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공모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10.21 ⓒ 연합뉴스
그룹 카카오가 2년 넘게 이어진 '사법리스크'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해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지난 2023년 2월 SM엔터 주가를 조종했다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원이 모두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관련 기사:
[속보]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 '시세 조종' 혐의 무죄 https://omn.kr/2fq6a).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양환승 재판장)는 21일 오전 열린 선고공판에서 김 창업자가 의도적으로 SM엔터 주가를 올릴 타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보고 1심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법인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관계자 전원 역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①김범수 창업자가 지시·승인해 ②SM엔터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보다 높일 목적으로 카카오·카카오엔터가 의도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시세조종'을 했고 ③그 과정에 사모펀드(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카카오가 김 창업자 지시로 대규모로 SM엔터 주식을 사들였다고 보고 앞서 김 창업자에게 징역 15년 및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①카카오 이사회가 주가 매입이 있던 2월까지 SM엔터의 경영권 인수를 결정짓지 않은 점, 오히려 김 창업자는 인수에 소극적이었던 점 등을 근거로 당시 카카오가 반드시 SM엔터의 경영권을 인수해야 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또 ②검찰쪽이 사건 당일(2023년 2월 28일)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카카오가 SM엔터 주가를 높은 가격에 고정하려 했다며 시세조종을 주장한 것과 달리 당시 많은 시장 참여자가 '주가 상승'을 전망했었다고 봤다.
아울러 배재현 전 대표와 강호중 실장이 평소 업무적으로 긴밀하게 의사소통하면서 통화 내역을 모두 녹취로 남겨뒀는데, 그 안에 시세조종 관련 내용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주관적인 의도 면에서 카카오측 피고인들의 시세조종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매매 양태'에도 시세조종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카카오 매수 주문 비율과 시간적 간격, 매수 방식 등을 살펴봤을 때 시세조종성 주문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매수 주문과 물량 소진 주문, 종가 주문 등 모든 걸 살펴봐도 시세조종성 주문에 해당한다 볼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③ 혐의와 관련해, 카카오쪽 피고인들이 시세조종을 했다는 게 전제돼야 '공모'가 인정될 수 있는데 ①, ② 혐의가 무죄이므로 ③ 혐의 역시 무죄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검찰의 수사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초 검찰은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근거로 ③ 혐의를 제기했는데 재판부는 그 진술이 허위이고 검찰이 별건 수사로 이 전 부문장을 심하게 압박해 거짓 진술을 만들어냈다고 판단했다. 이 전 부문장은 자신이 실소유한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카카오엔터가 고가에 인수하도록 유도해 회사에 300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양환승 재판장은 선고 말미에 "이준호는 별건 수사 과정에서 극심한 압박을 받아 허위 진술했고 그게 이런 결과에 이르렀다고 보인다"며 "사건과 관계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압박하는 방식은 이 사건처럼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주체가 어디든 이제는 지양됐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김 창업자는 이날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에 감사를 표하며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는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 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에 드리운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란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