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 포스터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더 이상의 지연은 또 다른 폭력입니다."
지난해 12.3 내란이 보여주듯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는 현재를 위협한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지난 수십 년간 요구해온 진상규명과 과거사 청산의 시간이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임을 다시금 일깨우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범시민사회 차원에서 '올바른 과거사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오는 22일 오후 2시 국회 본청 계단에서 개최된다.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모여 국회에 과거사법의 신속한 개정을 촉구하고, 진실화해위원회(이하 진화위) 3기의 조속한 출범을 요구할 예정이다.
진상규명도 못 받고 떠난다
국가폭력은 단순한 역사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수천 명의 생존자들의 일상 속에 산재한 고통이자,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폭력의 연장선이다. 국가가 저지른 불법적 폭력행위에 대한 진상규명 조사가 지연될수록 피해자들은 고립과 불안 속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진화위에서 진실규명 결정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피해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생존 피해자 대부분이 이제 고령의 나이에 접어들었음에도, 국회는 과거사법 개정을 지연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들에게 진상규명 받을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 과거사 청산의 지연은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라, 피해자들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인 것이다.
국가폭력은 이를 행사하는 공안기구의 네트워크와 사회적 침묵의 카르텔을 통해 지속되고 유지된다. 이러한 구조를 깨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강력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회가 과거사법 개정을 미루고 있다는 것은 그 결단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피해자들은 평균 70대의 고령이다. 매해 수십 명씩 진상규명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다. 국회의 지연은 곧 피해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7대 과제
기자회견에서 제시될 과거사법 개정 7대 요구안은 진상규명 제도를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국가폭력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담고 있다.
첫째, 과거사법의 신속한 개정이다. 현재의 지연 상태를 즉시 종료하고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이는 피해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긴급한 과제다.
둘째, 진화위의 조사권한을 강화하고 권고 이행에 대한 후속조치를 실질화해야 한다. 진상규명 조사가 실제로 국가기관에 의해 이행될 수 있도록 강제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다.
셋째, 사건의 특성에 맞도록 3개 조사소위를 구성하는 것이다. 집단수용시설, 고문·학살, 불의한 자산동결 등 다양한 유형의 국가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각각의 사건 유형에 특화된 조사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영한 요구안이다.
넷째, 직권 및 전수조사를 확대해 제한된 범위의 조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피해자의 신청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는 많은 사건들이 축소되거나 은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피해자 권리의 법적 보장이다. 현재의 참여구조를 개선하고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조항이 필요하다. 피해자들이 조사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다.
여섯째, 소멸시효 배제를 포함한 배·보상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진상규명 후 적절한 배보상을 받을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배·보상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상황은 국회의 책임 회피에 다름 아니다.
일곱째, 역사를 부정하거나 국가폭력을 정당화하는 인사를 진화위 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을 배제하는 조항 마련이다. 진상규명 기구 자체의 신뢰성이 훼손되지 않으려면 필수적인 조치다. 진화위원장을 포함한 위원들이 반역사적 발언을 하거나 피해자들을 폄하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피해자들과 국민은 진화위를 신뢰할 수 없다.
역대 최악의 진실 규명률, 이제는 변해야 한다
현재 진화위의 진실 규명률이 역대 최악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증명한다. 국회가 과거사법 개정을 미룬 사이, 집단수용시설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도 시설수용 피해자들의 구제를 권고한 상황이고, 진화위 자신도 국회에 배·보상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정책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는 국회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국제적·국내적 요구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명확하다. 국회는 더 이상 지연 없이 과거사법을 개정하고, 3기 진화위가 신속하게 출범하여 성역 없는 진상규명 조사가 계속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제대로 정립되고, 국가폭력에 대한 과거사 청산이 온전하게 실현돼야 한다.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배·보상이 뒤따를 때, 비로소 한국 민주주의는 과거의 폐허 위에 정의로운 미래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과거사법 즉각 개정 7대 요구안
과제1. 신속한 과거사법 개정
과제2. 조사권한 및 권고이행 후속조치 강화
과제3. 사건 특성에 맞도록 3개 조사소위 구성
과제4. 직권·전수조사 확대
과제5. 참여구조 및 정보접근 등 피해자 권리 법적 보장
과제6. 소멸시효 배제 포함 배·보상 계획 수립
과제 7. 반역사 인식 인사 진화위 위원 임명 배제 조항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