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헝가리 작가 라즐로 크라스나호르카이. ⓒ EPA/연합뉴스
헝가리 현대문학 거장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가 202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현지시각)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헝가리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 것은 2002년 소설가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임레 케르테스 이후 두 번째다. 작년에는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인간 존재의 완전한 절망 탐구"
한림원은 "종말론적 두려움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는 그의 강렬하고 선구적인 모든 작품에 이 상을 수여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에 이르는 중부 유럽 전통의 위대한 서사 작가로 부조리와 기괴한 과잉이 특징"이라며 "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그보다 더 많은 요소가 있으며, 더욱 사색적이고 정교하게 조율된 어조를 통해 동양을 바라보기도 한다"라고 소개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첫 번째 날"이라며 "매우 기쁘고 평온하면서도 긴장된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헝가리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크러스너호르커이는 1985년 '사탄탱고'로 데뷔해 1989년 '저항의 멜랑콜리'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헝가리 공산주의 체제에서의 경험과 체제 붕괴 후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자 여러 나라를 다니며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한림원은 그의 대표작 '사탄탱고'를 "문학적인 센세이션"이라고 극찬했다. 이 작품은 공산주의 붕괴 직전 헝가리 시골의 가난한 집단농장에 사는 주민들의 절망적인 삶을 묘사했다.
영국 글래스고대학의 헝가리 문학 전문가 주잔나 바르가도 AP통신에 "크러스너호르커의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사탄탱고'부터 시작하기를 권한다"라며 "세상의 종말을 다룬 포스트모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소설은 인간 존재의 완전한 절망을 탐구하는 동시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재밌다"라면서 "독자들이 한번 빠져들면 결코 헤어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만의 독창작 스타일 개발하려고 노력"
크러스너호르커이는 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는 등 여러 권위 있는 상을 받았고,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돼왔다.
당시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인 마리나 워너는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비범한 강렬함과 폭넓은 표현력을 지닌 선견지명이 있는 작가로 무섭고, 이상하고, 소름 끼치게 희극적이며, 충격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으로 현대 사회의 본질을 포착한다"라고 평가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그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만의 완전히 독창적인 문학 스타일을 개발하려고 노력했다"라면서 "카프카, 도예프스키, 포크너의 새로운 버전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각본도 쓰면서 1998년 개봉한 영화 '파멸'을 시작으로 '사탄탱고'(1994),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2000), '런던에서 온 사나이'(2007), '토리노의 말'(2011) 등 헝가리 감독 벨라 타르가 연출한 다섯 편의 영화 각본을 쓰기도 했다.
또한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권위주의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고, 헝가리가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를 더 많이 도와야 한다면서 사회적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에 이어 문학상을 발표했으며 10일에는 평화상, 13일에는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6억4천만 원)와 메달 및 증서를 받고 시상식은 오는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