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스트(KAIST) 내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중 직장 내 괴롭힘의 성별·직군별 괴롭힘 경험 응답 비율. ⓒ 카이스트유니온지부
카이스트(KAIST) 내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구성원의 27.4%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계약직의 경우 50%가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응답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카이스트 유니온 지부는 20일 KAIST 내 노동환경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18일부터 7월 4일까지 KAIST 구성원 1만155명 가운데, 450명이 참여했으며,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6%p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7.4%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고용 형태별로는 위촉계약직이 50.0%로 가장 높았으며, 무기계약직 38.4%, 일반직 19.7%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의 31.3%가 괴롭힘을 경험해 남성(21.8%)보다 9.5%p 높았다. 괴롭힘 경험자의 62.8%는 두 가지 이상 복합적 괴롭힘을 겪었다.
괴롭힘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75.9%가 '참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응답했다. '조직 내 도움을 요청할 신뢰할 만한 시스템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남성의 33.0%, 여성의 14.1%만 '그렇다'고 답해 기관 신뢰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72.8%가 시간외 근무를 하고 있었으나, 이 가운데 57.2%는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계약직의 76.6%는 '연구과제 직접비에서 지급이 어렵다'는 이유를 꼽아, 예산 구조의 한계가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됐다.
또한 승인권자의 의도적 회피(47%), 시스템 문제(33%)가 미지급 주요 사유로 나타났으며, 수당 계산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응답자도 59.1%에 달했다. 이는 제도와 절차에 대한 교육 및 안내 부족을 보여준다.
대학원생 절반 이상 생활고... "취약계층이 구조적 차별에 노출, 제도개선 필요"
대학원생의 평균 월 급여는 158만 원으로, 응답자의 56.0%가 생활고를 겪는다고 답했다. 남성 168만 원, 여성 141만 원으로 성별 간 임금 격차도 약 30만 원에 달했다.
'급여 수준 및 인건비 지급 방식 개선'에 대한 응답에서 65%가 급여 부족을, 43%가 교수 재량권 남용을 문제로 꼽았다.
또 대학원 생활 전반에 대한 응답에서는 63%가 교수의 권한 남용을, 37%가 신체적 폭력·인격모독·휴가 박탈 등의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인권 보호 제도에 대한 인지율은 25.4%에 불과해 제도 접근성의 한계가 드러났다.
서성원 카이스트 유니온 지부장(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은 "여성, 비정규직, 대학원생 등 취약한 위치의 구성원들이 이중·삼중의 구조적 차별에 노출돼 있다"며 "기관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강력한 의지와 일관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는 KAIST 내부의 노동환경 문제를 실증적으로 드러낸 첫 종합 조사로, 향후 대학 내 인권·노동 정책 변화의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