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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20 17:14최종 업데이트 25.10.20 17:14

황새의 날갯짓이 멈춘 개관식

생명을 위한 과학관 개관식에서, 정작 생명은 죽었다

지난 15일 김해시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 현장에서 벌어진 황새 폐사 사건은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인 황새 방사 퍼포먼스 도중 수컷 한 마리가 케이지 안에서 주저앉았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끝내 숨을 거둔 것이다.

이날 행사는 김해시가 오랜 기간 조성해온 화포천습지과학관의 문을 여는 자리였다. '생명이 숨 쉬는 습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을 내세운 개관식은 시민단체와 지역 관계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김해시는 축하의 의미로 올해 봉하뜰에서 태어난 황새 유조 3마리 상징적으로 방사하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러나 하늘로 날아오른 황새는 두 마리 뿐이었다. 황새 부부 중 수컷 한 마리가 방사 직전 케이지 안에서 힘없이 쓰러진 것이다. 사육사들이 급히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김해환경운동연합은 즉각 성명을 내고 김해시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초래한 비극"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단체는 "수컷 황새가 방사 순서를 기다리며 약 1시간 40분 동안 좁은 케이지 안에 갇혀 있었다"며 "당시 기온은 22도였지만 통풍이 안 되는 금속 상자였다면 내부 온도는 40도 이상으로 치솟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 환경정책과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방사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 대기하는 동안 사육사와 전문가들이 수시로 케이지를 열어보며 황새 상태를 확인했다"며, "황새가 대기하던 케이지는 환기구가 있고, 예산황새공원에서 황새를 들여올 때 4~5시간 이동하면서 사용했던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 편집자 주)

 방생을 진행하는 모습
방생을 진행하는 모습 ⓒ 김해시

생명을 상징하는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에서 멸종위기종이 탈진으로 죽었다는 사실 자체가 김해시의 생명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 기본적인 동물복지나 스트레스 관리조차 고려하지 않은 전시행정의 민낯이 드러났다. 김해시에 대해 ▲폐사 원인에 대한 정밀 조사 ▲공식 사과 ▲관련 책임자 문책 ▲향후 생태행사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김해시 뿐만 아니라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 멸종위기종을 복원하고 방생하는 행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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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이후 자취를 감춘 황새를 복원한다는 김해시가, 그 상징적인 생명을 스스로 죽음으로 내몬 것은 주지의 사실이 되었다. 생명을 위한 과학관이 아니라 죽음을 부른 연출이 되었다. 김해시는 "전문가 동행, 스트레스로 인한 사고로 추정 원인 규명 중"이라며,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화포천은 황새 서식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지역으로, 이번 방사는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텃새화를 위한 시도의 의미가 컸다. 복원사업의 진정한 의미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살게 하는 것이다. 이번 사고의 큰 원인 중 하나가 사전행사에 의전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케이지에 가두어진 시간이 길어지면서 폐사에 이렀다는 추정이다. 과도한 의전은 이제 지양하고, 실제적인 방사와 성과를 토대로 의미를 다시 살려야 한다.

황새는 한때 전국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서식지 파괴와 농약 오염으로 인해 1950년대 이후 한국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예산 황새공원을 중심으로 복원사업이 추진되어 2013년부터 야생 방사가 시작됐다. 황새는 한국 생태복원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이미지를 무너뜨렸다. 생태복원이 단순히 기념행사나 퍼포먼스로 소비될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가 된 것이다. 황새 방사는 생명의 회복을 기념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황새를 장식품처럼 다룬 결과 생명을 잃게 했다. 김해시가 진정한 생태도시를 지향한다면, 행정보다 생명 우선의 철학부터 새로 세워야 한다.

폐사한 수컷을 제외한 나머지 두 마리 황새는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마리는 방사장 인근에서 머물며 날아오르고 있고, 다른 한 마리는 더 넓은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시민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씁쓸함이 남았다. 개관식의 상징이었던 생명의 날갯짓은 그날 멈춰버렸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생명을 대하는 태도, 보여주기식 행정의 한계, 그리고 진정한 생태복원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활동이므로 좀 더 유의할 점이 필요하다. 다만 이런 이유를 토대로 멸종위기종의 방생 자체가 제동이 걸리는 일은 또한 없어야 한다. 과도한 규제로 멸종위기 복원의 속도가 늦춰지면 안되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생각해야 할 지점들이 많다. 멸종위기종을 복원하고 방생하는 것은 더 적극적으로 활성화 시켜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특정 사고가 전체적 방향성을 흐트러트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밀실에서 진행하는 행정이 대부분 이렇게 방향을 바꿔버린다. 정작 해결해야 할 과제는 멸종위기종의 복원의 방식과 내용이 아니라 과도한 의전 등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의 윤리의식과 태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화포천습지과학관은 김해시가 생태교육과 자연복원을 목적으로 조성한 대표적 환경시설이다. 그러나 그 개관식이 생명보다 행사를 우선한 행정으로 기억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김해시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생태교육과 자연복원을 위해서 앞서 생명을 대하는 태도와 생명윤리에 대한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황새#화포천습지과학관#황새방생#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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