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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예수교장로회 제 110회 총회가 열리는 서울 충현교회 앞에서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여성안수 시행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제 110회 총회가 열리는 서울 충현교회 앞에서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여성안수 시행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 유튜브 CBS

세계 교회가 여성 리더십을 강화하며 포용의 길을 넓히는 가운데 한국 개신교 주요 교단은 여전히 법적으로 여성의 목회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영국 성공회는 지난 3일, 14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주교인 사라 멀러리를 캔터베리 대주교로 지명했다.

반면 최근 한국의 일부 주요 개신교 교단은 여성 목사 안수를 막는 헌법(교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남성 중심적 교단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성은 말씀만 전하라"... 예장합동, 설교권만 허용한 교단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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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은 최근 목사 자격을 남성에게만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허락하고 전국 노회에 찬반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9월 22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제110회 정기총회 마지막 날 회무에서 이뤄졌다. 이 자리에선 목사 자격을 '만 29세 이상 남자'로 명시하는 헌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전체 노회 수의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여성은 설교는 가능하지만 여전히 목사로 안수받을 수 없게 된다.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장로교 교단 중 하나인 예장합동은 지금까지 여성 목사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여성은 목사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헌법에 법적으로 명시하려는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안건은 회의 채택 이후 절차에 따라 내년 봄 정기노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기자에게 "제110회 총회 결의에 따라 각 노회가 내년 봄 정기노회에서 수의안을 투표하면, 여성사역자위원회가 그 결과를 취합해 총회에 보고할 예정"이라며 "노회 과반수와 투표수 3분의 2 이상이 확보되면 제111회 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제111회 총회는 내년 9월 14~18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며, 헌법 개정안의 최종 결과도 이때 공포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 주요 개신교 교단 가운데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허용한 곳은 예장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등이다. 반면 예장합동, 예장고신, 예장합신 등 보수 성향의 장로교단은 여성 안수를 불허하고 있다.

백소영 강남대학교 기독교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기독교사회윤리학 전공)는 22일 "여성에게 설교권은 허용하지만 목사 자격은 남성으로 제한한 결정은 신학적이라기보다 정치적 판단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나 초대교회 리더십에서 여성은 제한받지 않았다"며 "사사시대의 드보라나 왕정시대의 훌다처럼 하나님의 카리스마는 성별에 따라 제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의 지도권을 제한하는 것은 결국 가부장적 문화가 작동하는 정치적 역학의 문제"라며 "성평등 사회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타협선을 찾은 것이 강도권을 주고 치리권을 사수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여성의 설교권은 허용하면서도 안수를 제한하는 결정이 '모순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관계자는 "공식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교단 차원에서 여성 리더십 확대를 위한 다른 논의는 진행 중인가'라는 질문에 총회 관계자는 "올해 총회에서 여성사역자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전환하는 헌의안을 허락한 것이 여성 리더십 확대 필요성에 대한 교단 내 공감대의 결과"라고 말했다.

예장통합, 여성 총대 할당제 '2표'차로 부결

한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지난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린 제 110회 총회에서 '여성 총대 할당제' 법제화 안건을 부결했다. 둘째날(24일) 헌법위원회 보고 시간에 심의된 개정안은 "총회 총대를 10명 이상 파송하는 노회는 여성 총대 1명 이상을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투표 결과 찬성 494표, 반대 496표로 단 2표 차이로 부결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통합) 헌법 제 2편 정치 제 12장 제 84조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통합) 헌법 제 2편 정치 제 12장 제 84조 ⓒ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현재 예장통합 총회헌법 제2편 정치 12장 84조는 "각 노회당 목사, 장로 각 4인을 기본으로 배정하고 나머지는 입교인 비율에 따라 목사·장로 동수로 배정하되 총회원은 1500명 이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총대 파송 기준은 인원수만 정해져 있을 뿐 여성 대표자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 헌법에 명문화돼 있지 않은 것이다.

총대는 총회에 참석하는 교단의 대표자로 교단 내 중요한 안건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다. 하지만 실제 여성 대표 비율은 여전히 매우 낮다.

올해 예장통합의 여성 총대 수는 57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전체 1500명 중 3.8%에 불과해 여전히 극소수다.

100년째 제자리... 여성 리더십 제도 개혁 시급

 영국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 사라 멀랠리
영국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 사라 멀랠리 ⓒ AFP/연합뉴스

백소영 교수는 "장로교와 감리교는 한국 선교 초기 여성 사역자인 전도부인을 양성하기 위해 신학 기관을 세웠고, 그 기관이 훗날 교단 신학교로 발전했다"며 "초기엔 여성 리더십이 필요해 서둘러 만들었다가 점차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남자' 신학교로 바뀌었고 여성 전도사들은 보조자 역할로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1920년대부터 교회 여성들이 제도권 내 역할 확대를 요구하며 청원과 저항이 있었다"며 "무려 한 세기 동안 있었던 일"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선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는 제도를 개혁할 만큼의 신학적 논의이고 둘째는 이에 동의하는 구성원들의 연대와 저항이다.

"사실 신학적 내용은 준비됐다고 봅니다. 다만 성서해석방법론이 아직도 문자주의적이고 주류신학이 근본주의적인 기존 구성원들과의 '부딪힘'이 관건이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 '의제'를 가지고 한국교회와 여성계 등의 네트워크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는 교회의 변화를 위해서는 평신도 여성들의 인식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신앙과 역량 면에서 검증된 여성 지도자들이 많지만 제도권 안에서 효과적인 리더십 교육이 가능하려면 여성 평신도들의 인식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각 교회나 교단,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여성만의 신학·신앙 교육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강남대학교 일반대학원 신학·윤리 전공과 연계해 '평신도 교회여성 리더십 센터' 설립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여자 목사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자 평신도들 역시 가정에서의 역할을 교회에서 반복하는 정도를 '기독교적 헌신'으로 제한하는 기존의 수행성을 넘어서야 합니다. 각자 받은 은사대로 협력해 선을 이루는 공동체야말로 교회의 본래 모습 아닐까요?"

#여성안수#개신교#대한예수교장로회#기독교#예장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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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상 속 소소한 것들에 관심이 많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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