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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공주 A고가 운영한 성적 우수 학생을 위한 '소망반' 교실.
충남 공주 A고가 운영한 성적 우수 학생을 위한 '소망반' 교실. ⓒ 제보자

2024학년도 2학기 1회 지필고사 직전, 충남 공주에 있는 사립 A고교. 이 학교가 불법 운영한 성적 우수반인 '소망반' 2학년 학생들은 소망반 담당 수학 교사 B씨가 나눠준 '2021학년도 수학Ⅱ 1, 2회 고사 출제 원안과 정답지 복사본'을 받았다. 이 반 학생들만 특혜를 준 것이다.

그런데, 이날 소망반 학생들이 미리 받아본 기출 문제에서 2024학년도 수학 지필고사에 모두 15문항이 동일(유사 포함)하게 출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B교사가 자신이 특정 학생들에게만 나눠 준 기출 문제 중에서 1회 고사 20문항 중 7문항(중복비율 35%), 2회 고사 20문항 중 8문항(중복비율 40%)을 동일(유사)하게 출제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충남교육청 감사에서다.

이 사건에 대해 충남교육청은 "특정 학생들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감사 벌인 충남교육청 "특정 학생들에게 시험 문제 유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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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마이뉴스>는 충남교육청이 국회 교육위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에게 보낸 '공주 A고 감사 결과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충남교육청은 이 감사 결과를 최근 A고에 통보했다.

이 결과서에서 충남교육청은 "A고가 소망반을 편성‧운영하면서 학생 성적만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발하여 운영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충남교육청의 지침을 위반했다"면서 "A고는 소망반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입시컨설팅 등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를 운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고에 대해 '기관경고' 처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소망반에는 1~3학년 모두 27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번 감사에서 소망반 학생들 특혜를 위한 시험문제 유출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부당 수정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충남교육청은 "교사 B의 경우, 2024학년도 2학년 2학기 1회 고사 실시 일에 임박하여'2021학년도 수학Ⅱ 1, 2회고사 출제 원안과 정답지 복사본'을 소망반 학생들에게 배부하고, 2021학년도 기출문제 중에서 1회 고사 20문항 중 7문항, 2회 고사 20문항 중 8문항을 동일(유사)하게 출제한 사실이 있다"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특정 학생들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어 이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충남교육청은 B교사가 소망반 학생들의 학생부 부당 수정을 요청한 사실도 확인됐다. 교육청은 "교사 B는 2025년 2월, 2학년 소망반 학생 학생부 수정 권한이 없는 항목들을 수정하여 생기부 컨설팅 결과라고 작성한 엑셀 파일을 단톡방에 올리며'그대로 해당 기록을 드래그하셔서 복사 붙이기'해달라고 항목별 담당 교사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B교사가 요구한 수정 항목은 모두 86개였다.

 2025년 2월, 소망반 담당 B교사가 2학년 교과담당 교사 21명이 들어와 있는 단톡방에 올린 글.
2025년 2월, 소망반 담당 B교사가 2학년 교과담당 교사 21명이 들어와 있는 단톡방에 올린 글. ⓒ 제보자

이에 따라 A고 2학년 교과 담당 교사들은 대부분 자신이 작성했던 기존의 학생부 내용을 B교사가 제공한 내용으로 '복사 붙이기'했다. 수정을 요구 받은 21명 가운데 실제 수정한 교사가 20명에 이르렀다. 충남교육청은 이들 교사에 대해서도 경고 등의 행정처분을 요구했다.

충남교육청은 사건을 주도한 B교사에 대해 "기출 문제를 풀어보게 한 후 반복 출제한 행위는 시험문제 유출로 간주되며, 학생부 기록 권한이 없는 항목별 내용을 부당 수정 후 입력을 요청하였기에 '정직' 처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충남교육청은 소망반 총괄 담당 C교사에 대해서도 '2024학년도 소망반 학생들에게만 제공할 목적으로 평가담당자에게 기출문제 복사본 요청', '학생부 수정을 위해 소망반 담당 교사들만 소집하여 회의 진행'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충남교육청은 C교사에 대해서도 "학생부 수정을 요구할 권한이 없는데도, 소망반 학생들에게 특혜를 제공할 목적으로 소망반 담당 교사들만 소집하여 회의를 진행하고 수정을 요청하는 등 학생부 부당 수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면서 "'정직' 처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소망반 학생들 학생부도 부당 수정...일반 학생들 열패감"

강경숙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공교육기관인 고교에서 불법 우열반을 운영한 것도 믿기 어려운 일인데, 이들 학생을 위한 사실상의 '시험문제 유출 행위까지 벌어졌다'는 감사 결과는 눈을 의심스럽게 한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위법부당한 불공정 행위라고 본다. 이번 사건이 '꼬리 자르기'가 되지 않도록 교육청은 더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근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천안학부모회 대표도 <오마이뉴스>에 "성적 우수반 학생 특혜를 위해 '시험문제를 사실상 유출하고, 학생부 부당 수정까지 했다'는 감사 결과는 학부모로서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막장 행위다. 소망반에 속하지 못한 학생들의 열패감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이냐"면서 "이런 위법 부정행위는 교육청 감사만이 아니라, 경찰 수사로 철저하게 배후와 원인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망반#우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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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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