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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전례 없는 고물가가 전 세계를 강타했고, 내가 사는 일본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가장 큰 지출인 식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30대 독신 대표(?)로 나는 이 시대의 가장 오래된 화제, '먹거리 물가 및 생활비 부담 증가' 문제를 직접 해결해 보기로 했다. 대책은 바로 '식재료·밀키트 정기 배송'.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물가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적 도구로 정기 배송을 활용한 나의 5개월 체험 기록이다.
밀키트 구독,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나는 지난 6월부터 한 '프리미엄 식재료 및 밀키트 정기 배송 서비스'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서 하도 광고를 하길래, '초기 배송 신청 시 통상 가격의 70% 저렴한 가격에 맛보기 배송해준다'는 문구에 호기심으로 응답한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이 작은 호기심은 나의 소비 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밀키트밀키트 첫 배송 당시 ⓒ 박민진
서비스 이용 전, 나의 월 평균 식비 지출은 '들쑥날쑥' 그 자체였다. 특히 계획 없는 충동 구매가 가장 큰 문제였다. 냉장고에 어떤 재료가 있는지 잊은 채 계속 장을 보고 욱여넣기를 반복했고, 그 결과 지출은 늘고 썩어 버려지는 재료도 많았다. 여기에 퇴근 후 피로가 극심한 날이면 보상 심리가 발동해 계획했던 예산을 초과하는 충동적 지출이 빈번했다.
정기 배송 서비스 이용 후, 나의 식비는 무려 월 평균 30만 원이 줄었다. 이 금액은 단순히 저렴한 식재료를 사용해서 얻은 절감액이 아니었다. 이는 충동적 지출과 식재료 낭비를 통제하여 얻은 순수 방어액이다. 냉장고에 밀키트가 늘 채워져 있으니, 굳이 마트를 들를 이유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내가 사용한 서비스는 매주 '정기 박스'라 불리는 장바구니에 다음에 배송될 밀키트 및 식재료를 자동으로 담아준다. 이용자는 제품과 금액을 확인한 뒤, 필요 없는 항목을 삭제하거나 원하는 상품으로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다. 덕분에 월 식비 예산을 정확히 통제하며, 불안정한 물가 속에서도 계획된 소비로 주도권을 지킬 수 있었다.
정기 구독 서비스는 나에게 '시간'이라는 가장 중요한 자원을 되돌려주었다.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간, 사 온 식재료를 소분하고 다듬어 보관하는 시간, 뒷정리 하는 시간을 합치면 거의 3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퇴근 후 녹초가 된 몸으로는 이 모든 과정을 수행하기 어려웠으며, 특히 메뉴 선정에서 굉장한 스트레스가 유발되었다(특히 메뉴 선정 스트레스는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이제 이 모든 과정이 단 20분으로 단축되었다. 나는 아낀 시간을 자기계발과 부수입 활동에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밀키트를 통해 불안정한 물가 앞에서 소득 증대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경험하였다.

▲밀키트로 만든 한 끼 식사조리 시간도 짧으면서 깔끔하게 만들 수 있다 ⓒ 박민진
1인 가구의 딜레마를 해결하다
혼자 살면 대용량 포장 탓에 늘 비슷한 메뉴만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정기 배송 서비스는 외식 비용의 3분의 1 가격으로도 고품질의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또한 계절마다 메뉴가 빠르게 업데이트 되고 유명 셰프와 콜라보를 통해 매일 새로운 조합의 밀키트를 출시하기 때문에 혼자라서 단조로운 식탁이라는 1인 가구의 숙명을 뒤집었다.
또 균형 잡힌 식단 구성이 자동으로 이뤄져, 바쁜 일상 속에서도 건강한 식사를 유지할 수 있다. 나처럼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헬스 코스처럼 목적에 맞춘 구성으로 구독을 선택할 수도 있다. 나를 포함한 1인 가구가 식사의 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기 배송 서비스를 통해 다양성과 건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다. 이제 나의 마인드는 '혼자니까 대충 먹는다'에서 '혼자이기에 더 잘 차려 먹는다'로 완전히 바뀌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식재료 및 밀키트 정기 배송을 이어가고 있는 핵심 이유다. 돈을 아끼는 것을 넘어, 건강과 시간, 마음의 여유까지 회복하며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간다는 만족감이 이 서비스를 지속하게 만든다.
고물가 시대는 계속될 것이다. 물가 상승이라는 거대한 파도는 개인이 막아낼 수 없는 외부 요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파도에 휩쓸려 무기력하게 지갑을 열 것인지, 아니면 소비의 주도권을 되찾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밀키트 정기 배송은 30대 독신인 나에게 예측 가능한 지출, 낭비 없는 소비, 시간의 확보라는 강력한 무기를 제공했다.
불안정한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청년들이 절약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경제와 시간을 통제하는 주체적인 삶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물가 시대, 현명한 소비 전략이야말로 가장 긍정적이고 강력한 생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