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질병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근로복지공단 산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아래 질판위)는 사고가 아닌 질병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지사마다 자문의사 판정 기준 등이 달라 판정의 공정성 및 객관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2008년 도입되었다. 그러나 질판위에 관한 공정성, 객관성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인정율을 살펴보면, 전체 업무상질병은 2023년 59.5%에서 2024년 58.1%로 하락했다. 뇌심혈관계질병은 2023년 33.2%에서 2024년 31.5%로, 특히 직업성 암은 2023년 55.7%에서 2024년 51.9%로, 난청은 39.3%에서 23.8%로 급감했다. 정신질병은 65.3%에서 57.9%로, 자살은 2023년 38%에서 2024년 34%에 그쳤다
[1].
그에 반해 행정소송에서 확정된 업무상 질병 사건을 보면, 뇌심혈관계질병 근로복지공단 패소율은 2023년 18.1%에서 2024년 21.3%로 증가했고, 소음성 난청은 2023년 20.3%에서 2024년 29.5%로, 자살 역시 패소 건수가 2023년 3건에서 2024년 11건으로 급증했다. 전심절차(재심사 등)를 거친 사건 패소율 역시 2023년 14.2%에서 18.3%로 상승했다
[2]. 질판위 불승인 판정이 법원 단계에서 뒤집히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질판위 판단이 법원의 법리적 해석과 괴리를 보이고 판정 오류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5년간 행정소송 패소율 추이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비율을 분석함 ⓒ 근로복지공단
근로복지공단의 패소 사유 분석 내용을 보면, 2023년에는 사실관계 및 증거판단의 견해차이가 79.6%, 법령해석 견해차이가 18.8%였고, 그에 반해 2024년은 사실관계 및 증거판단 견해차이가 64.3%, 법령해석의 견해차이가 35.5%로 법령해석의 견해차이로 인한 패소가 전년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통계가 시사하는 점을 요약하면 공단의 업무상 질병 인정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그에 대한 행정소송 공단 패소율은 높아지고, 법률해석 역시 법원과의 괴리가 커졌다. 그동안 질병 산재처리에 장기간 소요되어 노동자의 고통이 가중되어왔는데, 신속성이 결여된 판정이 공정성마저 부족해 법원에서 뒤집히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직업성 암은 전문조사와 자문 절차가 많아 판정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근로복지공단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3], 2015년에서 2018년까지 직업성 암 소송확정 사건 총 46건 중 10건이 반도체 등 전자산업 직업성 암 사건이었고, 그 중 8건이 공단 패소 사건이다. 패소율 80%다.
위 연구보고서는 반도체 암 사건 등 10건에 대하여 질판위 불인정 사유를 '노출빈도 및 노출수준이 낮아서', '신청상병의 발병원인이 명확하지 않아서', '현장 작업자가 아닌 연구원이어서', '질병 관련 유해물질을 근무하는 공정에서는 취급하지 않아서', '작업 중 질병을 일으킬 수준으로 원인 물질에 노출되었다는 근거가 없어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공통적으로 '유해물질 노출 유무에 대해서 의학적으로 인정된 발암물질 외에 상당한 의심이 있는 유해물질 또는 생성될 개연성이 높은 유해물질을 확인하는 점', '발병원인이 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의학정보가 부족한 경우에는 상당인과관계 증명 정도가 완화된다고 한 점', '아직 연구되지 않은 상태를 관련성이 없다 또는 낮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 '인정 판례 모두 야간 교대제 근무로 인한 영향을 고려하는 점' 등을 공통적인 패소 이유로 분석했다. 법원은 산재법의 목적에 비추어 훨씬 규범적이고 포괄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반도체 등 전자산업 직업성 암 사건 관련 논문
[4]은 위를 포함하여 소송이 끝난 27건의 사건 중 21건이 업무상 질병임을 인정받았다고 하였고, 이에 따르면 공단 패소율은 78%다. 질판위의 법률적 규범적 판단의 부재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판정위에 대하여 의학적 판단이 아닌 규범적 판단을 하여 법적 공정성을 높이라는 노동자의 요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 정책토론회2025. 9. 22. 국회 본관에서 예산정책처 주최로 산재보험 신속성,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불공정한 공단 판정의 문제, 피해자 입증책임 문제, 산재 처리지연에 대한 국가책임 선보장제도 도입 등 해법 모색에 나섰다. ⓒ 반올림
질판위가 사실상 공단 소속 기구처럼 운영되어 독립성,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지속되었다. 질판위는 공단 내부 지침에 불과한 규정이나 역학조사기관의 자문결과와 반하더라도 법률적으로 상당인과관계 판단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질판위 판정은 인정율로 보나 패소율 추이로 보나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앞선 근로복지공단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8년까지 반도체 등 전자산업 종사자 직업성 암 역학조사는 총 35건이었고, 자문결과 업무관련성 '낮음'이 32건, 자문결과와 판정위 결정과 일치하는 사건은 30건이었다. 2017년 이후부터는 질판위에서 역학조사결과와 다른 판정을 하는 비율이 증가하긴 하였으나, 최근 직업성 암 승인율은 다시 떨어지고 있다. 반도체 등 전자산업 직업성 암에 대한 행정소송 패소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직업성 암 뿐만 아니다. 뇌심혈관 질병 사건에서 단기적 과로 충족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업무상질병판정서에 자주 등장하는 불승인 판정이유 중 하나는 공단 지침 상 임의로 정한 기준인 '40시간 미만인 경우 40시간을 기준으로 적용하였을 때 업무량 및 업무시간이 30% 이상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40시간 미만인 업무시간 그대로 업무시간 증가를 인정하면서 노동자의 연령과 노동환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서울행정법원 2020. 8. 14. 선고 2018구단77206 판결).
질판위의 부당 판정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위원을 산재 경험이 있는 법률가 중심으로 구성하고 규범적 판단 기준의 최소한의 가이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반복적으로 동일·유사한 이유로 공단이 패소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가이드를 수정해 9개 지역 질판위에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이끌어갈 위원장의 역할과 역량 역시 검증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송상황 분석에서 보았듯이, 질판위와 법원의 사실관계 및 증거판단의 견해 차이를 좁혀야 한다. 예컨대 판정을 위한 재해 및 업무에 관한 사실관계는 질판위 심의 전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고, 신청인 주장과 다른 보험가입자(사업주)의 의견과 자료는 신청인에게 반드시 송부하고 이를 확인하여야 한다. 그렇게하면 보험가입자가 심의 당일 참석하는 절차는 사실상 불필요하다. 특히 보험가입자가 심의 당일 새롭게 낸 자료나 주장은 실제 당사자 또는 유족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하므로 최소한 신청인의 동의 없이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질판위 판정이 무게를 잃을수록 노동자의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의 무게는 가중된다. 애초 질판위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공단의 임의적 판단에 따른 불공정성과 비전문성 문제로 인해 설치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재해노동자의 시간과 경제적 고통을 줄여줄 수 있도록, 시급히 질판위 개혁을 바란다.
<참고자료>
[1] 근로복지공단, 2024년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현황 분석
[2] 근로복지공단, 2024년도 소송상황분석
[3] 김경하(2019), 근로복지공단 근로복지연구원, 「직업성 암 요양결정 사례 및 판례분석 연구」
[4] 조대환(2020), 「반도체․LCD 산업 노동자의 직업병 행정소송 중 건강 유해인자에 관한 판례 분석」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반올림지원노무사 모임의 김지나 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 사람)님이 작성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