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약 ⓒ freestocks on Unsplash
"그 약이 출혈을 유발해서 위험하다던데..." 진료실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이런 말들은 환자에게 처방된 약이 '안전하지 않은 약'으로 둔갑하여 환자-의사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이는 특정 약을 꼭 복용해야 할 환자가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아찔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모두 '거짓 의료 정보'가 낳은 비극이다.
현직 소아 청소년과 간호사 신영은씨는 "갱년기 여성에게 필요한 호르몬 치료제가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가짜 뉴스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를 거부하여 동료 의사들이 난처해 하는 경우를 봤다"면서 "생명과 직결된 의학 정보의 특성상 환자와 보호자의 절박한 마음에 거짓 정보가 더 쉽게 파고든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며 우려했다.
검증 없는 정보의 시대, 노년층은 가짜 뉴스에 더 취약
검증의 장치가 미비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가짜 의료 정보의 확산을 가속화한다. 과거 신문과 방송 등 전통 언론이 정보 유통을 주도한 것과 달리, 현재 정보 유통의 주도권을 잡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는 사실상 아직 '내부 통제 절차'와 '외부 시정 조직'이 부재하는 '회색지대'라는 것이다.
한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는 조현숙 기자는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은 커졌지만, 오보나 사실 왜곡을 막을 사전, 사후적 통제 장치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 정보는 개인의 생명과 건강과 직결된 굉장히 중요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약을 팔기 위해(이익을 취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가짜 의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며 뉴미디어의 법적 사각지대로 인해 초래되는 의료 가짜 뉴스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문제는 이런 환경 속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차이가 '건강불평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영은 간호사는 "젊은 환자들은 검색을 통해 정보를 비교/분석하고 비판적을 수용하는 능력이 있지만, 정보 접근성이 낮은 노년층은 가짜 뉴스에 더 쉽게 휩쓸리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의료 실무 현장에서의 현황을 전했다.
환자는 '질문', 의료인은 '소통', 미디어는 '검증'으로 맞서야
가짜 의료 정보의 범람 속에서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환자, 의료인, 미디어 생산자 모두가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환자는 정보를 맹신하기보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 정보를 분별하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신 간호사는 "가짜 뉴스일지도 모르는 정보를 믿고 독단적으로 행동하기보다, 궁금한 점을 주치의와 직접 상의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자신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보를 신중하게 수용해야 함을 강조했다.
의료인은 환자들의 불안을 먼저 헤아리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소통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신 간호사는 "환자들이 의지할 수 있도록 질병과 치료 방향, 주의 사항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치료 과정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며 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하였다. 병원이나 의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생산자는 '진짜 뉴스'를 통해 가짜 뉴스에 맞서야 한다. 조현숙 기자는 "가짜 뉴스의 최대의 적은 진짜 뉴스"라면서 "기존 언론 현장에선 이럴 때일수록 차별화되도록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기사를 써낼 수 있도록 검증에 검증을 거듭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독자들이 양질의 기사를 식별하는 선구안을 키우고 좋은,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전파하는 기사에 대해 좀 더 가치를 두고 많이 봐주"는 상호작용 속에서 '사실에 기반한 좋은' 뉴스가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가짜 의료 정보 문제라는 사회적 질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환자의 비판적 태도, 의료인의 적극적인 소통, 그리고 미디어의 책임 있는 검증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 정보'를 가져내고 건강을 지켜낼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디지털 소외 계층이 '건강 소외' 계층으로 이어지지 않게 정보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