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3년 서울 중앙농협 조합장 선거 당시 김충기 후보(현 조합장)의 선거공보물. ⓒ 오마이뉴스
[기사수정 : 17일 오후 6시 53분]
김충기 서울 중앙농협 조합장이 지난 2023년 조합장 선거 때 '금 15돈, 무료 해외여행'을 공약하고 당선된 뒤 이를 이행한 것과 관련,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과 농협협동조합법(농협법) 등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의 의견은 서울 중앙농협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후보의 당선을 위한 이러한 선거공약을 법적으로 용인할 경우 향후(2027년 3월) 진행될 전국 농협 지역조합장 선거에서도 비슷한 '선심성 금품공약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일부 변호사는 "위탁선거법과 농협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고,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에도 해당한다"라는 법률 검토를 내놓고 있다.
농림부.농협중앙회 "사업계획과 수지예산에 따라 제공…위탁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김충기 서울 중앙농협 조합장의 ‘골드바 지급, 무료 해외여행 실시‘가 위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 임미애 의원실 제공
먼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월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답변서에서 "법률 검토 결과, 공공기관 등 위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업무상 배임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2024년과 2025년 사업계획과 수지 예산에 따라 전 조합원에게 동일하게 골드바를 지급하고, 무료 해외여행을 지원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서울 중앙농협 조합장 선거를 위탁받았던 선거관리위원회도 임 의원실에 낸 답변서에서 "조합장 선거 후보자가 해당사업의 사업계획과 수지예산에 따라 조합원 명의로 실시하는 직무상 행위의 일환으로 제공하는 것이라면 공공기관 등 위탁선거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만 사회통념상 과도한 집행이라는 지적에 따라 일선 조합 대상 예산집행시 유의사항 등 지도 안내"를 지난 7월 농협중앙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산 오남용 등에 따른 농협 공신력 저하시 중앙회 차원의 지원 제한" 등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농협중앙회도 임 의원실에 제출한 설명자료에서 지난 2023년 8월 조합장 선거 낙선자가 김충기 현 조합장을 불법기부행위로 신고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이 법령과 정관 등에 따른 사업계획및 수지예산에 따라 금전.물품을 조합 명의로 제공하는 행위는 공공기관 등 위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다만 농협중앙회는 "사회통념을 벗어난 예산집행 금지 등 유의사항 지도"(7월)했다고 전하면서 "예산의 오.남용 등에 따른 민원 및 부정적 언론보도 등으로 농축협의 공신력 저하시 회원조합지도.지원규정 제99조에 따른 중앙회 지원 제한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9월 "선심성 예산집행 지원 및 집행기준 준수 지도"를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농협중앙회는 지난 7월 18일 회원들에게 보낸 회원지원부장 명의 공문에서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예산의 오남용 또는 선심성 예산 집행 사례로 인한 민원이 발생되어 농축협 공신력 저하 및 대외신뢰도 훼손이 우려된다"라며 조합원 대상 고가의 귀금속 등 현금성 자산 또는 고액의 생활용품 제공과 주기적 현금 지급, 선진지 견학을 명목으로 농업과 관련없는 고가의 외유성.선심성 해외연수, 사회통념을 벗어나 경조사비 등 예산 집행을 그 사례로 들었다.
농협중앙회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선심성 예산 집행은 사전 선거운동으로 간주될 수 있음에 유의"하고, "사업계획에 포함되었다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과도하거나 목적 외 지출인 경우 예산 집행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업무추진비를 포함한 경비, 교육지원사업비 등 모든 예산은 각 계정의 성격과 용도에 부합하는 목적적합성을 갖춘 집행이 전제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이달 초 3일 동안 서울 중앙농협을 대상으로 합동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감사 결과는 이달 말에 나올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 광진경찰서는 최근 서울 중앙농협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고, 위탁선거법과 농협법 등 관련법 위반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위탁선거법은 공소시효 완성… 그러나 농협법과 형법 위반 가능성 있어"

▲서울 중앙농협이 올 1월 조합원들에게 지급한 골드바 실물 사진. ⓒ 오
하지만 '골드바 지급, 무료 해외여행 실시'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쪽에서 농협 관련 전문 변호사에게 법률 검토를 의뢰한 결과는 농림축산식품부나 농협중앙회의 의견과는 전혀 달랐다. 법률 검토를 의뢰받은 A변호사는 위탁선거법 제35조(기부행위 제한)와 제58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제59조(기부행위의 금지·제한 등 위반죄), 농협법 제170조(사업목적 외 자금사용죄)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고, 심지어 형법상 업무상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위탁선거법의 공소시효(6개월)가 완성되어 위탁선거법으로는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 중앙농협 사례에서 조합장 후보자가 2023년 선거 당시 '금 15돈 증정, 무료 해외여행'을 공약으로 내세운 행위는 선거에서의 당선을 목적으로 선거인에게 재산상 이익의 제공을 명시적으로 약속한 것이므로 위탁선거법 58조에 위반될 소지가 상당히 높다"라고 분석했다. 위탁선거법 제58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제1호 따르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인이나 그의 가족 등에게 금전·물품·향응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이나 공사(公私)의 직을 제공하거나 제공의 의사를 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위탁선거법상 선거범죄는 공소시효를 '해당 선거일 후 6개월'로 매우 짧게 규정하고 있다"라며 "따라서 2023년에 실시된 선거와 관련된 매수 및 이해유도 혐의는 현재 시점에서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형사처벌이 불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해당 선거 이후에도 다음 선거에서의 연임을 목적으로 비슷한 행위를 반복한 적이 있다면, 해당 선거일이 최근 6개월 이내인 경우에 한하여 처벌이 가능할 여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 중앙농협 조합장이 당선 후 재임 중 조합원들에게 35억 원 상당의 골드바를 지급하고, 50억 원 상당의 무료 해외여행을 제공한 행위는 그 명목과 관계없이 조합의 재산을 이용해 조합원 등에게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 것이므로 기부행위 제한 규정 위반에 해당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법률해석을 내렸다. 위탁선거법 제35조와 제59조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위탁선거법 제35조(기부행위 제한) 제5항에 따르면, 지역농협 조합장은 재임 중에 기부행위('선거인 등을 대상으로 금전·물품 또는 그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그 이익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같은 법 제59조는 이 제35조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선거일 후에 행해진 범죄의 공소시효는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6개월이므로 2024년 1~2월경에 이루어진 골드바 지금 행위는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무료 해외여행도 언론보도 이후 중단되었다면 대부분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최근 6개월 이내에 여행이 실시된 사실이 있다면 해당 특정행위에 한해서는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A변호사는 '사업목적 외 자금사용죄'를 명시한 농협법 제170조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본 사안에서 조합장이 선거공약 이행을 위해 집행한 골드바 지급 및 해외여행 제공은 농협법이 정한 사업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특히 조합원 관련 비용을 '교육지원사업비'가 아닌 사실상 접대비 성격의 '업무추진비'로 회계처리한 점은 해당 지출이 정당한 사업목적에 부합하지 않음을 방증한다"라고 꼬집었다. 농협법 제57조는 지역농협의 사업으로 교육.지원, 경제, 신용, 복지후생사업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서울 중앙농협의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서'(2024년도와 2025년도)에 따르면, '행운의 농협 금뱃지'에 총 35억 원, '농업생산·유통 (국회) 선진지 견학 및 기타'와 '국내외 선진지 견학 미참여 조합원 지원'에 각각 17억 원과 2억 원을 지급한다고 돼 있는데, 둘 다 '업무추진비' 항목으로 회계처리돼 있다.
A변호사는 "'손실'을 끼친 경우와 관련해 본 사안에서 조합은 약 85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조합의 사업과 무관하게 조합장 개인의 공약 이행을 위해 소모하였으므로 조합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라며 "위탁선거법 위반죄와 달라 본 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므로 2024년 1~2월경 이루어진 자금집행 행위는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아 현재에도 형사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라고 해석했다.
"총회 의결 거쳐서 적법하다? 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워"
특히 A변호사는 형법상 업무상배임죄 적용까지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조합장은 조합의 재산을 선량하게 관리하고 조합의 이익을 위해 집행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는 자로서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명백하게 해당한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법한 선거공약을 이행할 목적으로 약 85억 원에 달하는 조합 예산을 집행한 행위, 특히 조합원 관련 비용을 '교육지원사업비'가 아닌 사실상 접대비 성격의 '업무추진비'로 부적절하게 회계처리하여 관련법류를 위반항 행위 등은 업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해당 예산 집행으로 조합장 자신은 공약 이행이라는 정치적 이익을, 조합원들은 금전적 이익을 얻은 반면, 조합은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라고 지적했다.
'총회 의결을 거쳐 적법하다'는 서울 중앙농협측의 주장과 관련, 그는 "이러한 주장은 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라며 "(대법원) 판례는 위법한 행위에 대하여 총회 또는 주주 총회의 결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결의가 배임행위에 해당하는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의 결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러한 결의를 거쳤다고 해서 해당 위법행위가 유효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주주총회 또는 총회 의결이 조합장의 개인적인 선거 공약 달성을 위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 결의의 존재가 이러한 위법행위를 정당화시키는 수단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며 "위법한 선거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 집행이나 명백한 회계 규정 위반을 총회에서 의결했다는 사실만으로 조합장의 배임죄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골드바 구입·
무료 해외여행에 현재까지 총 약 64억 원 예산 집행

▲서울 중앙농협과 농협중앙회 자회사 농협네트웍스는 지난 2024년 12월 총 31억 원에 이르는 골드바 구매 계약서를 체결했다. ⓒ 오마이뉴스
한편 서울 중앙농협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과 2022년, 2023년 각각 103억8200만 원과 105억4600만 원, 106억7300만 원으로 증가하다가 2024년과 2025년(8월 기준) 각각 65억700만원과 61억6600만 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골드바 지급과 무료 해외여행에 총 약 64억 원의 예산을 집행한 것(9월 현재 기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중앙회가 임미애 의원실에 제출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서울 중앙농협은 2024년 1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전 조합원 1090명에게 지급할 골드바 구입에 총 35억 원(2024년 25억 원, 2025년 10억 원)의 예산을 '업무추진비'로 편성하고, 9월 현재까지 총 31억 원(2024년 25억 원, 2025년 6억 원)을 집행했다. 농협중앙회는 "사업계획 수립 및 예산편성 절차에 따라 총회의결을 통해 승인을 득하였으며 , 향후 추가지급 예정 없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에 걸쳐 884명(9월 현재 기준)의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무료 해외여행을 실시했고, 여기에는 총 32억6000만 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농협중앙회는 "연도말 건전결산을 위해 해외연수는 2025년 하반기부터 중단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김충기 현 조합장은 지난 2023년 조합장 선거에서 금 15돈 증정과 무료 해외여행 실시 외에도 설·추석·생신·창립기념일 각각 30만 원 하나로마트 이용권이나 선물 증정, 조합원 사망시 300만 원 지원(당시는 200만 원), 1인당 200만 원의 학자금 지원, 암 진단시 100만 원 지급, 골프 회원권 매입 등을 공약한 바 있다.
특히 금 15돈 증정 공약은 '골드바 증정'으로 이행됐다. 서울 중앙농협은 지난 2024년 12월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농협네트웍스'와 총 31억 여원의 골드바 구입 계약서를 체결했다. 골드바 수량은 1093개이고, 구입 당시 기준 금값은 같은 해 12월 9일 <귀금속경제진문>에 고시된 1돈(3.75kg) 51만3920원이었다. 이후 조합원들은 한국조폐공사 1층 매장에서 조합원 신분증을 확인받은 뒤 골드바(5돈, 18.75kg)를 건네받았다.
지난 1972년 서울 성동구내 11개 이동조합이 합병해 '성동농협'을 설립됐고, 지난 2001년 '성동농협'에서 '중앙농협'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서울 중앙농협은 서울 성동구와 광진구, 송파구, 중구, 용산구 전체나 일부를 관할지역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했고, 조합원은 총 1200여 명(2024년 말 기준)에 이른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지난 2023년 8월 기준 상호금융예수금 2조 5000억 원과 영업이익 113억여 원을 달성했다. 전국 지역농협 중에서 10위 권 안팍의 규모로 알려져 있다.
김충기 조합장은 세종대 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했고(행정학 박사), <농민신문> 대의원과 고향사랑기부제추진대책위원회 위원, 세종행정연구회 회장, 국제로타리 3650지구 서울광나루로타리클럽 회장, 서울상공회의소 광진구상공회의소 이사, 바르게살기운동 광진구협의회 이사, 민주평화통일회의 광진구협의회 자문위원, 중앙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서울특별시 4-H본부 회장 등을 지냈다. 농협중앙회로부터 우수조합장상과 회장 공로패를 받았고,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사회봉사대상과 광진구 구청장 표창장, 광진구의회 의장 표창장 등을 수상했다. 국가공인자산관리사와 공인중개사, 사회복지사(1급)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실버타운 선택의사에 관한 결정요인 분석'이라는 논문을 썼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서울 중앙농협 관련 이해 설명자료‘에서 ‘조합이 법령과 정관 등에 따른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에 따라 금전.물품을 조합 명의로 제공하는 행위는 위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선거관리위원회 회신내용을 부탁시켰다. ⓒ 임미애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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