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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21 10:30최종 업데이트 25.10.21 10:30

우리나라 최초 들꽃 도감, '아하' 소리 절로 나오네

순천 매곡동 매산등 기독교 선교 유적지 탐방 여행

 조선 시대 순천부 읍성 연자루(남문) 앞에 있다가 옮겨진 팔마비.
조선 시대 순천부 읍성 연자루(남문) 앞에 있다가 옮겨진 팔마비. ⓒ 이완우

지난 15일, 순천 동천의 벽화 거리인 청소년 문화로를 탐방하고 매산등 기독교 선교 유적지를 찾았다. 조선시대 순천부 읍성의 연자루(남문)가 있던 자리는 중앙로 도로가 되었다.

순천의 상징인 팔마비를 보았다. 이 비석은 우리나라 목민관의 애민 정신과 덕행을 기리는 송덕비 효시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연자루 앞 옥천을 건너는 연자교 옆에 1920년대까지 수백 년을 서 있다가, 1930년대 현 위치로 옮겨졌다. 일제가 순천부 읍성의 성곽 남문 연자루 훼손하면서 신작로를 부설하였기 때문이다.

 순천 매곡동 안력산 의료문화센터
순천 매곡동 안력산 의료문화센터 ⓒ 이완우

중앙사거리를 거쳐 의료원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전남 순천의료원을 쳐다보며 매산고등학교로 향했다. 학교 담장 끝 도로변에 안력산(알렉산더 Alexander의 음차) 의료문화센터가 있었다. 이 건물은 안력산병원의 부속건물로 전염병에 대응한 선진적인 격리병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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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력산병원은 매산고등학교의 기숙사 위치에 1910년대에 건립되었는데, 미국 남장로교의 선교 활동 구역인 전남 동부에서 최초의 현대식 종합병원이었다.

매산여자고등학교의 담장을 따라갔다. 구급차 두 대가 유리창 보호시설 안에 보존되어 있었다. 한국형 구급차 1호는 1992년 제작되었다고 한다.

꽃의 전설을 채록한 선교사

 순천 매산동 한국형 구급차 1호
순천 매산동 한국형 구급차 1호 ⓒ 이완우

 순천 매산동 한국형 구급차 2호
순천 매산동 한국형 구급차 2호 ⓒ 이완우

휴 린튼(Hugh M. Linton, 1926-1984, 인휴) 선교사는 검정 고무신을 신고 선교활동을 다녀서 '순천의 검정 고무신'이라 불렸다. 그는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구급차가 없어서 병원으로 이송 중에 사망하였다. 휴 린튼 선교사의 아들 인요한(1959~) 박사가 이 사고를 계기로 국산 15인승 승합차를 구조 변경하여, 골목길 지형의 통행 가능한 한국형 구급차를 최초로 만들어 활용하였다.

한국형 구급차 2호는 환자를 이송하며 생명 유지와 응급 구조 조치가 가능한 한국형 구급차 완성형이었다. 선진국 기술을 벤치마킹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더욱 개량하였다.

 플로렌스 선교사 책자의 들꽃 수채화를 타일 모자이크로 장식한 벽화 길.
플로렌스 선교사 책자의 들꽃 수채화를 타일 모자이크로 장식한 벽화 길. ⓒ 이완우

미국 남장로교의 플로렌스(Florence Hedlesston Crane, 1888~1973) 선교사는 1913년에 순천에 왔다. 대학에서 식물학을 전공한 그녀는 순천 매산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일했다. 15년간 한국의 들꽃을 관찰하며 꽃의 전설을 채록하였다.

플로렌스는 개화 시기 월별로 148종의 들꽃과 식물 야채 등을 정리하여 1931년에 <한국의 들꽃과 전설>을 영문으로 출판하였다. 매산여자고등학교를 바라보는 매산등 선교 유적지 숲의 옹벽에 '한국의 들꽃 식물도감 벽화'가 이어진다. 20가지 들꽃의 벽화가 차례로 그려졌다.

<한국의 들꽃과 전설>. 이 책은 우리나라 들꽃의 최초 식물도감이라고 한다. 꽃들의 채색화에 순우리말 이름, 학명, 민담 등을 수록하였다. 100년 전에 외국인의 눈에 우리나라의 들꽃이 어떻게 보였는지 흥미로웠다.

플로렌스는 한국의 들꽃을 사진처럼 정밀하게 채색화로 그려서, 그녀의 책을 보면 그림만 보고도 무슨 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곳의 타일 벽화는 언뜻 보아서는 무슨 꽃인지 분간이 쉽지 않았다. 꽃 이름과 그녀가 꽃을 설명해 놓은 글을 읽으면, '아하'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백나무는 꽃 두껍고 잎은 윤기 있다. 존경 받을 인물을 눈 속의 동백에 비유했다. 망우초(원추리)는 위로 통꽃을 피웠다. 약재로 사람들의 근심을 없애주니 나라의 은인이라고 했다. 진달래꽃은 꽃을 기를 때 쌀로 빚은 술을 물에 섞어 뿌려주면 잘 자란다고 했다. 새로운 내용이었다. 산국화는 꽃잎을 술잔에 띄우거나, 국화꽃을 넣어 술을 빚는다.

 플로렌스 선교사의 한국 들꽃. 타일 벽화
플로렌스 선교사의 한국 들꽃. 타일 벽화 ⓒ 이완우

 플로렌스 선교사의 한국 들꽃. 타일 벽화
플로렌스 선교사의 한국 들꽃. 타일 벽화 ⓒ 이완우

패랭이꽃은 석죽화(石竹花)라고도 한다. 서민적인 꽃이다. 인동(忍冬)꽃은 줄기가 겨울을 난다. 한방에서 잎과 줄기를 인동이라 하고, 꽃봉오리를 금은화라고 한다. 해당화는 바닷가 모래 언덕에 핀다. 할머니들이 손녀에게 해당화 아름다움이 스며들기를 기원하며, 해당화나무 밑에 가서 놀게 하였다고 썼다. 들봉선. 처음 듣는 이름이다. 물봉선으로 보이는데, 순천 지역에서는 들봉선이라 했는가? 아래쪽으로 큰 꽃잎이 펼쳐져 있어 영락없는 물봉선이다.

들꽃 타일 벽화는 꽃의 형태가 약간 모호하여, 친숙한 대상을 '낯설게 하기'로 묘사한 듯하였다. 꽃의 이름을 확인하면, 이제야 꽃의 개성적인 형태가 눈에 새롭게 보인다. 이게 무슨 꽃인가 하다가, '아하 그렇구나'하며 차례로 꽃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1910년대부터 건축된 순천선교부 초기 주택 (위 왼쪽, 오른쪽) 코잇 선교사 가옥, 직업훈련원 (아래 왼쪽, 오른쪽) 외국인 어린이학교, 더함 선교사 가옥
1910년대부터 건축된 순천선교부 초기 주택 (위 왼쪽, 오른쪽) 코잇 선교사 가옥, 직업훈련원 (아래 왼쪽, 오른쪽) 외국인 어린이학교, 더함 선교사 가옥 ⓒ 이완우

 순천 선교부 숲속의 정겨운 흙담
순천 선교부 숲속의 정겨운 흙담 ⓒ 이완우

순천선교부의 울창한 숲속 여기저기 1910년대부터 건축된 순천선교부 주택과 건물이 있었다. 코잇 선교사 가옥. 1913년에 지은 순천선교부 초기 주택이다. 코잇 개척선교사는 순천에 온 지 일주일 만에 풍토병으로 두 자녀를 잃었다. 이 일은 순천에 현대식 병원과 상수도 시설을 마련한 계기가 되었다.

애양원 직업학교. 1985년에 건립된 재활 직업 훈련의 무장애 시설 건물이다. 장애인 편의 법(1997)이 제정 시행되기 10여 년 전에 이런 학교를 운영했다. 교육생의 교육비와 기숙사 생활이 무료였고 수료 후 취업 알선을 책임졌다고 한다.

구 순천 선교부 외국인 어린이학교. 1913년에 세워진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 자녀들의 초등교육 학교였다. 현대에는 애양원 직업학교의 예배처로 쓰였다. 더함 선교사 가옥. 1971년부터 1985년까지 더함 선교사가 거주했다. 1913년에 이 가옥을 건립 후 1937년까지 크레인 박사 가족이 살았다. <한국의 들꽃과 전설>의 플로렌스는 크레인 박사의 아내였다.

순천 홍매화가 피는 계절을 벌써 기다리는 까닭

 순천 선교부 울창한 숲
순천 선교부 울창한 숲 ⓒ 이완우

순천 매산등 선교 유적지는 비원같은 울창한 숲 속에 있었다. 이곳 매산등에 터 잡은 선교사들은 한국인들의 종교적 심성 토양에 뿌리 내린 기독교의 토착화를 이루어냈다. 이곳 숲은 100여 년 동안 초기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애환의 삶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이곳 매산등에는 1913년, 전남 동부 지역 최초로 상수도 시설을 마련했다. 일제가 1933년 설치한 순천읍 상수도 시설보다 20년 이상 앞섰다. 1980년대까지 매산등 마을 주민들이 상수도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100년이 넘은 상수도의 취수보, 관리사 굴뚝과 물탱크 등이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다.

 순천 선교부 울창한 숲
순천 선교부 울창한 숲 ⓒ 이완우

매산등의 울창한 숲, 사계절 어느 때나 찾기에 좋은 생태 숲에도 홍매화가 봄을 기다린다. 매산등의 홍매화는 이른 봄을 부른다. 순천은 홍매화 봄꽃의 명소이다. 매곡동은 탐매 마을로 온통 붉고, 마을 길은 홍매화 풍경의 배경이 된다.

매산등의 중심에 있는 매산고등학교 교정의 홍매화가 제일 먼저 꽃봉오리가 벙근다고 한다. 순천의 홍매화는 헌신적인 열정을 불태운 선교사들의 화신이 아닐까? 내년 2월 중순, 순천 홍매화 피는 계절을 이 가을부터 기다린다.

#순천매산등#순천선교부#미국남장로교#순천홍매화#플로렌스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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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 관광 분야의 가치를 찾아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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