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공격적으로 활동한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국내 기업들 중 쿠팡의 대관 활동을 이렇게 평가했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기업 종사자, 통칭 '대관(對官)'. 여의도 국회 사람들에게 대관 동향을 물으면 자주 등장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쿠팡과 그 계열사들이다. 서로 다른 법인들이지만 보좌진들은 쿠팡과 계열사 대관을 아울러 '쿠팡 대관'으로 통칭한다.
이들은 특히 이재명 정부 들어 대관 인원을 크게 늘려 국회의원실과의 관계 형성에 매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관 인력 확충한 쿠팡의 공격적 행보...설립 14년만에 연매출 40조

▲쿠팡 본사 ⓒ 이희훈
국회서 기업 이름이 거론되는 경우는 보통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다. 노동자의 사망이라든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이 터졌을 때 기업 이름이 오르내린다.
국회에는 수많은 기업의 대관들이 활동 하지만, 몸집이 커진 쿠팡과 계열사는 최근 자주 호명되는 기업 중 하나다.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 택배 노동자 과로사, 온라인쇼핑 시장 독과점 등 논란은 국회 단골메뉴다. 올해 국정감사에선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이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슈로 떠올랐다. 이 주제는 검찰과 쿠팡의 유착 의혹과 맞물려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다뤄질 전망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쿠팡과 계열사들은 정부·국회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인물 영입에 적극적이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쿠팡은 올해 초 삼성전자에서 대관 업무를 맡았던 민병기 부사장을 영입해 대관 조직 총괄을 맡겼다. 또한 전직 환경부 정책보좌관, 국회 보좌진 출신, 언론사 출신을 임원급 인사로 들였다.
전직 국회 보좌진 출신으로 다른 기업에서 대관 업무를 맡고 있는 A씨는 "'쿠팡이 사람 많이 뽑았대, 아무개도 갔대' 하는 말이 요즘 국회에서 자주 들린다"면서 "인원이 상당히 많이 늘어난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이같은 대관 조직 확대 이유는 쿠팡과 계열사들의 사업 영역이 점점 넓어지면서 상당수 국회 상임위원회의 감시 범위에 들어가게 되면서이기도 하다. 쿠팡은 2010년 자본금 30억 원으로 설립된 지 14년 만에 연 매출 40조 원을 넘겼다(2024년 모회사 쿠팡Inc 기준). 2021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연 매출 20조 원을 돌파했는데 불과 3년여 만에 매출이 2배 이상 뛴 것.
재계 서열 27위인 쿠팡(자산총액 약 17조 6260억 원) 계열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CFS), 쿠팡 물건을 배송하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 음식배달 관련 상점주-라이더 운영을 지원하는 쿠팡이츠서비스(쿠팡CES),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쿠팡플레이, 쿠팡 자체개발상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CPLB까지.
현직 보좌진 B씨는 "쿠팡 연관 국회 상임위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최근 이슈와 연관된 상임위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정무위원회 정도인데 농해수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산물 판매 수수료 관련)도 연관될 수 있다"라고 짚었다.
확충된 인력의 연봉과 법인카드 비용까지 더하면 수십억 원이 대관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기업의 규모와 직급에 따라 상이하지만 쿠팡을 포함한 여러 대관들의 법인카드는 월 100만~500만 원 선이라고 한다.
대관의 힘은 '인맥'

▲국회의원회관 2층 출입구에 놓여있는 국회의원 사무실 안내도. ⓒ 김지현
쿠팡과 계열사들은 관련 부처 인사 뿐 아니라 검찰과 경찰, 그리고 정부의 핵심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 공무원 출신 5명이 쿠팡CLS로 이직해 화제가 됐다. 이전에도 검찰·법원·경찰·정부(공정거래위·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를 영입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쿠팡 강한승 전 대표이사는 대통령이던 윤석열과 사시 23기 동기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바 있다. 전직 쿠팡 인사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합류하는 사례도 다수 있었는데, 김영태 전 쿠팡 부사장이 윤석열 캠프에 갔다가 윤 정부 대외협력비서관으로 일한게 대표적이다. 검사 출신인 이영상 전 쿠팡 법무담당 부사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국제법무비서관과 법률비서관을 지냈다.
국회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가릴 것 없이 보좌진 출신 인사가 주된 영입 대상이다. 쿠팡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비슷하다. 쿠팡은 김근태계(GT계)로 불리는 민주당 출신 인사들도 상당히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쿠팡 초기 GT계가 자리잡으면서 자연스럽게 후배들을 영입하게 된 결과로 보인다.
2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보좌진 C씨는 "그 사람들이 가진 인맥의 힘 때문에 대관으로 뽑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그 사람이 아무리 탁월하다 해도 인맥 관계가 없으면 대관으로서는 꽝"이라면서 "대관은 기업의 현안을 가지고 의원실을 설득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현재 '쿠팡 대관(계열사 포함)' 중에는 과거 유력 정치인의 아들, 현직 언론인의 아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정치인의 아들은 국회 보좌진으로 일하다 쿠팡으로 넘어갔다. C씨는 "그 정치인 아들의 대관 활동은 몰랐다"면서도 "대관으로 영입되는 데에는 국회에서 쌓은 실무 능력 외에도 '정치인 아버지'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현직 국회의원과 소통할 수 있는 배경을 갖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타기업 대관 A씨는 "쿠팡 대관들의 경우 인원을 확충하면서 저인망식(배에 큰 그물을 달아 바닷속을 끌면서 물고기를 잡는 방식)으로 활동한다"면서 "한 보좌진(의원실)을 여러 대관이 담당하면서 설득을 거절할 수 없게 전략을 짜기도 한다"고 전했다.
"선배라면서 연락 오면 솔직히 부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경내 의원회관 1문. ⓒ 김지현
기업 대관 활동 방식도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가 있었다. 국정감사 제도가 1987년 6월 항쟁 이후 본격화되고, 대기업 중심으로 공채 출신 대관 인력을 꾸리다가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의원 보좌진 출신이 각광을 받고 있다. 또 과거엔 전통적인 재벌기업들이 대관 활동의 중심이었다면 2010년대엔 네어버·다음(현 카카오)으로 대표되는 포털 기업들의 대관 활동이 활발했다. 최근 들어선 쿠팡·우아한형제(배민) 등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의 대관 활동이 도드러지는 흐름이다.
과거 대관들은 국감 때 기업 사주의 증인 출석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해당 기업 이름 자체가 국감장에 등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활동했다. 요즘은 사주 대신 전문 경영인 등 실무선인 고위급 인사로 증인의 급을 낮추는 작업을 주로 한다. 보좌진 B씨는 "선배라고 하면서 대관들이 연락 해오면 솔직히 부담된다"라고 말했다.
질의 내용의 수위를 낮추거나, 기업 입장에서 '규제'로 여겨지는 입법을 포착해 법안 수위를 낮추는 활동도 전개한다. 대관들이 보좌진들을 만나 설득을 하는데, 설득이 먹히지 않으면 임원급 대관이 직접 국회의원과 소통해 법안 발의 등에 영향을 끼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대관으로 물타기? 기업 정상 운영에 힘 쏟아야"

▲15일 국회의원회관 1층 출입구 쪽 의원회관 방문 출입증을 발급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국정감사 기간에는 피감기관 공무원, 기업 대관 종사자, 민원인 등이 많이 방문한다. ⓒ 김지현
기업 입장에서 대관은 기관 대상 소통 창구인 만큼 존재 이유가 명확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몸집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자성할 부분이 있다고 언급한다. 보좌진 C씨의 말이다.
"국회 소속으로 대관의 존재 이유를 말하자면 편의성 때문이다.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는 편의성. 가령 어떤 기업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면, 기업 대관이 있으면 그들에게 말하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관계가 있는 부서, 인사와 소통할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들은 몸집이 급격히 커지면서 여기저기서 사건·사고가 난다. 근데 심각한 문제는 구조적인 허점들을 인적 네트워크 센 대관들로 물타기하고 막으려 한다. 정상적으로 기업을 운영해서 사고를 줄일 생각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쿠팡과 계열사의 경우, 대관 인력의 조직 구성이나 규모는 비공개 사안이다. 쿠팡은 <오마이뉴스>의 대관 인력 확충 배경 등의 질의에 "쿠팡은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채용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하며, 필요한 인재를 부문별로 채용하고 있다"라고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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