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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밀꽃밭과 어우러진 선학동마을 풍경. 마을 위쪽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메밀꽃밭과 어우러진 선학동마을 풍경. 마을 위쪽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 이돈삼

메밀꽃이 활짝 피었다. 연초록 꽃대 위에 핀 하얀 꽃이 바닷바람에 일렁인다. 푸른 바다, 황금빛 들녘,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꽃밭이 동화 속 풍경 같다. 산들바람과 바닷바람에 일렁이는 꽃밭이 환상경을 연출한다.

지난 9일 방문한 장흥 선학동(仙鶴洞) 풍경이다. 꽃밭은 마을 뒤 구릉, 공지산 자락에 펼쳐 있다. 면적이 20헥타르 남짓 된다. 메밀꽃 핀 자리는 봄에 노란 유채꽃으로 채색된다. 꽃밭을 찾은 사람들 얼굴에서도 덩달아 웃음꽃이 피어난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선학동마을 전경. 파란 하늘과 바다, 황금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멋스럽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선학동마을 전경. 파란 하늘과 바다, 황금 들판이 한데 어우러져 멋스럽다. ⓒ 이돈삼

 최귀홍 선학동마을 이장. 소설 속 마을을 현실에서 되살려낸 당사자다.
최귀홍 선학동마을 이장. 소설 속 마을을 현실에서 되살려낸 당사자다. ⓒ 이돈삼

"20년 전입니다. 임권택 감독이 소설 <선학동 나그네>로 영화 <천년학>을 만들었을 때죠. 몇몇 여행객이 우리 마을에 왔다가 '이런 데가 어떻게 소설과 영화 배경이냐'며 비아냥거리는 얘기를 들었어요.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괜히 미안하더라고요."

그가 꽃밭 가꾸기에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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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가꾸기를 처음 제안한 최귀홍(70) 이장의 말이다. 최 이장은 그날부터 주민들과 머리를 맞댔다. 때마침 경관보전직불제가 시범 도입됐다. 경관보전직불제는 주민이 마을을 가꾸면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제도다. 주민 손해 없이 마을 경관을 아름답게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마을 살리기의 첫걸음이었다.

주민 설득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최 이장은 '외지인을 찾아오게 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장의 끈질긴 설득에 주민 일부가 동의했다. 꽃밭 가꾸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경관보전직불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3헥타르 이상 규모화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탓이었다.

 공지산 자락 메밀꽃밭. 선학동마을의 뒤태를 아름답게 보여준다.
공지산 자락 메밀꽃밭. 선학동마을의 뒤태를 아름답게 보여준다. ⓒ 이돈삼

"노령화로 꽃씨 뿌릴 인력이 없었습니다. 이듬해 다시 도전했죠. 집집마다 다니면서 콩 심고, 깨 심는 거 포기하자고 설득했어요. '꽃씨는 내가 파종해 드리겠다'면서..."

이듬해 봄날 유채꽃밭이 만들어졌다. 외지인을 배려한 마을 주민의 고운 마음이 밴 꽃밭이었다. 푸른 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핀 노란 꽃밭을 본 외지인들이 탄성을 질렀다.

주민들은 내친김에 가을 농사를 포기하고 메밀꽃씨를 뿌렸다. 봄날엔 노란 유채꽃으로, 가을엔 하얀 메밀꽃으로 동화 속 풍경이 연출됐다.

 노란 유채꽃으로 물든 선학동마을 풍경. 지난 봄날 모습이다.
노란 유채꽃으로 물든 선학동마을 풍경. 지난 봄날 모습이다. ⓒ 이돈삼

 영화 '천년학'의 중심 무대가 된 선술집. 선학동마을 입구 바닷가에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영화 '천년학'의 중심 무대가 된 선술집. 선학동마을 입구 바닷가에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 이돈삼

마을 풍경이 입소문과 SNS를 타고 외지인을 불러들였다.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성공 사례를 배우려는 다른 지역 주민들도 줄을 이었다. TV 드라마 촬영팀과 예능 프로그램도 찾아왔다. 선학동이 경관 농업 본보기로 전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주민들도 뿌듯했다.

최 이장의 마을 가꾸기는 마을 이름 변경으로 이어졌다. 소설 속 마을 이름을 현실에서 되살릴 의도였다. 주민과 향우를 일일이 설득하고, 행정기관도 수십 차례 찾아다녔다. 공지산 아래 산저마을이 '선학동마을'로 바뀐 이유다.

최 이장은 30대부터 지금까지 연임과 휴식년을 번갈아 하며 네 번째 이장을 맡고 있다. 지난 봄엔 '회진면민의 상'을 받기도 했다.

 이청준 문학탐방길을 안내하는 표지판. 메밀꽃밭 군데군데 서 있다.
이청준 문학탐방길을 안내하는 표지판. 메밀꽃밭 군데군데 서 있다. ⓒ 이돈삼

"주민 소득과 연결 시키는 게 어려웠습니다. 한때 포기 직전까지 갔는데,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구세주처럼 나타났죠. 최저 가격을 보장하고, 장려금도 주고, 마을 발전 기금에다 축제비까지 주겠다는 겁니다. 날개를 달았죠."

주민들은 계약 물량을 맞추고, 좋은 품질만 생산하면 됐다. 계약물량(2.8톤) 생산은 6헥타르로 충분했지만, 여유 있게 씨앗을 뿌렸다. 선학동 마을 메밀은 11월 중순 수확한다. 유채 씨앗은 2월에 심고, 꽃을 피운 뒤 갈아엎는다.

마을의 변화가 가져온 일석삼조

선학동마을에 꽃밭만 있는 건 아니다. 이청준의 소설 한 구절과 임권택의 영화 한 장면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설명판도 중간중간 세워져 있다. 마을을 찾은 외지인들이 메밀차 한 잔씩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마을이 많이 바뀌었어요. 우리 스스로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고, 마을을 보려는 외지인들이 많이 찾고, 주민 소득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죠. 우리 마을로 귀농하고 귀촌해 온 집도 일곱 가구나 돼요. 주민 의식도 그사이 많이 변했습니다. 마을을 깨끗하게 가꿔야 한다는 주민 공감대가 이뤄져 있어요."

최 이장이 뿌듯해 하며 날마다 웃음 짓는 연유다.

 이청준 생가. 선학동마을에서 가까운 진목리에 있다.
이청준 생가. 선학동마을에서 가까운 진목리에 있다. ⓒ 이돈삼

 한승원 생가. 선학동마을에서 가까운 신상리에 있다.
한승원 생가. 선학동마을에서 가까운 신상리에 있다. ⓒ 이돈삼

마을에 이청준문학관도 들어선다. 사업비 75억 원이 투입돼 내년 하반기 개관한다. 이청준은 남도사람들의 웅숭 깊은 한과 소리를 소설로 풀어낸 장흥 출신 작가다.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선학동나그네>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소설은 임권택 감독의 손에서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소리꾼 양아버지 밑에서 소리와 북 장단을 맞추며 자란 의붓남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소설 <선학동나그네>는 영화 <천년학>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중심 무대가 된 선술집 촬영 세트가 마을 입구 바닷가에 남아 있다.

선학동 마을에서 가까운 진목리에 이청준 생가가 있다. 묘도 지척이다. 신상리에 소설가 한승원 생가도 있다. 한승원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이다. 억새 흐드러진 천관산 자락에 천관문학관도 있다. 문학과 버무려지는 가을 여행지로 으뜸이다. 선학동마을은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면에 속한다.

 이청준과 한승원에서 송기숙, 한강까지 만날 수 있는 천관문학관. 선학동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덕면에 있다.
이청준과 한승원에서 송기숙, 한강까지 만날 수 있는 천관문학관. 선학동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덕면에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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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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