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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11 11:43최종 업데이트 25.10.11 11:43

927 기후정의행진에서 '정의로운 반도체 산업'을 외치다

[현장] 노동권 보장과 환경 파괴 없는 정의로운 반도체 산업으로 전환하자

"반도체특별법 반대한다. 노동권과 기후정의 보장하라" 927기후정의행진에서 반올림과 연대시민이 반도체 산재사망노동자들의 영정피켓을 들고, 노동권과 기후정의 보장을 위해 행진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 반대한다. 노동권과 기후정의 보장하라"927기후정의행진에서 반올림과 연대시민이 반도체 산재사망노동자들의 영정피켓을 들고, 노동권과 기후정의 보장을 위해 행진하고 있다. ⓒ 반올림

9월 2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2025년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927 기후정의행진은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라는 슬로건 하에,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 새로운 민주주의, 그리고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결집되었고,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아래 반올림)은 노동권 및 기후정의 보장을 위해 반도체특별법 문제를 알리고 연대하였다. 당일 프로그램은 부스 운영, 본집회, 행진 및 마무리 집회 순으로 진행되었다.

반올림은 40번 부스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반대 공동행동'에서 행사를 진행하였다. 부스는 광화문 서십자각 터 인도 일대에서 12시 30분부터 16시까지 운영되었고, 활동은 크게 반도체특별법 제정 반대 서명과 반도체 문제에 대한 퀴즈 맞추기로 구성되었다.

반도체특별법 제정 반대 서명은, 지난 4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반도체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 10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2025년 5월 23일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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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특별법은 국민의 세금을 삼성, SK 등 반도체 재벌에게 무상으로 지원하는 법이며, 특혜를 받은 기업에게 안전, 기후, 환경에 책임을 전혀 부과하지 않는다. 반도체 노동자들이 수많은 유해화학물질과 방사선 등으로 각종 직업병 피해에 시달려 왔으나, 노동안전보건대책은 결여한 채로 반도체 고등학교 신설,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의 육성만 밀어붙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소모하는 공업용수와 전력의 규모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생태계 파괴를 촉진할 수밖에 없다. 이에 반올림은 재벌특혜, 반노동, 반환경 악법인 반도체특별법의 제정을 반대하고자 당일 부스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였고 총 435명이 서명에 동참하였다.

퀴즈를 맞히면 반올림 굿즈를 제공하는 행사도 진행하였다. 퀴즈는 정의로운 반도체 산업으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반도체특별법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진행되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있었다.

퀴 즈
1. 다음 중 반도체특별법에 포함된 내용이 아닌 것은?
① 반도체고등학교 신설 ② 노동쟁의 엄격준수 ③ 기업 세금 면제 ④ 노동자 건강권 보장

2. 다음 중 클린룸에 있는 것을 모두 고르시오.
① 유해화학물질 ② 먼지 ③ 꽃가루 ④ 방사선

3. 정부가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하루 물 사용량은 천만 서울 시민이 사용하는 양의 절반 이상이다. (O, X 문제)

퀴즈풀이. 927 기후정의행진 반올림 부스에서 반도체특별법 문제 관련하여 퀴즈가 진행되고 있다
퀴즈풀이.927 기후정의행진 반올림 부스에서 반도체특별법 문제 관련하여 퀴즈가 진행되고 있다 ⓒ 반올림

3주간 반올림 부스 기획과 선전물 제작에 힘쓴 밀포 동지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일반 시민이자 말벌 동지로 활동 중인 밀가루 포대, 밀포입니다."

- 부스를 기획할 당시의 심정은?

"저 혼자만 부스 기획을 한 게 아니라, 인형 동지, 파도 동지, 살미 동지, 진다 동지 등 다른 동지들의 도움이 많았습니다. 국화꽃을 만드는 것도 다른 동지의 아이디어였고, 혼자였으면 못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부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퀴즈도 그렇고, 생각보다 서명하러 많이 와주셨어요. 반도체특별법 반대를 나 혼자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알수록 정부와 기업이 눈치를 볼 텐데, 정부가 주춤할 만한 가능성이 일말 보이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어요."

- 927 기후정의 행진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바는?

"정의로운 반도체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퀴즈를 진행할 때 정답을 맞추고서도 거짓말 같다고 하신 분들이 많았고, 이런 현실을 알았다는 게 마음이 안 좋다고 하신 분도 계셨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사람들이 반도체 산업에 대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오후 3시부터 4시까지는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본 집회가 열렸다. 본 집회에서 권영은 상임활동가가 반올림을 대표하여 본 무대 발언을 맡았다. 다음은 발언의 전문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지킴이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권영은입니다.

삼성 반도체에서 21년을 일하다 희귀질환에 걸린 정향숙 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반도체에서 일하는 게 좋았어요. 자부심도 있었고, 아이 옷도 마음껏 사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아프고 보니, 마음이 복잡해요.'

수백 명의 반도체 노동자들이 병을 얻어 반올림을 찾아왔습니다. 반도체에는 노동자들의 질병과 죽음이 있었습니다.

삼성은 반도체 산업을 위해 매년 50만 톤이 넘는 유해화학물질을 쓰고, 수천 톤의 오염물질을 배출합니다. 연간 백만 톤의 폐기물 처리는 더 취약한 하청 노동자들이 떠맡습니다. 또 엄청난 전기와 하루 수십만 톤의 물을 쓰며 지역 생태계와 공동체를 파괴합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키려 합니다. 반도체 기업의 이윤만을 위해 막대한 국가 재정을 지원하고, 조세 감면 등 특혜를 쏟아 붓습니다. 부정의한 산업으로 환경은 파괴되고, 주민과 노동자의 삶은 무너져도 외면합니다. 여러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반도체 재벌 특혜가 정부·기업이 내세우는 '경제적 효과'조차 담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반도체 산업뿐만이 아닙니다. AI산업 육성, 신공항, 국립공원 케이블카, 댐, 4대강 사업 등 곳곳에서 불평등한 성장 중심 개발이 강행됩니다.

함께 맞섭시다. 함께 외칩시다.

재벌 대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모두의 생명과 존엄을 우선하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다. 927기후정의행진 본무대에서 반도체산업의 문제를 말하다 반올림 권영은 활동가가 본무대 발언을 하고 있다.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다. 927기후정의행진 본무대에서 반도체산업의 문제를 말하다반올림 권영은 활동가가 본무대 발언을 하고 있다. ⓒ 반올림

본 집회 후 종각역, 을지로입구역, 시청역을 거쳐 다시 동십자각으로 돌아오는 행진이 진행되었다. 반올림과 연대 시민들은 일하다 독성화학물질에 병들고 죽어간 반도체 노동자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재생용지로 만든 하얀 국화꽃을 단 채로 행진에 참여하였다.

본 행진에는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LG화학 인도참사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방한한 인도 활동가들도 함께 했다.

한 활동가는 "LG 측이 유족의 호소에 실질적인 답을 하지 않아, 결국 한국 본사에 직접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며 "12명이 숨지고, 이후에도 40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여전히 진심 어린 변화의 약속은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는 LG가 피해자들의 고통을 잊지 말고, 책임 있게 응답하길 바란다"며 "끝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927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인도 엘지화학 스티렌 참사 피해자들 반도체 산재사망노동자의 영정 뒤로 인도 엘지화학 참사 피해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927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인도 엘지화학 스티렌 참사 피해자들반도체 산재사망노동자의 영정 뒤로 인도 엘지화학 참사 피해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반올림

영정사진을 든 이들의 행렬은 광화문 거리를 울렸다. 직업병으로 피해를 입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오늘도 우리의 산업 현장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다. 2025년 9월 27일, 반올림은 그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정의로운 반도체 산업으로의 전환 없이는 기후정의도 이룰 수 없다고 외쳤다.

기후위기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사회, 생명보다 기업의 이윤을 앞세우는 산업 구조가 지속되는 한, 또 다른 희생은 반복될 것이다. 이날의 행진은 끝났지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의로운 산업, 모두의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향한 걸음은 계속된다.

다이인 퍼포먼스. 927 기후정의행진. 927기후정의 행진에서 반도체노동자들의 영정을 든 참가자들이 사이렌 소리에 맞추어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다이인 퍼포먼스. 927 기후정의행진.927기후정의 행진에서 반도체노동자들의 영정을 든 참가자들이 사이렌 소리에 맞추어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반올림



덧붙이는 글 | 반올림 자원활동가 박재희 님이 쓰신 기고글입니다.


#반도체#반올림#기후정의행진#반도체특별법#정의로운산업
댓글
박재희 (sharps) 내방

2007년 황상기 씨의 제보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전자산업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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