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난개발과 반환경 정책으로 생명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마다 ‘생명의 편에 선 사람들’이 있습니다. <생명의 편에 선 당신에게>는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연대하고자 하는 또 다른 당신과 연결하고자 하는 새알미디어의 연속 기획입니다. 기후·환경 위기의 최전선에서 생명을 지키는 이들의 기록. 그 다섯번째는 거짓 환경조사로 밀어붙이는 노자산 골프장 개발에 맞서 생명의 숲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의 김동성, 박소현 님입니다.

▲생명의 편에선 당신에게(5)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김동성, 박소현 ⓒ 새알미디어
거제의 마지막 원시림이라 불리는 노자산 일대가 골프장 개발 위기에 놓였다. 경남 거제 시민들과 시민단체는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을 결성해 난개발에 맞서 싸우고 있다. 아래는 김동성 집행위원장과 박소현 집행위원 인터뷰 내용.
"관광단지? 골프장이 핵심"
김동성 : "저는 조선소 하청 노동자로 일하다가 2017년에 노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정년퇴직 후 거제로 돌아왔을 때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이야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습니다. 거제는 인구도 많지 않고 지역 역량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서로 도와가며 활동해왔습니다."
박소현 : "저는 거제가 고향이에요. 아이를 키우며 이 자연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어요. 2023년 노자산 음악회에 참여하면서 '우리 아이들도 이 자연을 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 거제 노자산 개발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요?
김동성 : "'거제 남부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겉으로는 호텔·치유시설 등을 포함한 관광단지처럼 보이지만 실제 핵심은 골프장 건설이에요. 전체 100만 평 중 절반이 골프장 부지입니다. 2019년 경남도 승인을 받았지만 멸종위기종과 생태계 조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후 정권 교체 뒤 다시 추진됐어요. 특히 멸종위기종 '대흥란' 수천 촉이 자생하는데 사업자는 '이식하겠다'며 시범 이식을 시작했습니다. 환경청은 2년 뒤 성공 여부를 보겠다고 했지만 검증 과정의 공정성에도 논란이 많습니다. 아직 부지의 15%는 미매입 상태인데도 국토교통부가 강제수용을 승인했고, 경남도 승인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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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 거짓, 부실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 전국연대에서 노자산의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위법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2025년 8월 21일 환경부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은 노자산 개발 논란의 핵심이다. 김동성 집행위원장은 "평가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실했고, 법적으로도 이미 위법이 입증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의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인가요?
김동성 : "평가서에는 노자산에 실제로 서식하는 팔색조·대흥란 등 멸종위기종이 '없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조사 시기도 엉망이었어요. 철새가 오는 5~7월이 아닌 10월이나 4월에 조사를 하고, 100만 평 넘는 부지를 불과 두세 명이 사흘 만에 조사한 것처럼 하거나 실제로 조사하러 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사하러 간 것처럼 조작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평가서 대행업체의 위법을 인정했고 해당 업체 대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법인은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어요. 나머지 관계자들도 벌금을 부과받았고요. 현재 1심 항소심까지 판결이 난 상태인데 벌금 1000만 원은 항소하지 않아서 확정됐고 나머지는 항소심 결과를 승복하지 않고 상고를 해서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문제는 이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했던 업체가 거짓으로 작성한 평가서가 노자산 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총 150건 정도가 된다는 거에요. 그런데 노자산 건만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는 이유로 기록에 남지 않았고, 이를 근거로 개발업자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노자산 건은 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스스로 평가서 대행업체를 고발까지 해놓고도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사업 협의를 계속 진행했어요. 위법을 알면서 사업을 밀어붙인 건 명백한 직무유기죠.
거제시는 사업자하고 똑같이 이 사업을 신청한 주체예요. 그래서 절차적인 문제나 법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추진하려는 입장이고, 경남도도 다르지 않아요. 중앙토지수용위 승인 직후 곧바로 장밋빛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지금 경남도가 해야 할 일은 시범 이식과 절차적 문제를 냉정하게 검토하고 감시해야 하는 거죠."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24년 4월 "거제남부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적법적인 평가절차를 거쳤으며, 거제남부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가 불법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 편집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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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산 환경영향평가 업체 위법 확정, 사업 불승인해야" https://omn.kr/28hs2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생명과 미래의 문제"

▲팔색조노자산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이자 국가지정 천연기념물인 팔색조가 서식하고 있다 ⓒ 거제생태연구소
- 노자산 골프장 개발을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동성 : "첫 번째는 노자산과 가라산 일대에 서식하고 있는 반드시 보호해야 될 동식물과 야생생물을, 사람이 골프장을 만들어서 아예 멸종시키거나 살기 더 힘들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생물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니까 문제가 있는 것이죠.
두 번째는 노자산은 거제 시민 모두의 공유자산이에요. 그 어떤 개인이 사익을 위해 개발하거나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산이 아니라, 모든 시민과 미래 세대가 함께 누려야 할 산입니다. 이런 산을 개발함으로써 생태계를 파괴하고,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후대에 당연히 부여돼야 할 권리를 빼앗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결정적으로 심각한 문제는 법적·제도적 규제를 무시한다는 것입니다. 법적으로 정상적인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졌다면 개발 자체가 시작될 수 없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거짓으로 평가서를 작성했고, 환경청이나 국가기관이 이를 감시하지 않고 오히려 용인했습니다."
박소현 : "올여름에도 너무 더웠잖아요. 기후위기가 이렇게 심각한데, 거제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노자산의 생태를 지키는 건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노자산을 그대로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시민들이 함께 만든 숲 현수막 ⓒ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노자산 개발 소식이 알려진 뒤, 거제 시민들은 "이건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자발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 골프장 개발에 맞선 주민들의 대응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진행됐나요?
박소현 :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이 반대 입장을 내면서 시작됐고, 2023년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을 만들었어요. 음악회, 전시회, 집회, 기자회견, 팔색조 지키기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노자산을 많이 가봐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래야 지킬 수 있다는 걸 느끼잖아요. '노자산 달팽이 걸음'은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느끼는 노자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을 가지는 프로그램이에요. 한 달에 한 번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참여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더 큰 연대로"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1인시위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의 회원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자발적으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김동성 : "경남도가 승인하면 사업은 바로 착수됩니다. 하지만 대흥란 이식 검증이나 법정보호종 추가조사, 평가서 대행업체에 대한 대법원 판결등 문제가 있어 내년 7월까지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이 '관광단지 지정 자체가 무효다'라며 경남도에 제기한 소송도 진행 중이고요. 이 과정을 끝까지 지켜볼 겁니다.
시민행동은 모두 평범한 거제 시민들이에요. 회비도, 규율도 없지만 2년 넘게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23만 거제시민 중 행동하는 사람은 20명 남짓이지만 그 헌신 덕분에 지금까지 제동을 걸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시민은 개발 사실조차 모르지만, 우리 소수의 저항이 이 싸움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해요. 당장은 힘들지만 결국 승리할 거라고 믿습니다."
박소현 : "기후위기 시대에 모든 생명이 저는 소중하다고 생각을 해요. 돈이 많은 사람들 탄소를 많이 쓰는 사람들은 전혀 불편함이 없지만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피해를 보잖아요. 그래서 생명, 환경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권이나 사회 불평등의 문제로 바라보고 부정의한 세상에 맞서서 조금 더 많은 시민들이 좀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어요."
<생명의 편에 선 당신에게> 거제 노자산 편은 새알미디어 유튜브를 통해서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yYuMsSGdkdg?si=EC5Hrs9qwbdvZh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