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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 <허가된 착취-고용허가제의 굴레>의 한 장면
다큐 <허가된 착취-고용허가제의 굴레>의 한 장면 ⓒ 뉴스타파

지난 7월 전남 나주에서 일어난 사건이 한국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한 남성이 지게차를 이용해 벽돌을 나르고 있었는데, 나르는 벽돌 한 쪽 면에 이주노동자를 결박한 뒤 움직이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동영상은 인터넷상에서 급속도로 퍼졌고, 가혹행위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2일 공개된 <뉴스타파> 다큐멘터리 '허가된 착취-고용허가제의 굴레'는 해당 벽돌공장에서 있었던 괴롭힘 사건으로 시작한다. 1993년부터 도입된 산업연수생제도에서 인권침해, 불법취업 등의 문제가 불거져 이를 보완하고자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했지만, 사실상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해당 다큐는 사례를 통해 고용허가제로 인한 문제를 꼼꼼하게 짚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5일 서울 충무로역 근처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홍여진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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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 인권 착취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제가 워낙에 노동문제에 관심 많기도 하고요. 다음 아이템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7~8월경 이주노동자가 많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어요. 그리고 앞서서 벽돌 공장에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가 폭력적으로 인권 유린을 당한 사건도 있었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왜 이주노동자들이 이런 피해를 겪을까 고민하게 되었고요.

특히 제가 관심 가졌던 거는 사망하거나 다치거나 피해를 당하신 분들이 20·30대 젊은 외국인인 거예요. 한국에서 청년 노동자가 죽었다고 하면 굉장히 큰 관심을 갖잖아요. 근데 새파랗게 젊은 꿈들과 청춘들이 죽었다는 것에 비추어 봤을 때 우리 사회가 갖는 관심도는 그에 미치지는 못했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이주노동자에 관심을 가져보자는 생각에 이명주 기자와 같이 하게 됐어요."

- 취재 전에 고용허가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나요?

"이번 취재 전까지 이주노동자라고 하면 아리셀 참사에서 사망하신 분들처럼 동포 비자 받고 일하시거나 아니면 숙련공으로 E7 비자를 받고 조선소에서 일하시는 분들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공부하면서 취재하느라 굉장히 어려웠어요.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하기 위해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집중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왜냐면 언어가 다르잖아요. 이주노동자들은 장시간 일 해서 만나기도 힘들었어요. 만나려면 멀리 출장 가서 밤까지 기다렸다가 만나야 되고요."

- 이주노동자들은 주 52시간제가 적용 안 되나요?

"근로기준법 63조에 따르면 농축산어업 같은 경우는 근로기준법상 근로 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 적용이 제외돼요. 시간과 휴일 관계없이 일 시킬 수 있는 업종이 있는 거예요. 농번기 같은 게 있다 보니까 농촌은 근로 시간 법정 한도를 제외한 거예요. 그걸 악용한 사업주들이나 농장주분들이 근로 시간과 관계없이 일을 시키죠."

- 다큐가 전남 나주의 벽돌 공장에서 벌어진 외국인 노동자 가혹행위 사건으로 시작해요.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우리 사회에 가장 크게 충격을 줬던 사건이기도 하고 거기에 모든 게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노동자가 '다른 회사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거든요. 피해 노동자가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노동자라는 점에 주목했어요. 일자리 이동의 자유가 없어요. 일자리만 바꿀 수 있었더라면 그렇게 충격적인 피해를 겪지 않았어도 됐을지도 모르고, 겪었더라도 지금보다는 덜 힘들게 회사 바꿔서 자신을 위한 시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고요."

- 기자님은 이 영상 처음 봤을 때 어땠어요?

"오마이뉴스에서 공개한 영상으로 봤는데 저도 너무 깜짝 놀랐어요. 진짜 이건 사람이 매달려 있는 게 맞는가란 생각을 하면서 봤고,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 굴욕적이고 사람이 물건 취급받은 거잖아요. 그리고 지게차가 위험한 거란 말이에요. 산재 위험이 상존하는 차량인데 거기에 벽돌이 아닌 사람이 매달아 움직였다는 건 노동 문제를 취재했던 기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상상할 수 없는 거죠."

- 가해자가 벽돌 공장에서 지금도 근무하는 건가요?

"그분이 근신하고 복귀해서 지금도 지게차 운전하고 있고 반성하고 있다고 사측에서는 말했어요. 현재 가해자와 벽돌공장 법인은 근로기준법(폭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가 된 상황이고요."

"헌법재판관들이 이해했다면 그와 같은 합헌 판결 못 내렸을 거예요"

 홍여진 뉴스타파 기자
홍여진 뉴스타파 기자 ⓒ 이영광

- 다큐 보니 고용허가제 때문에 가혹행위나 임금체불이 있어도 마음대로 못 옮기는 것 같은데 외국인 노동자라지만 위헌 아닌가요? 직업 선택의 자유와 이전의 자유가 있잖아요. 외국인에게 헌법이 적용 안 되나요?

"외국인이라고 헌법이 적용 안 되는 것은 아닌데 헌법재판소에서 2021년도에 7 대 2로 합헌이라고 판단했어요. 이게 가장 최근이에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어느 정도 없는 건 맞지만 최대한 3회까지, 사업주의 동의를 얻으면 세 번까지는 옮길 수 있게 해주니까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거죠."

- 사업자 동의 못 받으면 안 된다는 건데 그게 어떻게 자유가 있는 걸까요?

"그래서 이 헌법 소원을 제기했던 변호사님들께서는 헌법재판관들이 현장을 모르는 것이라고 했어요, 헌법재판관들은 자기가 노력하면 동의받을 수도 있다는 거죠. 또 극심한 경우 동의 못 받아서 문제 되거나 부당하게 대우한 경우에는 저희 보도에도 나오지만, 예외 조항이 있어요. 폭행하거나 근로기준법을 현저하게 위반 했을 경우에는 동의 못 받아도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서 일터를 바꿀 수는 있어요. 그런 예외들이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완전히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다수의 헌법재판관은 판단한 거죠."

- 그걸 입증해야 하잖아요. 외국인 노동자가 입증하기 쉬울까요?

"입증하기 어렵죠. 실제로 저희 보도에도 입증 못 해서 사망한 경우가 나왔잖아요. 일터에서 부당한 처우 받았을 경우, 이주노동자가 입증해서 노동부에 내야 되는 것뿐만이 아니고 그 다음에 근로감독관이 현장 나가 조사하고 양측 의견 다 들어서 진짜 가혹 행위고 임금 체불도 한 번이 아니고 여러 회 거듭했다는 게 확인되어야지만 작업장 변경을 허가해 준단 말이에요.

그럼, 조사 기간 동안 이 노동자는 그 어디에 있어요? 그 사업장에 있어야 되잖아요. 그걸 견디기는 또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렇게 조사까지 했는데 만약에 조사 결과 가혹 행위가 없었고 옮길 만큼의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되면 이 노동자는 그 직장에서 또 일을 해야 되는 거예요. 이 모든 걸 감수하고 신고를 해야 하는 거예요. 이런 사정을 헌법재판관들이 이해했다면 그와 같은 합헌 판결 못 내렸을 거예요."

- 전남 영암군의 돼지농장 노동자는 폭력 등에 대해 목포 고용센터에 신고했지만 도움을 못 받은 것 같은데, 왜일까요?

"정확하게 말하면 이게 신고조차 못 한 거예요. 저희 다큐에 나오는 '파원'이라고 돼지농장에서 일했던 툴씨의 동료 이야기에요. 이 분도 돼지농장에서 폭행을 당한 피해자거든요. 이분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신고하려고 서류 작성했는데 고용센터에서 신고를 접수하시는 분이 '어차피 사업장 돌아가면 그 사업주가 사업장 변경 동의해 줄 거다, 그러니 돌아가라'면서 신고 접수를 안 받았대요."

- 폭력과 임금체불이 있었는데 사장은 징역 2년을 받았어요.

"실제로 판결문에 따르면 13명을 폭행했고 전직 현직 노동자 60명의 임금을 체불했단 말이에요. 사업주가 받은 죄명을 보면 최저임금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감금, 상해, 공동 강요 등 6가지나 돼요. 근데 대형 로펌을 써서 그런지는 제가 알 수가 없지만 굉장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요."

- 속헹 씨 같은 경우 비닐하우스에 지내다 사망한 거잖아요. 외국인을 받으면 사업주가 머무를 공간 마련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실제로 그런 제도도 있어요. 우리나라가 운영 중인 외국인력 제도 중에 계절노동자 제도라고 있는데요. 농번기 때마다 한 8~9개월씩 잠깐 들어오는 이주노동자(E-8) 제도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사업주가 숙소를 제공해 줘야 될 의무가 있어요. 숙소 제공에 어려움 느끼는 사업주 위해 지자체가 공공 기숙사 마련해 제공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체류 기간이 최대 4년 10개월 머무는 고용허가제는 그 의무가 법상 없어요. 노동자들에게 숙소 선택권을 준다는 건데, 실제 농업지역의 경우 노동자들 대부분은 사업주가 제공한 기숙사에 살고 있죠. 타국에서 한국에 들어와 숙소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사업주가 자신들이 제공한 기숙사에 살길 원하는 경우도 있고요. 현실은 그러한데, 법상 사업주가 머물 공간을 마련해 줄 의무는 없어요."

- 다큐 보니 따듯한 물도 안 나오고 에어컨도 안 되고 화장실도 문제가 많나 봐요?

"말씀하신 대로 그런 문제가 그대로 있고 실제로 가서 보면 더 끔찍해요. 특히 화장실이 심각한데요. 요새 재래식 화장실 찾아보기 힘들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취재해 보니, 밤에 불도 안 들어오고 악취도 심한 화장실을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었어요. 특히 제가 여성으로서 고민되는 지점이 여성들은 한 달에 한 번 생리도 하잖아요. 대체 그런 재래식 화장실에서 어떻게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국 정부가 그걸 방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정말 최소한의 인권마저 짓밟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문제는 관리 당국의 반응과 대응이죠. 이런 사업장을 제가 주소까지 찍어서 지자체와 고용노동부 지방 관서에 신고해도 당장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없어요. 오히려 저에게 노동부 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일일이 다 현장 가서 점검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공무원도 있었어요."

- 정부의 대응이 아쉬운데요. 왜 그럴까요?

"인력과 대안이 없대요. 불법 기숙사를 다 지도 점검할 인력이 없고 불법 기숙사 적발한다고 하더라도 별도로 이동시킬 대안이 없으니까요. 그러니 사업주에게 시정 지시만 내리는 상태로 방치하는 거죠. 시정 지시가 잘 이행됐는지를 점검도 해야 하는데, 잘 이뤄지지 않아요. 그래서 실제 노동부 점검 나오면 그때만 임시로 멀쩡한 주택에 이주노동자 거주시키는 것처럼 속이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실제로는 비닐하우스 숙소에 살게 하면서요. 이런 꼼수들까지 적발하고 관리하기에 노동부는 역량이 안 되는 상황이에요. 그렇다고 정부가 공공 기숙사를 마련해주기엔 예산 문제가 수반되는 것이고요.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이주노동자들만 피해 보고 있는 것이죠."

- 근데 우리가 필요해서 데려오는 거니까 관리를 잘 해줘야 하지 않나요?

"맞아요. 원래 고용허가제 만들 때 취지도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에 외국인 채용하는 목적도 있지만 외국인들이 불법 체류자가 되지 않도록 합법적으로 체류 관리한다는 목적도 있었거든요. 근데 그게 사람들을 묶어놓는 관리만 하는 거지 이 사람들이 인권을 보호받고 살 수 있게끔 관리해 주는 고민은 전혀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바꾸자는 움직임이 있는 거죠."

-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진짜 필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런 인식인 거죠. '너네가 돈 벌러 한국에 왔잖아 그러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데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가 필요해서, 우리나라 사업장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외국에서 데리고 온 거잖아요. 그러면 손님 대접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노예 취급을 하고 있으니, 뭔가 인식이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거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취재하면서 많이 고민이 된 부분이 있어요. 이주노동자 때문에 내국인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목소리 때문이었어요. '이주노동자가 늘어나면 내국인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리고 일자리의 질이 하향평준화 된다'는 거였는데요.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이해는 가요. 고용허가제가 위험하고, 열악한 일자리를 노동환경 개선 없이 이주노동자로 연명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니까요. 사업주 입장에서는 노조 만들고, 노동환경 개선 요구하고, 이런저런 문제제기하는 내국인보다 어쩌면 한국 체류를 위해 사업주 눈치 보며 일하는 외국인이 더 좋을 수도 있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채용만 늘리는 건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의 일자리 질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해요. 인구 감소 시대에 이주노동자 유입은 불가피한데, 어떻게 하면 일자리의 질을 높이면서 내국인과 외국인이 잘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계속 그 고민 하면서 취재했는데 명쾌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어요."

#홍여진#뉴스타파#고용허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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