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영흥대교 옆 진두방파제는 가을날의 쭈꾸미 워킹낚시 명소다. ⓒ 김홍의
가을이면 서해는 쭈꾸미 낚시꾼들로 붐빈다. 낚시 시즌이 시작되면 주말마다, 방파제마다 낚싯대가 빼곡히 늘어서고 "올해는 몇 마리나 잡았느냐"는 대화가 오간다. 지난 12일,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방파제로 향했다. 첫 쭈꾸미 워킹낚시 도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영흥도 가는 길목인 선재도에는 낚시 제한 구역이 많았고 주차할 곳조차 찾기 어려웠다. 간신히 도착한 영흥도 진두방파제는 쭈꾸미를 잡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간신히 주차를 하고 사람들 틈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낚시대에 '에기(쭈꾸미 미끼)'를 달아 던졌다. 그러나 쭈꾸미는 잡히지 않았다.
"한 마리도 못 잡았어요." 지나가는 이들이 '많이 잡았냐' 묻기에 그렇게 답했다. 낚싯대를 감는 동안, 옆자리 낚시꾼은 벌써 스무 마리를 넘게 낚아 올리고 있었다. 처음 해보는 낚시의 서툼도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아쉬움보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겠지'라는 기대만 가득했다.

▲진두방파제에서 쭈꾸미 워킹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 김홍의
버려진 '에기'의 대가, 바다에 남은 작은 상처들
쭈꾸미는 못 잡았지만, 대신 다른 '수확물'을 얻었다. 방파제 주변을 살피던 중 갯벌에 버려진 에기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햇빛에 색이 살짝 바랜 붙은 플라스틱, 부식된 고리가 아직 낚싯줄에 매달려 있었다. 누군가의 낚시 흔적이자 바다에 남겨진 작은 상처였다.
에기 하나의 가격은 400원에서 3000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그것이 바다에 버려졌을 때의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 플라스틱과 금속이 결합된 이 낚시 바늘은 바다생물이 먹이로 착각해 삼키거나, 파도에 의해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된 후로는 낚시가 아닌 또 다른 '습관'을 시작했다. 낚시할 때마다 작은 쓰레기봉투를 챙기고 갯벌에 버려진 낚시채비를 주워 담는 일. 에기를 포함한 재활용이 가능한 낚시채비는 미온수로 닦고 바짝 말린 뒤 녹 제거제를 살짝 발라 손질하면 다시 쓸 수 있다. 녹이 심하게 슬거나 부서진 것은 분리배출용 봉투에 넣는다. 작은 습관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바다는 조금은 깨끗해질 수 있다.

▲바닥에 버려진 에기, 주워 담는 손길이 진짜 낚시의 매너다.깨끗한 바다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 김홍의
낚시 실력보다 먼저, 바다를 지키는 '낚시 예절'
쭈꾸미 워킹낚시는 장비 부담이 적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낚시가 대중화될수록, 그만큼 '낚시 쓰레기' 문제도 함께 커지고 있다. 방파제에 버려진 낚시줄과 에기, 미끼 포장지는 시간이 지나면 고스란히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깨끗한 바다를 위해선 낚시 실력보다 먼저 낚시 예절이 필요하다.
낚시를 마친 뒤에는 진두방파제 인근 하늘고래전망대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방파제에서 도보 10분 남짓이면 닿는 이 전망대는 영흥도와 선재도, 그리고 서해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명소다. 낚시의 아쉬움이 남더라도 바다 위를 유영하는 듯한 고래 형상의 전망대에서 맞는 바람 한 줄기가 모든 걸 위로해준다. 바다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어쩌면 그곳의 풍경을 마음에 담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날 낚시는 '꽝'이었지만 마음속엔 새로운 깨달음이 남았다. 바다는 단순히 고기를 잡는 곳이 아니라, 지켜야 할 '공동의 터전'이라는 것. 다시 한 번 낚시대를 들고 영흥도를 찾게 되더라도, 그때에도 작은 쓰레기봉투를 또 하나 챙길 것이다.

▲진두방파제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하늘고래전망대. 바다는 단순히 고기잡는 곳이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공동 터전이다. ⓒ 김홍의
덧붙이는 글 | [여행 정보]
● 위치: 인천 옹진군 영흥면 진두방파제 일원
● 특징: 쭈꾸미 워킹낚시 명소, 무료 공영주차장(혼잡 주의), 인근 하늘고래전망대 도보 이동 가능
● 팁: 낚시 에기 재활용 시 미온수로 세척 후 건조, 녹 제거 후 재사용 가능
● 실천 제안: 쓰레기봉투 지참, 에기·낚시줄 회수, 미세플라스틱 줄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