 지원(안)이 안건으로 올랐다. 당시 (주)한강버스는 자본금 100억과 SH 대여금 270억 원을 전부 소진해 자금 고갈 상태였고, 2024년 연말까지 865억 사업비 지출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신설법인이라 신용대출도 불가능하고, 선박을 만드는 중이라 담보 대출도 어려웠다. (주)한강버스는 이미 지출한 370억 원 외에 495억 원의 단기 대여금이 필요했다.

한 이사는 안건 설명을 들은 뒤 "서울시에서는 사업 중단 위기에 놓인 중차대한 상황에도 시 지원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확정이 부재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원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확정적 내용이 포함된 전제조건으로 조건부 가결이 필요하다"라고 판단했다.

이사회는 향후 (주)한강버스의 선박담보대출 및 PF 대출, 추가 수입원 발굴과 서울시의 추가 재정 지원 등을 검토한 뒤 1년(단기) 만기 일시상환, 이자율 4.6%를 조건으로 단기대여금 495억 원을 시행했다(보고문건 표기 기준).

870억 넘는 대여금... "상환계획 여전히 불투명" 지적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7월 11일 서울 강남구 SH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출범식 및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월 11일 서울 강남구 SH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출범식 및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SH 제공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5개월가량이 지난 2025년 4월 23일 '(주)한강버스 추가 단기대여금 지원(안)'이 상정됐다. 필요한 금액은 110억 원. 이날 회의에서 한 이사는 "단기 대여의 필요성에는 깊이 공감한다"면서 세 가지 사항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

"첫 번째, 기존 대여금 상환 가능성과 민간 차입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책이다. 현재 우리 공사는 총 765억 원 중 270억 원 장기 그리고 495억 원으로 단기로 이미 대여했다. 금번 110억 원이 추가된다면 875억 원이 투입되는 구조다. 그러나 이에 대한 상환계획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중략) 두 번째, 사업의 구조적 불안정성과 자구노력의 부족에 대한 우려다. (중략)

세 번째, 공동 출자사 이크루즈의 책임 분담 부족에 대한 지적이다. 우리 공사는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사업의 기획부터 조달, 운영, 리스크(위험요소)관리까지 사실상 단독으로 책임지는 구조다. 반면 이크루즈는 출자 외 별다른 재정적 기여나 리스크 분담이 확인되지 않은 구조다. 이는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 간의 공정성과 사업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심각한 불균형이다. 따라서 공동사업자 간 협약 재검토와 함께 이크루즈의 실질적 재정 기여 확대 방안이 명문화돼야 한다."

답변에 나선 한 참가자는 "이크루즈 나름 자체적으로 사업에 대한 투자 여부를 크게 고심하고 있는 중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사는 "이크루즈가 신의성실에 맞게 책임을 다 하고 있는가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저희들이 대여금을 계속 대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크루즈가 전혀 협조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이익 배당에서 제한한다든지 하는 방향으로 협약 변경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SH이사회는 "그레이트 한강의 성공이라는 큰 로드맵 아래서" 110억 원의 추가 단기대여금 지원안을 가결했다. 6개월 만기 일시상환에 이자율 4.6%였다(보고문건 표기 기준).

"사업 잘 안 됐을 때 이크루즈가 변제할 능력이 과연 되는지..."

 10월 2일 한강버스 압구정 선착장 인근 모습.
10월 2일 한강버스 압구정 선착장 인근 모습. ⓒ 김지현

올해 7월 24일엔 추가 단기대여금 지원 관련 조건부 의결사항을 보고하는 이사회가 열렸다. 4월 23일 이사회에서 언급된 '이크루즈 역할 강화' 관련 이크루즈의 응답도 공유됐다. 서울시 측은 이크루즈에 여러 가지를 요구했지만, 이크루즈는 현물 지원 방안 구체화 조건만 수용했다. 선박직원용 휴게실·현장사무실, 급유·계류 가능 선박 승선대, 선박수리대, 선박 피항지를 제공하겠다고 답한 것. 이크루즈는 선박 직원 교육 등 물적보다는 소프트웨어 부분을 맡는다는 입장이다.

한 이사는 "우리만 (자금을) 대여해주고 급해서 불을 끄려고 달려들고 있는데 만에 하나 이 사업이 잘 안 됐을 때에 대한 책임은 이크루즈가 변제할 능력이 과연 되는 건지, 나중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장치가 필요하다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회가 열리기 전, (주)한강버스는 우리은행 신한은행에 총 500억 원 대출을 체결했다(2025년 6월 23일). 이 과정에서 SH는 컴포트레터(어떤 회사의 재정 상태나 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주는 문서)를 써줘 (주)한강버스의 신용을 보강했다. 이를 두고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 원을 갚지 못할 경우 SH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영실 서울시의원은 "SH가 사실상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민간 공동출자사는 거의 책임을 지지 않고, SH만이 모든 리스크를 떠안고 있다"라며 "상환계획이 불투명한데도 시는 구체적 지원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민 혈세로 민간 부담을 대신 떠안는 이런 구조는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강버스#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오세훈#이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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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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