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어게인(Yoon Again)'을 외치고, 찰리 커크 추모 포스터를 붙이며, 혐중시위를 벌이는 이들의 맨 앞에 청년들이 서 있다. 대한민국은 '극우청년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분열을 마주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법정, 대학가, 시위 현장, 기도회 등에서 20여 명의 청년들과 직접 만나 이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취재했다.

▲청년 단체 'YEFF(Youth Election Fraud Fighters)'에서는 지난 9월 15일 오후 9시 50분 온라인 기도 모임이 진행됐다. ⓒ 오마이뉴스
"많은 우파 스피커들이 탄압받고 있습니다. 함께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열두 청년들이 모여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는 이곳. 참가자들은 찰리 커크의 죽음에 "각성"을 외쳤고 이재명 정부에 탄압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기도를 올렸다. 지난 대선 때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해 투표소 앞을 지켰던 이 청년 단체는 이제 "하나님 안에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자"며 온라인 기도회를 열고 있었다.
이 청년 단체의 이름은 12.3 윤석열 내란 사태와 지난 대선을 전후로 부정선거와 선거관리위원회 해체를 주장한 'YEFF(Youth Election Fraud Fighters)'이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이른바 '기도로 나라를 바꾸는 모임'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매주 10여 명의 청년들이 이 기도회에 자발적으로 참석한다.
<오마이뉴스>가 기도회에서 본 청년들은 "하나님은 미리 말씀하시는 분인데 우리가 찰리 커크의 죽음, 손현보 목사의 구속을 보고도 무언가 깨닫지 못하면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이라며 마치 정교일치를 추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공유한 기도회용 PPT에는 "한국에도 보수우파가 일어나게 하고 종교를 탄압하는 정부를 하나님께 고발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이처럼 최근 기독교계에서는 교회 행사나 교리 콘텐츠를 통해 극우청년을 양성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청년 신도들이 줄고 있다는 한국 개신교계의 위기의식과 개신교 청년들의 고립화가 맞물린 결과"라며 "보수계 개신교 세력들의 확산 방식에 사회적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승만처럼 윤석열도 감옥에서..."

▲청년 단체 'YEFF(Youth Election Fraud Fighters)'에서는 지난 9월 15일 오후 9시 50분 온라인 기도 모임이 진행됐다. ⓒ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는 지난 9월 8, 15일 각각 10여 명이 참석한 이들의 기도회를 잠입 취재했다. 이 기도회는 3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A씨의 주도하에 진행됐다. A씨는 참가자들과 함께 마태복음 24장을 읽으며 "세상에서 일어나는 소식들이 복음 내용과 비슷하다"며 "지금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마지막 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문을 뗐다.
그는 "1945년 해방 이후 좌우가 완전히 갈라졌던 혼란한 시기가 다시 돌아온 거 같다"며 "그때도 지금처럼 좌파 사람들이 훨씬 많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격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우파 사람들도 격분할 거 같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A씨에 맞춰 방언 기도를 올리거나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A씨는 먼저 "이재명 정권의 본격적인 탄압이 시작되는데 '자유대학' 친구들이 마음과 생각을 지키도록 기도하자"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9일 국무회의에서 자유대학이 진행한 혐중 집회를 두고 "표현의 자유가 아닌 깽판"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 기도는 그 직후에 이뤄졌다.
A씨는 더해 "많은 우파 스피커들이 탄압받고 있다"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안창호 인권위원장, 자유대학, 여러 목사들을 위해 함께 기도했으면 한다. 이 기도 모임에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자들을 붙여주거나 이들이 한 곳에 모이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다른 참가자들도 말을 보탰다. 20대 여성이자 자유대학 활동가로 추정되는 B씨는 "자유대학 안에도 (기독교를) 믿는 친구들이 많다"며 "그들도 자유민주주의 보수 가치의 뿌리가 성경에 있고 하나님을 배제하고 논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기독교적 말씀과 철학 없이는 어떤 위대한 사람이든 무너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니 다들 기도 부탁한다"고 했다.
이들이 기도하면서 화면에 띄운 PPT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사퇴하라고 압박하는 좌파 세력을 하나님께 고발한다", "이재명 재판을 재개하고 삼권분립을 지키게 해달라",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김용현 장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서부지법 청년들의 건강을 지켜달라" 등이 담겼다.
기독교 교리를 바탕으로 사회 현안을 극우적으로 해석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이러한 기도회뿐만이 아니었다. 청년층 목사·전도사들도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러기나 정치와 종교를 엮은 콘텐츠를 적극 생산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손현보 목사가 주도하는 청소년 대상 캠프에 강사로 나와 이 대통령에 대해 "마귀한테 조종당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던 김요환 목사(경기 성혈감리교회)는 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이어갔다.
김 목사는 한 영상에서 "민주당과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것은 반기독교적 흐름 및 세력과 같이 가는 것"이라면서 "성경에서 하나님께서 창조한 질서에 어긋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왜 감히 성경을 대적하나"라고 말했다.
구독자 약 22만 명의 유튜브 채널 'FTNER'를 운영하는 김영현 전도사(하나님 얼굴 구하는 교회)도 한 영상에서 "(대선 결과에) 낙심하지 말고 부정선거 증거들을 모아 싸워야 한다"며 "만일 부정선거 세력들이 증거 인멸을 시도한다면 대한민국도 태국처럼 내각제 세력과 또 친중 세력에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줄어드는 기독교 청년, 극우 콘텐츠가 선교 돌파구"

▲유튜브 채널 'FTNER'에 지난 6월 5일 올라온 영상 속 김영현 전도사(하나님 얼굴 구하는 교회)의 모습. ⓒ FTNER
이 같은 현상에 김현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서교인문사회연구실 소속)는 "개신교와 전도 활동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떨어지며 신도들의 행동을 비상식적인 활동으로 취급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에 따라 개신교 청년들은 자신들의 가치관이 존중받지 못해 종교적 박탈감과 고립감을 느끼고 있고 이를 극우 세력이 해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극우 세력이 고립된 청년들에게 일종의 공동체를 제공해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서로 비슷한 보수적, 극우적 가치관을 공유하며 유대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이들끼리 단일하고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보는 집단적인 '필터 버블'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염려했다.
더해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교회 형식이 활성화됐고 최근 오프라인 전도 활동이 어려워 젊은 청년 목사나 전도사들은 유튜브를 새로운 선교 돌파구로 삼고 있다"며 "젊은 청년들을 유도하고 신자로서 포섭하고자 극우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통해 수익 창출까지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쟁 사회 속에서 청년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청취하거나 민주적 가치에 대해 배울 수 없어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대안적 가치와 공동체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명삼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는 "일부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반공주의나 반페미니즘 등 극우에서 다뤄지는 주제들이 설교나 신도들의 대화 속에 포함되어 있다"며 "그런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들은 청년이라면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 이후 촉발된 정치적 갈등 속에서 극우의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다. 이들이 정치적 진공 상태에 있다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 개신교계는 청년층이 줄어든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고 이들을 겨냥한 차별화된 전도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 길거리 전도나 사교적인 접근이 아닌 '함께 근현대사 내지 사회 현안을 공부하자'는 전도가 등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부 청년들이 반감을 갖는 차별금지법, 반페미니즘 등을 언급하면서 사회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극우적 관점에서 근현대사를 다시 학습하는 식의 전도 방식을 택하는 청년 목사나 전도사가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해 서 교수는 "이러한 전도 방식은 청년들에게 기존 공교육과 다른 관점과 시각을 배울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일부 보수적인 개신교 대안학교 사이에서는 현재 청소년과 청년들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교육하고 서로 교류하는 장을 마련해 자신들만의 세계를 확장해가고 있다"며 "이들은 지역 학교의 인권 조례나 정치 행사에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보수계 개신교 세력들의 확산 방식에 사회적 경각심을 갖고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극우청년 리포트①] "소변 급했다" 공시생 변명에 판사가 한 말...서부지법 담장 넘은 청년들은 지금 https://omn.kr/2fmv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