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은 이제 우리 일상에서 낯설지 않다. 냉장고는 남은 식재료를 알려주고, 자동차는 도로 상황을 감지하며, 스마트워치는 사용자의 심박수와 활동량을 실시간으로 서버에 전송한다. 201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된 이 기술은 가전제품, 자동차, 웨어러블 기기까지 모든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우리의 생활은 데이터를 통해 끊임없이 대화하는 '사물 생태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연결망은 점차 인간이 만든 사물의 세계를 넘어 살아 있는 생명으로 확장되고 있다. 위성을 통해 철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센서가 식물의 수분과 영양 상태를 분석하며, 미생물의 성장 패턴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인간의 기술과 자연의 생명체가 같은 데이터 언어로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정보 체계가 생명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은 더 이상 생명을 관찰하는 도구가 아니라, 생명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글은 그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두 권의 책을 다룬다. 하나는 마르틴 비켈스키의 <동물 인터넷>(2024년 12월 출간), 또 하나는 파코 칼보의 <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2025년 5월 출간)이다. 전자는 생명 간의 연결망을, 후자는 생명 내부의 지능을 탐구한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했지만 두 책은 결국 같은 지점으로 모인다. 기술은 어디까지 확장돼야 하며, 그 확장이 생명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동물이 관찰 대상에서 네트워크의 주체로

▲<동물 인터넷> 책 표지. ⓒ 휴머니스트
<동물 인터넷>은 기술과 생태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지구 생태학'을 바라본다. 저자 마르틴 비켈스키는 독일 막스플랑크동물행동연구소 소장으로, 위성을 통해 전 세계 동물의 이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이카루스(ICARUS)'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2018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송수신 장치를 설치하고 2019년 시험 운용을 거쳐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이 프로젝트는, 철새·코끼리·거북 등 다양한 동물에게 초소형 송신기를 부착해 위치, 속도, 체온, 기압, 습도 등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 받는다.
비켈스키는 이 시스템을 통해 지구 상의 모든 동물 개체가 하나의 거대한 감각망으로 연결되는 미래를 그린다. 그는 동물이 단순한 연구 대상이 아니라, 데이터를 생산하고 신호를 주고받는 능동적 존재로 변화했다고 본다. 철새가 경로를 바꾸면 다른 무리가 그 정보를 감지해 이동을 수정하고, 해양 포유류가 해류 변화를 몸으로 느껴 집단 행동을 조정하는 현상들이 그 예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위성과 지상국, 연구자, 그리고 생명체가 얽혀 만든 새로운 생태 네트워크의 일부로 해석된다.
이카루스 프로젝트의 데이터는 오픈 플랫폼 '무브뱅크(Movebank)'와 연계돼 전 세계 연구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조기에 파악하고, 멸종 위기종의 이동 경로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한다. 비켈스키는 이러한 협력적 네트워크가 인간이 지구 생태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그는 동물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함으로써 자연재해, 감염병, 생태 교란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지만 저자는 기술의 순기능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동물에게 송신기를 부착하는 행위는 생명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고, 데이터 독점은 새로운 불평등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동물 추적 기술이 생태 보호의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감시와 통제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어떤 목적과 윤리 위에서 사용되는가라는 것이다. 비켈스키는 기술이 생명을 '관리하는 장치'로 머물지 않으려면, 투명성과 데이터 주권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물의 사고방식

▲<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 책 표지. ⓒ 휴머니스트
<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는 인간의 시각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식물의 인지 능력을 탐구한다. 저자 파코 칼보는 스페인 무르시아대학교 식물신호전달및행동철학연구소(MINT) 소장으로, 식물의 행동과 의사 결정을 인지 과학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연구자다. 그는 식물이 빛, 수분, 영양, 중력, 그리고 이웃 식물의 존재를 감지하며, 환경 자극에 따라 스스로 전략을 세운다고 본다.
칼보에 따르면 식물의 뿌리는 장애물을 피하고, 덩굴은 지지대를 찾아 방향을 바꾸며, 잎은 빛의 방향을 따라 회전한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화학 작용이 아니라, 환경 자극을 인식하고 조정하는 능동적 행위로 해석된다. 그는 이를 '뇌 없는 사고'로 부르며, 생명체의 사고가 반드시 신경계나 뇌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식물은 감각을 통해 환경을 학습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행동을 바꾼다.
칼보는 이러한 사고 방식을 '체화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의 예로 설명한다. 생각은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과정이 아니라, 몸 전체와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식물은 특정 기관이 아니라 전체 구조가 하나의 분산된 인지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뿌리, 줄기, 잎이 각각 환경을 감지하고 판단하며 전체 생존 전략을 조율한다.
그는 식물의 이러한 분산적 정보 처리 방식이 인공지능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의 두뇌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환경과 함께 사고하는 시스템이 기술의 미래라는 것이다. 칼보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닮으려 하기보다 생명처럼 환경에 반응하고 조율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의 관점에서 지능은 계산이 아니라 감각에서 출발하며, 학습은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관계의 형성이다.
결국 이 책은 생명과 지능을 분리해 온 근대적 사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식물의 느리고 정교한 사고 체계를 통해 칼보는 '살아 있는 지능'의 정의를 다시 쓰고, 기술이 생명으로부터 배워야 할 감각의 윤리를 강조한다.
두 책이 만나는 지점
<동물 인터넷>이 생명 간 네트워크를, <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가 생명 내부의 지능을 보여준다면, 두 책이 만나는 지점은 '생물 인터넷(Bio Internet)'이다. 전자가 위성과 센서를 통해 지구의 감각망을 구축했다면, 후자는 생명 내부의 감각망을 해석하며 사고의 개념을 확장한다. 하나는 외부의 연결을 다루고, 다른 하나는 내부의 연결을 다루지만, 두 시선은 결국 같은 철학으로 이어진다.
기술은 인간이 사물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에서 벗어나, 생명과 관계 맺는 언어로 변화하고 있다. 위성은 새의 시선을 대신하고, 센서는 나무의 촉각을 확장한다. 데이터는 인간의 수학적 언어를 넘어 생명의 언어로 번역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라 관계의 일부가 된다.
생물 인터넷의 도래는 생명과 기술이 서로를 닮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복잡한 윤리적 과제도 남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그 데이터가 어떤 목적에 사용되는지에 따라 기술은 공존의 수단이 될 수도 있고, 감시의 체계로 변할 수도 있다. 두 저자는 기술의 확장이 윤리의 확장을 동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한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책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생물 인터넷이 현실이 되려면 기술 개발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데이터의 소유권과 접근 권한, 상업적 이용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동물에게 부착된 송신기가 생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가능성, 식물의 성장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생태계가 교란될 위험 역시 검토 대상이다. 생명체를 대상으로 한 기술 실험은 과학적 안전성과 윤리적 기준 위에서만 가능하다.
두 책은 공통적으로 기술의 속도와 생명의 속도 사이의 간극을 지적한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생명은 느리게 반응한다. 이 간극을 메우는 일은 인류의 과제다. 기술이 생명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 생명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함께 진화하기 위해선 그 속도를 맞추는 일이 필요하다.
생명에 대한 새로운 태도의 시작
결국 생물 인터넷의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기술이 얼마나 빨리 연결망을 구축하느냐보다, 그 연결이 어떤 관계를 만들어내는지가 더 중요하다. 생물 인터넷은 단순한 과학기술의 다음 단계가 아니라, 생명에 대한 새로운 태도의 시작이다.
<동물 인터넷>이 지구의 감각망을 기술로 확장했다면, <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는 사고의 개념을 생명 전체로 넓혔다. 생명은 연결된 지성이고, 기술은 그 지성을 해석하는 또 다른 감각이다. 사물인터넷이 사물과 사물을 연결했다면, 생물 인터넷은 생명과 생명을 잇는다. 인간은 더 이상 중심이 아니다. 기술은 생명을 읽는 언어가 되고, 생명은 기술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두 책이 제시하는 비전은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기후 위기, 팬데믹, 생물 다양성 붕괴로 위태로운 오늘의 지구에서, 생물 인터넷은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안한다. 그것은 기술이 생명을 모방하는 단계를 넘어, 생명과 함께 배우는 시대로의 전환이다.
사물 인터넷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사물을 연결했다면, 생물 인터넷은 생명과 생명을 연결하며 공존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빠른 기술이 아니라 더 깊은 이해다. 인류세에서 종간(Interspecies) 시대로의 도약, 그 문 앞에 우리는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