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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올 봄부터 오도이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시골 쉼터 '느루뜰'로 향합니다. 이 글은 시골 쉼터에서 '사는 이야기'입니다.
가을이 온통 무르익었다. 시골 들녘은 황금 물결이다.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 강과 바다가 연결되는 습지에는 갈대가 바람에 춤춘다. 찰랑대는 물결 위로 때때로 물고기가 튀어 오르고 하늘은 가없이 넓게 펼쳐진다. 작고 소박한 마을 어귀에는 주황색 감이 정겹게 익어 간다. 우리 나라의 전형적인, 정겨운 가을 풍경이 내가 주말마다 찾는 우리의 쉼터 '느루뜰' 주변 모습이다.
(관련기사: 아침잠 많은 남편을 180도 바꾼 것, 정말 잘 샀네 https://omn.kr/2fmzi )

가을은 열매의 계절이다. 여름 내내 초록초록해서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더니, 짠하고 빨갛게, 노랗게, 주홍으로, 알록달록 활짝 피우기도 하면서 나를 놀래키고 반갑게 한다. 기쁨이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건조기 사야겠어. 작년에 교감선생님이 주신 감말랭이 있잖아, 남편분이 건조기에 말렸다고 했는데... 음, 구지뽕 차도 만들려면 아무래도 건조기가 있어야 될 것 같아."
"있잖아, 왜, 빨간 고추... 태양초 만들려고 했는데 실패했잖아. 아무래도 건조기 필요해!"

나는 남편을 지속적으로 설득했고, 그렇게 해서 결국 추석 연휴에 가정용 건조기를 주문했다.

구지뽕차 구지뽕를 깨끗이 씻고 건조하여 차를 만들었다. 과일향이 상큼한 귀한 차가 되었다.
구지뽕차구지뽕를 깨끗이 씻고 건조하여 차를 만들었다. 과일향이 상큼한 귀한 차가 되었다. ⓒ 이정미

지지난 주말에 느루뜰 구석에 있는 듯 없는 듯, 내 관심밖에 있었던 요상한 나무의 정체가 '구지뽕'임을 알게 되었다. 울퉁불퉁 빨간 열매가 못생겨서 '이걸 먹는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본 후 요즘 각광받는 '슈퍼푸드'임을 알게 되었다. 항산화 작용, 항암 작용, 당뇨 예방 등 몸에 좋은 효능도 많았다. 잼을 만들거나 액기스를 담기도 한다는데, 남편은 당뇨 가족력이 있고 나도 단 것은 선호하지 않기에 차를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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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드디어 주문했던 건조기가 배달되었다. 오래 기다린만큼 차를 빨리 만들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건조기 트레이를 깨끗이 씻었다. 냉동 보관했던 구지뽕도 꺼내고, 새로 딴 열매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렸다. 건조기에 넣어 12시간 정도 건조했다. 꼬들꼬들 잘 건조된 구지뽕을 팩에 넣어 보관하면 손질 끝이다. 내 손으로 직접 열매를 건조해 본 것은 처음이다. 이 귀한 열매를 얻어서 내 손으로 직접 차를 만들고 나니 얼마나 귀하고 기쁘던지.

얼른 맛보고 싶은 마음에 포트에 물을 끓여 구지뽕 차를 우렸다. 연하게 우러나는 찻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맛을 보았다. 상큼한 과일향이 코끝에 느껴졌다. 한 모금 마시니 구지뽕의 영향이 온 몸으로 퍼지는 듯하다. 언니에게 구지뽕 차를 사진에 담아 카톡 문자를 보냈다.

"좋네! 다음에 맛보게 좀 줘 봐라^^"
"그래. 귀한 차다. 많이 만들어서 형제들 조금씩 나눠줄게.^^ 기쁘다!"

안 먹어도 배부른 까닭

요즘 우리의 쉼터 '느루뜰'에는 대봉감이 한창 익어가고 있다. 고운 주황으로 익어가는 대봉감을 따서 이웃들과 나누는 기쁨 또한 크다. 이번 주말에는 영양 만점 겨울 간식 감말랭이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감껍질을 깨끗하게 벗겨내고 0.5~1㎝ 두께로 썬다. 너무 두꺼우면 건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너무 얇으면 감말랭이 식감을 즐기기 어려울 것 같아서 나는 0.8㎝ 정도로 썰어 건조했다. 건조기는 밤새 돌아갔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감말랭이 상태를 점검했다. 잘 건조된 것은 골라내고 나머지는 재배치해서 2시간 정도 더 건조했더니 떫은 맛이 사라지고 먹기 좋은 감말랭이가 되었다.
감말랭이 무농약 대봉감을 잘 말려서 감말랭이 간식을 만들어 지인들과 나누었다
감말랭이무농약 대봉감을 잘 말려서 감말랭이 간식을 만들어 지인들과 나누었다 ⓒ 이정미

지퍼팩에 담아 늘 감사했던 선배 선생님께 선물로 드렸다. 저녁에 선배님으로부터 문자가 날아 들었다.

"선생님, 행사 마치고 잘 들어갔나요? 귀한 감말랭이 참 맛있어요. 맛나게 잘 먹겠습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되시길^^"
"네. 무농약 대봉감으로 직접 말렸어요. 맛보다 정성이 담긴... ㅎㅎ, 덜 다니까 몸에도 더 좋지 않을까 하며 토요일 밤에 열심히 만들었어요... ㅎㅎ"

그리고 남편이 직장에서 동료들과 간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 팩 따로 담았다. 나머지 한 팩은 우리가 먹으려다가 결국 이웃 동에 사는 고마운 지인에게 맛보라고 드렸다. 안 먹어도 배부른 이 기분은 도대체 뭘까 싶다. 다음 주말에는 나의 가족을 위한 감말랭이를 만들 것이다. 언니네, 동생네, 그리고 타지에 있는 딸과 아들을 위해 감말랭이를 만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날이 차가워지면 늘 곁에 두는 차를 준비하는 기쁨

메리골드 차 일터의 아침을 메리골드 차와 함께 여니 더 행복해진다.
메리골드 차일터의 아침을 메리골드 차와 함께 여니 더 행복해진다. ⓒ 이정미

나는 차를 좋아한다. 날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면서 일어나자 마자 차를 준비하는 것이 나의 아침 의식이다. 가을부터 겨울을 지나고 봄까지 나의 차 주전자와 찻잔은 쉴 틈이 없다. 차를 애정하고 차와 함께 추위를 견디고 마음의 안정을 찾기도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나의 책상 맡에는 언제나 차가 소리없이 곁을 지키고 친구가 되어 주었다.

지난 해 폐렴을 앓고 난 뒤 직장에서는 건조한 무, 맥문동, 생강을 우려낸 차를 물 마시듯 먹고 있다. 가끔 기분 전환을 위해 캐모마일차, 페퍼민트차,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여기에 특별한 차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메리골드 꽃차'이다.

마을 어귀에 버려진 듯 나귕굴고 있던 메리골드 순을 데려와 '느루뜰' 화단에 심었더니 10월이 되면서 꽃을 활짝 피웠다. 바라보는 기쁨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작은 순이 나무처럼 몸짓을 부풀리더니 '언제 꽃이 피지?' 기다렸던 나를 놀래키며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꽃 차를 만들어 볼까... 꽃을 더 오래 보고 싶긴 한데... 그래도 조금만 따서...'
"미안해, 미안해, 몇개만 딸게..."

혼잣말을 하며 망설이다 결국 몇송이 골라 따서 차를 만들어 보았다. 꽃잎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식초물에 담가두었다가 헹구었다. 그리고 건조기에 3시간 정도 말렸더니 메리골드 꽃차가 완성되었다.

마른 꽃이 잘 보이게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일터로 가져왔다. 찻물을 따뜻하게 끓이고 마른 꽃잎을 몇개 꺼내 컵에 띄우니 '느루뜰'의 화단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메리골드의 고유한 아로마 향이 은은하다.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 온통 평화로워진다.

시골 쉼터 느루뜰은 봄부터 가을까지 바람, 햇살, 비, 그리고 우리의 노동을 고스란히 품은 귀한 선물을 가득 마련해 주었다. 오도이촌 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배움과 기쁨이 그저 놀랍고 감사하다.

"근데, 감말랭이 만드는 거 너무 재미있지 않아? 우리가 처음 해보는 거라 그런가?"
"그렇지.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그렇겠지."

나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아닐 걸, 내 생각엔 계속 재미있을 것 같은데..., 겨울엔 생강, 비트 이런 것도 말려서 수제차를 만들어 봐야겠어!'

#감말랭이#구지뽕차#메리골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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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퇴근 후엔 시골로

책읽기, 글쓰기, 여행을 좋아합니다. 타인과 연결되어 자신의 성장을 너머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며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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