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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가 끝났다. 추석을 보내고 짐을 풀자마자 마음도 제자리로 돌아간다. 많은 이들이 명절 피로를 호소하지만, 누군가에겐 그 시간이 오히려 '휴식'이 되기도 한다.

결혼 후, 시댁에서 예상치 못한 명절 문화를 만났다. 바로 '포커 게임'이다. 처음엔 낯설었다. 학생 시절 친구들과 장난삼아 해본 적은 있지만, 가족이 모두 모여 카드를 섞는 풍경은 조금 의외였다. 그러나 시어머니와 시이모님들, 사촌들까지 한자리에 둘러앉아 "이번엔 내가 딜러야!" 하며 웃는 모습을 보니 금세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시작할 땐 소액의 판돈을 정하지만, 그것은 어디 까지나 긴장감을 위한 장치일 뿐이다. 며칠을 웃고 떠들다 보면 마지막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돈도, 웃음도 공평하게 나눈다.

무엇보다 좋은 건 그 시간에 '불편한 대화'가 없다는 점이다. 누가 더 잘났는지, 자식은 어디 취직했는지 같은 말 대신, "나 투페어야.", "난 플러시다! 겨우 투페어로 따라오냐!!", "암만~ 에이스투페어면 지구 끝까지 따라가지!" 같은 농담이 오간다. 그 덕분에 방 안은 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명절, 웃음으로 엮는 한 판의 포커 추석 연휴 동안 가족이 함께 즐긴 포커 게임. 누가 이기고 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카드를 섞고 웃음을 나누는 동안 명절의 피로는 어느새 사라진다.
명절, 웃음으로 엮는 한 판의 포커추석 연휴 동안 가족이 함께 즐긴 포커 게임. 누가 이기고 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카드를 섞고 웃음을 나누는 동안 명절의 피로는 어느새 사라진다. ⓒ 오지은

명절 증후군이란 말이 생길 만큼 명절은 종종 가족 간의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하지만 우리 시댁의 풍경은 조금 다르다. 카드 한 벌이 대화를 바꾸고, 게임의 규칙이 관계의 균형을 잡는다. 서로를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함께 웃기 위한 놀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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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우리 며느리 좋은 거 좀 뜨게 해 줘봐~!" 하며 웃고, 누군가는 "이럴 줄 알았으면 올인 안 했지!" 하며 탄식한다. 그 소리들이 명절의 소음을 대신한다.

연휴가 끝날 무렵, 가족들은 어김없이 이렇게 말한다. "다음엔 내가 더 분발해보겠어!" 그 말은 아마도 '다음에도 다 같이 웃자'는 뜻일 것이다.

카드 한 벌이 바꾼 건 단순한 놀이 문화가 아니다. 포커는 우리 가족에게 관계의 완충제이자, 마음을 잇는 새로운 언어가 됐다. 불화 대신 웃음을 택한 그들의 방식은, 명절을 '버티는 시간'에서 '즐기는 시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명절#명절즐기는법#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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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omarron) 내방

10년째 여행사를 운영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길 위 이야기를 기록해왔습니다. 일상의 작은 경험에서 사회적 의미를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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