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 카페에서 주문한 말차 라떼예전에는 생소하고 잘 보이지 않았던 말차는, 키오스크 맨 상단에서 고객을 반긴다. 어느 카페에 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신지호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한 메뉴였던 '말차'. 이제는 대다수의 카페나 편의점에서 관련 메뉴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유행은 어디에서 왜 시작되었으며, 어디로 향할까.
서구에서 불어온 '그린 웨이브'
기존에도 아시아권에서 소비되었던 말차는 서양권의 관심을 얻으며 폭발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서양권의 말차 열풍 뒤에는 젊은 층의 건강 지향 트렌드와 SNS 인증 문화가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만성적인 카페인 의존에 피로를 느낀 미국, 유럽 등의 젊은 소비자들은 말차를 '느린 에너지(Slow Energy)' 음료로 받아들였다. 커피보다 카페인 함량이 낮고, 정신적으로 편안하게 해 주는 L-테아닌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는 점이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를 추구하는 MZ세대의 관심사와 정확히 맞물린 것이다.
여기에 인스타그램, 틱톡 등 숏폼 비디오 플랫폼의 성장이 유행에 기름을 부었다. 말차 특유의 짙은 녹색은 어떤 배경에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콘텐츠로 빠르게 확산됐다. 말차를 만드는 과정, 쨍한 색감의 비주얼, 그리고 말차를 마시는 공간의 '힙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또 다른 콘텐츠가 되었다.

▲일상이 된 SNS를 통한 콘텐츠 탐색과 생성SNS를 통해 콘텐츠를 훑고 있는 모습이다. SNS를 통한 정보 습득과 생성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 Unsplash
서울에 사는 대학생 박준희(20)씨는 "예전엔 무조건 아메리카노였는데, 이젠 말차 라떼를 자주 마셔요. 커피는 마시고 나면 속이 쓰리거나 피로감이 빨리 오는데, 말차는 기분 좋은 활력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그런 것 같아요.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사진을 찍었을 때 다른 음료보다 훨씬 예쁘게 나와서죠. 트렌드를 따라가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말차 산업의 성장과 '경험' 판매 전략
이러한 소비 심리는 곧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이어졌다. 카페 업계에서는 말차를 단순한 음료가 아닌 '경험 상품'으로 재정의했다. 일반적인 카페를 넘어 전문적인 말차 브루잉 바(Brewing Bar)가 생겨나고, 톤앤매너를 통일한 '말차 전문점'이 팝업 스토어나 플래그십 스토어로 등장하며 소비자들의 방문을 유도한다. 이제, 판매는 상품뿐 아니라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된 것이다.
서울 홍대에서 안경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국현(42) 사장은 "말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제품 한 개를 팔아도 고객은 제품만을 사는 게 아닙니다"라며 "고객은 저희 매장의 독특한 입구, 은은한 조명, 거울을 비롯한 인테리어도 경험 콘텐츠로써 구매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제품뿐 아니라 고객이 제품을 받고 나가는 그 순간의 비주얼까지 디자인하는 데 집중합니다"라고 밝혔다.
심화된 소비 트렌드
말차 열풍은 소비 트렌드가 단순히 '보여 주기 식 콘텐츠(Show-off Content)'에서 '참여하고 경험하며, 스스로 트렌드에 탑승하는(Join-in & Experiential)' 방식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SNS 인증은 '내가 이 비싼 것을 먹는다'라는 과시가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나도 이 힙한 문화를 알고 즐긴다'라는 공감대 형성과 정체성의 표현이 핵심이다. 말차는 이러한 트렌드에 가장 부합했다. 소비자는 낯선 맛에 도전하는 경험, 힙한 공간을 찾는 경험, 그리고 이를 SNS에 올려 타인과 소통하는 '공유 경험'까지 한번에 구매한 것이다.

▲‘젠틀몬스터’로 유명한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성수동 신사옥 1층의 전경브랜드만의 독특한 조형물을 통해, 단순한 제품 구매 촉진을 넘어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며, 방문객들을 유인한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다. ⓒ 신지호
말차와 같이 강렬한 비주얼, 스토리, 경험적 요소를 통해 소비를 유도하는 트렌드는 이미 우리 주변에 보편화됐다. 젠틀몬스터가 브랜드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를 체험하고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하거나 블랙핑크, 아이브 등의 인기 아이돌들이 앨범과 연관된 팝업 스토어를 열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등, 새로운 시도가 넘쳐나는 중이다.
건강이라는 '가치'와 짙은 녹색의 '비주얼', 힙한 공간에서의 '경험'이 완벽하게 결합되어 젊은 층의 지갑을 열게 만든 말차처럼, 경험 제공과 실제 소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경험 콘텐츠' 상품들의 진화는 앞으로 더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