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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9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위한 노사정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9월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위한 노사정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 깊은 정체의 늪에 빠져 작동하지 않는 한국의 사회적 대화 기구, 경사노위

민주노총은 여전히 참여하지 않고, 경영계는 '정치화'를 우려한다. 정부는 해마다 경사노위 '재가동'을 외치지만, 국민의 눈앞에서 돌아가는 건 '회의'가 아니라 기능 상실을 반복하는 '의례'에 가깝다.

이제는 참여와 복귀의 문제를 따질 때가 아니라 경사노위가 구조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체계를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할 때다. 노사정이 평평한 자리에 앉아 서로를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한, 대화는 끝없는 제로섬 게임으로 귀결된다.

2. 민주노총 참여, '들어오라'가 아니라 '들어올 이유를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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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경영계는 종종 '민주노총이 들어와야 사회적 대화가 완성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의 초점은 '왜 들어오지 못하느냐'가 아니라 '들어올 자격이 있는 테이블인가'에 있다.그동안 경사노위는 정책 결정 및 집행의 들러리로 전락해 왔다. 의제는 정부가 정했고, 합의는 이미 예고된 시나리오였다. 노동계가 느끼는 피로감은 '불참의 고집'이 아니라, 그 무력한 절차의 진부함에 대한 '정직한 저항'이다.

진정한 정상화의 출발은 형식적으로 '초대장'을 보내는 데 있지 않다. 노동계가 주도적으로 의제를 상정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정부 조정형'에서 '공동 제안형'으로 협의 구조를 전환하는 게 우선이다. 민주노총이 제기해 온 사회안전망 강화, 비정규직 차별 해소, 산업전환 대응 이슈는 결코 특정 이익집단의 요구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사회의 지속성을 결정짓는 국가의 핵심적 의제다.

예를 들어보자.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불법 하도급의 문제가 강력한 단속과 처벌로 해결될 사안인가. 여기에는 정부 발주 체계의 허점, 금융시스템, 고용시장, 외국인력, 산업재해, 임금 체불, 부실시공 등 한국사회 성장의 이면에 가려진 온갖 모순과 갈등이 켜켜이 쌓여 있다. 왜곡된 시스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동자이고 소비자이며, 경영계는 그 다음이다.

노동문제를 '대화의 주변부'로 밀어놓은 채 '참여를 요청한다'는 것은, 사회적 대화에 냉소와 환멸을 부를 뿐이다. 들어오라면 들어올 이유부터 만들라. 그것이 경사노위 개혁의 출발점이다.

3. 경영계의 불안, 협상보다 '불확실성'이 더 위험하다

경영계 일부는 민주노총의 복귀를 '노정관계의 정치화'로 본다. 하지만 냉정히 보자.

지금의 경사노위가 경영계에 진짜 유리했는가? 정부 주도 조정의 틀 속에서 경영계도 자신들의 정책 제안을 실질적으로 반영시키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경영계 역시 '가짜 대화'의 피해자다. 노사정 대화가 작동하지 않는 사회는 파업이 잦고, 정책이 뒤집히며, 노사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반면 사회적 대화가 제도로 작동하는 사회일수록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보장된다. 경영계가 진정 지켜야 할 것은 정치 권력의 '조정권'이 아니라 교섭의 '자율성'이다.

민주노총의 참여는 대표성의 확보다. 노사 모두의 이해관계가 책임 있게 반영될 때만, 기업도 노조도 장기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신뢰 환경을 얻는다.

4. 정부의 역할, 심판이 아니라 '신뢰의 보증인'

정부가 경사노위를 '관리하는 기관'으로 취급하는 한, 대화는 매번 오염된다. 정부가 대화 테이블을 '정치 일정의 중간보고서'로 사용하는 행태를 버리지 않는 한, 그 자리는 결코 신뢰의 공간이 될 수 없다. 이제 정부는 심판이 아니라 보증인으로 서야 한다.

논의 결과는 정책 채택 여부를 넘어 법제화와 예산 배분으로 연결되는 법적·재정적 보증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위원장 개인에게 과도하게 쏠린 구조를 해체하고, 의제별 간사단과 시민사회 전문위원단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다층 협의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정부가 조정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경사노위는 권력의 그림자가 아닌 사회적 대화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5. 대화의 성패는 '결과'보다 '과정의 공정성'

작금의 사회적 대화는 합의의 숫자에 매달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몇 개의 합의'가 나오느냐가 아니라, 그 합의가 어떤 절차로 만들어졌느냐다. 의제 선정, 회의자료 공개, 이해당사자의 발언권이 투명하게 보장될 때, 사회적 대화는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경사노위 내부에 독립적 '대화 모니터링단'을 두고 공정성을 점검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제는 '결과 중심의 성과 시계'에서 벗어나, 과정 자체를 설득력 있는 대화 구조로 재설계해야 한다. 합의보다 더 중요한 건 '합의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6. 경사노위, 다시 사회 공론장으로

경사노위의 위기는 노동계나 경영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대화 역량이 닫혀버린 구조적 위기다. 노동이 정치의 소음이 아니라 사회의 언어로, 협상이 힘겨루기가 아니라 공동책임으로 복원될 때, 우리는 비로소 "정상화"라는 말을 쓸 수 있다. 이제 경사노위는 "누가 테이블에 앉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테이블이 무엇을 대표하느냐"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 순간이 도래해야 사회적 대화는 '정상작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게재합니다. 글쓴이는 전태일재단 이사장입니다.


#경사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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