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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안 직장인 전철 안 빼곡한 직장인들
전철 안 직장인전철 안 빼곡한 직장인들 ⓒ Unsplash의Justin Bautista

최근 '일본 과로사 방지법 시행 10년, 과로사는 오히려 증가했다'(https://omn.kr/2fm0m)라는 기사를 접했다. 제목을 보자마자 과거의 기억과 감정이 떠올랐다.

근무 시간보다 긴 희생의 시간

법 제정 당시에는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현실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아이러니한 결과. 나는 일본 기업에서 5년간 근무하며 일본인 동료들의 노동 모습을 지켜봤기에ㅌ 왜 과로사 방지법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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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 기업의 우두머리는 대부분 중장년층이다. 회사에 오래 머무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던 세대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고, 정시에 퇴근하는 직원을 '월급 도둑'처럼 여기는 강한 인식을 갖고 있다.

매장 근무직이었던 나는 어느 날 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가 본사에서 내 근태 이력을 보고 칼퇴가 많다며, 잔업을 하고 가라며 한소리하려 전화한 것이었다. 참고로 나는 '매달 8일 휴일 보장'이라는 사원의 기본적인 권리도 지켜지지 못한 채 연속 출근 중이었다.

일본 서비스직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일이 흔하다. 매장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밥을 거르는 것은 물론이고, 의자에도 앉지 못하며 화장실도 참으면서 12시간, 많게는 14시간을 혼자 버텨야 한다.

이런 근무 형태가 보편화되어 있어 일본 서비스업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통으로 일한다는 의미의 '토오시'라는 단어가 있다. 매장에 결원이 생기면 본사에서 신속하게 새로운 직원을 모집하고 교육하는 일이지만,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존 직원들의 희생을 은근히 강요하는 실정이다.

또 하나, 과로사를 유발하는 이유로 일본의 포괄임금제도 무시 못 한다. 대부분의 일본 기업은 잔업수당을 월급에 포함해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어가 서툰 노동자들은 구인 공고에 적힌 금액을 기본급으로 착각하고 입사하지만, 나중에야 그 금액에 잔업수당이 포함된 총액임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즉, 높은 기본급에 추가 수당을 주는 대신 낮은 기본급에 잔업수당을 월급에 포함시켜 총액을 크게 보이게 하면서 암묵적으로 잔업을 강요하는 것이다.

일본의 평범한 샐러리맨들은 실수령액도 적고 임금 상승률도 낮아, 초과 근무 수당을 받기 위해 일부러 잔업을 하며 월급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야근하는 직원, 무너지는 경제

문제는 저임금과 야근 수당에 의존해 월급을 보충해야 하는 환경이 일본 경제 침체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이면 이미 오후 8시에서 9시 사이, 쇼핑센터들이 문을 닫는 시간이다.

평일 동안 우상향하던 매출 그래프는 이미 수평선을 그린 지 오래고, 주말이 아니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으니 두 개 살 것을 한 개만 사고, 한 개 살 것도 아예 사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매출이 떨어지자 기업들은 상품 가격을 눈에 띄지 않게 올리거나 인건비를 줄인다. 티 안 나게 올렸다고는 하나 서민들은 곧바로 알아채고 지갑을 닫는다. 결국 인건비 절감으로 수입이 줄어든 직원들은 소비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나는 세전 월급이 29만 엔(약 272만 원)이었지만 주민세와 소득세, 후생연금, 건강보험금등을 공제하고 나니 실수령액은 22만 엔(약 206만 원)에 불과했다. 한화로 70만 원가량 떼인 셈이다.

연차 6년 차임에도 206만 원으로는 일본에서 월세 내고 저축하기란 빠듯하다. 도쿄의 월세는 최소 약 70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이는 좁은 원룸에 풀옵션도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마음 놓고 소비하거나 여유롭게 저축하는 생활은 사실상 사치에 가깝다.

여전히 이런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면 과연 '과로사 방지법'이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지, 그 존재조차 알고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출퇴근 시간대에 안타까운 사고들이 반복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시점에 집중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날 직장인의 삶의 무게를 가늠하게 한다. 과연 이것이 직장인의 삶의 질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을 소모품으로 보는 사회
"사회 전반에서 적정한 시간 동안 노동해야 한다는 인식, 그리고 과로를 포함해 노동자에 대한 각종 압박과 괴롭힘, 스트레스를 통한 착취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합의가 이루어질 때, 또한 법규를 위반한 기업이 제대로 처벌받을 때에야 과로사와 과로자살 예방도 마침내 가능하다." - '일본 과로사 방지법 시행 10년, 과로사는 오히려 증가했다' 기사 중에서

이 주장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증가하는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있다.효율과 충성으로만 인간의 가치를 재단하는 사회에서는 어떤 법도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임금 구조나 제도만 손보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과로사 방지법이 법조문이 아니라 사회적 상식이 되어야 한다.

임금 구조, 노동 문화, 기업의 인식 등 이 세 축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과로사는 여전히 누군가의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과로문제#과로사#직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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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진 (mjpark3) 내방

일본에서 시바견과 함께 사는 30대입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취준 공포증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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