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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13 17:39최종 업데이트 25.10.13 17:39

밤 12시 뻥튀기의 유혹... 긴 다이어트 시리즈의 결말은?

균형을 찾는 리듬, 10%,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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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뻥튀기의 유혹 아, 오늘도 지고 말았습니다.
참을 수 없는 뻥튀기의 유혹아, 오늘도 지고 말았습니다. ⓒ 박민진

또 먹어버렸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허기지면 잠이 안 온다. 어제는 자려고 누우니 위장에서 까라라랑 깡깡 빈 깡통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 그렇다고 야밤에 액체가 아닌 것을 먹으면 위장이 소화한답시고 시끄러울뿐더러 속도 더부룩해진다. 두유로 속을 달래고 잠을 청했으나, 새벽 5시까지 말똥말똥한 눈으로 떠오르는 해를 보고 나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일을 그만두고 나니 살이 눈에 띄게 붙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나는 직장 생활의 번아웃을 폭식으로 달래며 몸무게를 불려놓은 상태에서 짐을 쌌으니까, 일을 그만두고 쪘다는 말은 취소다. 그렇지만 나는 마음만 먹으면 다시 살을 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왜냐하면 이미 한 번 성공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10%,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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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첫 번째 직장을 그만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장 159cm, 58kg으로 경도 비만이었던 나는 어느 날 머리를 세게 맞은 것처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58kg으로 살 텐가? 살을 뺄 유일한 기회는 백수인 지금이다." 표준 체중보다 5kg 많은 상태로 평생을 살기엔 세상이 너무 아까웠다. 당시 덴마크 다이어트니, 간헐적 단식이니 1일 1식 등등 별의별 방법이 다 있었는데, 해 보나 마나 작심삼일로 끝날 것 같았다. 그러다 가정의학과 의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발견했다.

1주일에 1kg씩 감량할 수 있다는 꽤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방법은 이와 같다. 평소보다 10% 덜 먹고, 10% 더 운동하고, 10% 더 쉬기. 이렇게 하면 1주일에 1kg씩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해 볼 만 했다. 사전에 단단히 다진 각오 덕분인지 꽤 성실하게 방법을 준수했고, 1주일이 지나 체중계에 오르게 되는데,

1kg이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주, 또 1kg이 빠졌다.

어쩌면 다이어트는 원래 쉬운 게 아니었을까? 다이어트는 어렵다는 세상의 프레임에 속아온 건지도 모른다. 아니면, 인생이 갑자기 내 편이 된 걸까? 드디어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는구나! 10% 덜 먹고, 10% 더 움직이고, 10% 덜 일한 노력이 100% 결과로 반영되자 도파민이 솟았다. 그렇게 표준 체중 53kg에서 순항하던 배는 어느새 방향을 틀어 무리한 목표 48kg을 향해 거칠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마지노선과 균형의 깨달음

표준 체중까지 감량은 수월했는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표준 체중에 도달한 시점부터 빠지는 양이 1kg에 미치지 못하고 몇 백 그램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다이어트 신대륙을 맛 본 콜럼버스는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48kg이라는 더 위대한 대륙을 위해 먹는 양을 극도로 줄여나갔다. 당시는 몰랐다. 이 다이어트 시리즈에 다음 편이 있다는 사실을.

어느 날, 감기 때문에 동네 의원을 찾았다. 주사실에서 주사를 맞고 알코올 솜을 건네받았다. 간호사가 꾹 누르고 있으라고 말하며 문을 닫고 나갔다. 그다음 내가 기억하는 것은 병원 천장이었다. 나는 누워 있었고, 다리는 이불과 쿠션 위에 어색하게 ㄱ자로 올려져 있었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어깨를 때리며 나를 깨우고 있었다. 문이 닫히자마자 주사실에서 '쿵' 소리가 나서 들어와 보니 내가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간호사가 내게 물었다. "혹시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냐고? 드디어 신대륙을 자랑할 기회가 왔다. 상체를 천천히 일으키며 자랑스럽게 그간의 항해담을 늘어놓았다. 간호사는 밥 잘 챙겨 먹으라며 쩌렁쩌렁한 잔소리와 함께 등짝 스매싱을 날렸다.

미처 보지 않았던 그 다이어트 시리즈의 다음 편은 바로 '몸무게 유지하기'였다. 요요 현상이 오거나, 나처럼 주사실에서 쓰러지는 비극을 맞지 않으려면, 적정 숫자를 몸에 기억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균형, 그 미묘한 감각이 핵심인 것이다. 이 균형의 핵심은 '10% 더 쉬기'라는 의도적인 멈춤에 있었다. 이 10%의 여백은 단순히 일을 덜 하는 것을 넘어, 핸드폰이나 영상 시청 같은 뇌 과로마저 의식적으로 줄여 정신적인 소진을 막는 처방이었다. 결국 이 방법은 무리한 과로와 긴장으로 인해 폭식으로 달래던 현대인의 삶을 회복시키라는, 의학적이면서 동시에 시대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몇 년간 표준 체중 53kg을 마지노선으로 지키며 살았다. 한 번도 쓰러짐 없이, 몇 년간 건강하게 그 체중을 유지했다. 나는 표준 체중 밑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비로소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유혹과 확신의 딜레마

그리고 2025년 다시 백수가 된 지금, 나는 57kg이다. 보란 듯이 다시 쪄버렸다. 예전에 성공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현실은 늘어난 위장과 함께하는 눅눅한 밤이다.

서두에서 말했듯, 나는 한 번 성공했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다시 표준 체중 53kg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문제는 바로 그 확신이다.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나를 내일로 미루게 만든다. 강력한 성취의 기억이 오히려 현재의 나를 방해하는 족쇄가 되었다. 멈춰야 할 때 멈추는 것, 늘 아쉽게 끝내는 것,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밤 12시, 이 뻥튀기의 유혹을 이겨내는 위대한 영웅이 되고 싶다. 인간은 왜 이토록 유혹에 약하게 태어났을까? 나는 이미 뻥튀기 봉지의 절반을 비우고, 손가락에 묻은 달콤 짭조름한 가루를 털어내며 작은 패배감을 곱씹는다. 방금까지만 해도 언제든 살을 뺄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었건만, 반이나 사라진 봉투를 보니 과거의 달콤한 승리감과 현재의 눅눅한 패배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배가 고파도 잠들 수 없고, 배가 불러도 잠들 수 없다면, 도대체 이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한단 말인가. 결국 해답은 과거의 경험 속에 있다. 10% 덜 먹고, 10% 더 움직이고, 10% 덜 일하는, 그 균형의 리듬을 다시 찾는 것. 내일부터는 뻥튀기 봉투를 보는 대신, 삶의 여백 10%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것이 아마도 이 긴 다이어트 시리즈의 유일한 결말일 테니까.

#다이어트#다이어터#몸무게#감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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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진 (mjpark3) 내방

일본에서 시바견과 함께 사는 30대입니다. 얼마전에 직장 때려치고 이직 준비하면서 글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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