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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한학자 통일교 총재,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세 사람 모두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에 의해 구속기소됐다.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한학자 통일교 총재,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세 사람 모두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에 의해 구속기소됐다. ⓒ 이정민, 유성호, 이희훈

"나한테 정보를 주는 분이 시시한 분이 아니다. (중략) 이건 정권 쪽이니까 가볍게 볼 게 아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재판에서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원정 도박 수사 첩보가 "정권 쪽에서 나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재판에서 윤 전 본부장의 사건 당시 육성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본부장의 3차 공판을 열었다.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에서는 김효진·오정헌 검사가 참여했으며, 구속 상태인 윤 전 본부장은 구치소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양복 차림으로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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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에서는 윤 전 본부장의 증거인멸 혐의가 주로 다뤄졌다. 윤 전 본부장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김건희씨에게 금품 등을 건네며 통일교 현안을 청탁했다는 혐의 외에도,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원정 도박에 관한 수사 정보를 획득한 뒤 통일교 직원들에 관련 증거인 통일교 회계 장부를 수정·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증거인멸)도 받는다.

공판에는 2022년 윤 전 본부장의 비서로 활동했던 통일교 관계자 A씨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윤 전 본부장과 A씨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 세 개(전화통화 두 개, 대면회의 한 개)가 공개됐는데, 여기엔 윤 전 본부장이 한 총재 수사와 관련해 ▲ 로펌의 법률 자문을 받아볼 것을 지시하고 ▲ 노트북 포맷 등 증거인멸 계획을 언급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0월 3일 A씨에게 법률 자문 의뢰를 지시하며 수사 정보를 제공받은 곳으로 "정권 쪽"을 언급했다. 아래는 법정에서 재생된 녹음파일 중 일부다.

- 윤영호 : 그게 압수수색이 오잖아. 나한테 정보 주신 분은 '그런 것도 대비를 해라'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중략)

- A씨 : 압수수색 들어오려면 정말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정도여야하는데, 저희가 그런 건 아니어서.
- 윤영호 : 그건 니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고. 항상 법적으로 대응을 준비해야하니까. 그 얘기까지 하신 거 보면 분명히 뭐 있다. 나한테 정보 주는 분이 시시한 분이 아니야. 경찰 쪽에서 나온 거니까 그냥 의무경찰 따까리 이런 게 아니야. 이건 뭐 정권 쪽이니까 가볍게 볼 게 아니야.

(2022년 10월 3일 오후 8시 22분 전화통화 녹음파일)

그간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을 조사하면서 확보한 진술을 토대로 권 의원이 한 총재의 수사 정보를 통일교 측에 유출했다고 밝혀왔다. 반면 권 의원은 특검팀 조사에서 '한 총재가 도박한다는 얘기를 들어 윤 전 본부장에게 이를 물어본 게 전부'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호 측 "도박 관련된 녹음파일이란 증거 없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공개된 녹음파일에는 윤 전 본부장과 A씨가 증거인멸을 논의하는 듯한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0월 17일 A씨와의 대면 회의에서 "내가 우선 재정하고 총무쪽은 노트북 같은 거 포맷시키라고, 그리고 웹하드 카드 디스크나 이런 데 백업을 하고 그 다음에 도전 같은 거나 테이퍼 같은 건 폐기하라 그랬어"라고 언급했다. A씨 역시 "로우 포맷을 해야 복구가 안된다"고 구체적인 방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 녹음파일에 담긴 "폐기" 대상과 관련해 A씨와 윤 전 본부장은 다른 입장을 보였다. A씨는 한 총재 수사 관련 자료라고 말했지만, 윤 전 본부장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날 A씨는 특검팀의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 특검팀 : (법률 자문 결과) 보고 후에 총무국 재정팀 자료 삭제 지시를 받은 적 있습니까?
- A : 네 맞습니다.

- 특검팀 : 이○○(윤 전 본부장 아내), △△△(통일교 관계자)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이 자료 삭제를 지시한 것입니까?
- A : 그렇습니다. 전체회의에서 말했습니다.

- 특검팀 : 그 후 자료를 실제로 삭제한 사실이 있습니까?
- A : 없습니다.

- 특검팀 : 피고인이 한학자 수사를 대비해서 자료 삭제를 지시한 것이죠?
- A : 네 맞습니다.

반면 윤 전 본부장 측은 "두 사람(윤 전 본부장과 A씨)의 대화 내용이 한 총재의 원정 도박에 관련된 내용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윤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A씨에게 "(2022년 10월 3일 녹음파일에서) 증인(A씨)이 '압수수색 나올 게 없다'고 언급한 건 원정 도박 관련해서 압수수색이 나올 리 없다는 뜻 아닌가. 증인도 압수수색 '나올게 없다'고 얘기하는데 윤 전 본부장이 걱정한 건 (한 총재의 원정 도박 사건이 아니라) 다른 사건으로 불똥이 튈까봐 그런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A씨는 "('압수수색이 나올 게 없다'고 말한 건) 당시 윤 전 본부장이 걱정을 많이 하길래 안심 차원에서 말한 걸 수 있다"고 답했다.

윤 전 본부장 측은 또 "녹음파일 전체를 들어봐도 한학자의 원정 도박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언급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특검팀은 "변호인의 질문 취지는 '한학자 원정도박과 관련 없이 윤영호 자기 사건의 증거인멸 지시를 한 거 아니냐'는 것인데, 대화의 맥락을 보면 한학자 원정 도박과 관련해서 (법률 자문과 노트북 포맷) 두 가지 솔루션이 확인된다"고 맞섰다.

양측이 공방을 벌이자 재판장은 A씨에 "피고인과의 녹음파일 (속 대화) 자체는 한 총재가 도박한 것에 대응하면서 말한 게 맞냐"고 질의했고, A씨는 "맞다"고 답변했다.

윤 전 본부장은 이날 공판에서 주로 다뤄진 증거인멸 혐의 외에도 ▲ 2022년 1월 5일 권 의원에 정치자금 1억원을 공여하고(정치자금법 위반) ▲ 같은 해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에 샤넬백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건네며(청탁금지법 위반) 두 사람에 통일교 현안을 청탁한 혐의로 지난 8월 18일 구속기소됐다. 지난 10일에는 2022년 3~4월 통일교 단체 자금을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에 쪼개기 후원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한 총재와 함께 추가 기소되기도 했다.

#통일교#윤영호#한학자#권성동#김건희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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