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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송이 가을의 대표 먹거리 밤, 올해는 직접 주울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신나는 경험이 되었다.
밤송이가을의 대표 먹거리 밤, 올해는 직접 주울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신나는 경험이 되었다. ⓒ 유영숙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먹거리 중 하나가 밤이다. 매년 가을이면 노상에서 시골 어르신이 파는 밤을 사서 삶아 먹곤 했다. 가끔 지인이 밤을 보내주기도 해서 먹었는데 올해는 밤을 직접 주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아이처럼 신났다.

우리 교회 뒷산에는 아름드리 밤나무가 많이 있다. 밤나무 키가 커서 흔들 수도 없고 밤을 딸 수도 없다. 그저 떨어지는 밤을 주울 수밖에 없다. 교회에서 추석 연휴에 자유롭게 밤을 주워 가라고 했다. 대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여 밤을 너무 많이 줍지 말고 한 봉지 정도만 줍는 것이 약속이었다.

보물찾기 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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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원도가 고향이다. 시골에서 살았기에 밤 주울 기회가 많았다. 강원도 홍천 산골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시던 아버지께서 내 장래를 걱정하시어 외갓집이 있는 강릉으로 나를 전학시켰다. 그때가 국민학교(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외갓집 뒤쪽에는 동산이 있었는데 밤나무가 많았다. 가끔 뒷산에 올라가 이모와 떨어진 밤을 주워오면 외할머니께서 좋아하셨다. 벌써 50년도 넘는 일이다. 오랜만에 밤을 주우러 간다고 생각하니 밤 줍기로 한 전날부터 설렜다.

지난 3일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조금씩 내려서 밤을 주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비옷을 챙겨 남편과 출발했다. 밤 줍기 장소는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인데, 다행히 가는 동안 비는 그쳤다. 밤을 주우러 온 사람들 복장도 가지각색이었다. 장갑을 끼고 운동화나 장화를 신고 모자를 쓴 사람들이 손에 봉지와 집게를 들고 밤나무 아래로 들어갔다. 나도 밤송이에 찔리지 않으려고 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고 모자를 쓰고 완전 무장하고 왔다.

"밤나무가 정말 많네요. 밤이 많이 떨어졌을까요."
"우와! 밤이 많이 떨어졌네요."
"에고, 벌레 먹었네. 벌레 먹은 밤이 많으니 잘 보고 주우세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눈을 크게 뜨고 밤이 있는지 살피는데 알밤이 그냥 떨어진 것도 있고 밤송이째 떨어진 밤도 있었다. 집게로 밤을 줍고 밤송이 속에 있는 밤도 집게로 꺼냈다. 밤송이에 찔리면 정말 아프기에 조심하면서 밤을 주웠다. 벌레 먹은 밤도 많아서 알밤 줍는 것이 꼭 보물찾기 하는 것 같았다. 봉지에 밤이 늘어나는 만큼 보물찾기 재미도 솔솔 늘어났다.

밤 줍는 기자 혹시라도 밤송이에 맞을까봐 완전 무장하고 밤을 주웠다. 알밤도 줍고 밤송이에 들어있는 밤도 집게로 꺼내며 보물 찾기 하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밤 줍는 기자혹시라도 밤송이에 맞을까봐 완전 무장하고 밤을 주웠다. 알밤도 줍고 밤송이에 들어있는 밤도 집게로 꺼내며 보물 찾기 하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 유영숙

남편은 무릎이 안 좋아서 아래쪽에서 줍고 나는 사람들과 위쪽까지 오르며 밤을 주웠다. 남편이 주운 밤과 합치니 밤이 꽤 많았다. 한 봉지가 거의 차서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고 내려왔다.

밤 이렇게 보관하세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밤을 잘 주우셨다. 사람마다 큰 봉지에 밤을 가득 주워서 산에서 내려오셨다. 모두 뿌듯한 표정이셨다.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에게 밤을 어떻게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지 여쭈어보았다.

"먼저 밤을 물에 담가두었다가 뜨는 것은 벌레 먹은 거니까 아까워도 버려야 해."
"밤을 그냥 두면 벌레가 계속 먹으니 집에 가자마자 씻어야 해."
"냉동실에 얼렸다가 삶아 먹어도 되는데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잘 닦아서 통에 신문지를 켜켜이 넣으며 밤을 담아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최고여."

주워온 밤 벌레 먹은 것을 골라내고 깨끗하게 씻어서 오래 먹으려고 김치냉장고에 보관했다.
주워온 밤벌레 먹은 것을 골라내고 깨끗하게 씻어서 오래 먹으려고 김치냉장고에 보관했다. ⓒ 유영숙

주워온 밤은 꽤 많았다. 어르신들이 일러주신 대로 물에 담갔을 때 물 위에 뜨는 것은 벌레 먹은 거라서 버렸다. 벌레 먹은 것은 모두 골라내고 밤을 물에 여러 번 깨끗하게 씻은 후 바구니에 담아 물기를 제거하였다.

물기가 빠진 후에 하나씩 키친타올로 물기를 닦아주었다. 요즘 신문을 안 보니 신문지가 귀하다. 신문지가 없어서 중간중간 키친타올을 넣어 습하지 않게 통에 담아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하였다. 어르신 말씀을 듣고 왔지만, 확실한 밤 보관법을 알려고 유튜브를 여러 개 본 결과 이렇게 보관하는 것이 밤을 싱싱하고 맛있게 오래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밤 먹는 법 밤은 삶아서도 먹지만 밤 껍데기를 벗겨서 냉동했다가 약밥이나 밥에 넣어먹는다. 에어프라이기에 구우면 쉽게 먹을 수 있다.
밤 먹는 법밤은 삶아서도 먹지만 밤 껍데기를 벗겨서 냉동했다가 약밥이나 밥에 넣어먹는다. 에어프라이기에 구우면 쉽게 먹을 수 있다. ⓒ 유영숙

또 한 가지는 손이 많이 가고 힘들지만, 나중에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밤 껍데기를 속껍질까지 모두 벗겨서 조금씩 지퍼백에 넣어 냉동해 둔다. 그러면 밥할 때나 약밥 만들 때 넣으면 방금 깐 것 같은 밤맛 그대로 먹을 수 있다. 나는 약밥을 좋아해서 겨울에 전기밥솥으로 간편 약밥을 만들어 먹곤 한다(관련 기사 : 꽃구경 갔다가 배워 온 초간단 약식 만들기 ). 약밥 만들려고 가을이면 밤을 사서 늘 몇 봉지는 이렇게 보관해서 먹고 있다.

남편도 나도 생밤을 좋아해서 보관한 밤을 밤 껍데기를 벗겨서 먹기도 하고, 또 한 가지는 껍질을 조금 벗겨서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먹는데 물에 삶아 먹는 것보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추석 연휴에 밤 부자가 되었다

추석 연휴에 두 아들네와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손자가 셋인데 아직 어려서 손자들이 좋아하는 풀빌라에 갔다. 순창이 고향인 큰며느리가 추석이라 먼저 친정에 다녀오면서 사과, 대추와 밤을 가져왔다. 대추가 일반 대추에 비해 정말 크고 맛있어서 휴가 기간 동안 다 먹었다. 가지고 온 밤은 집에 가져와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한 밤과 합쳤다. 밤이 김치통 가득 찼다. 우리 집은 추석 연휴에 밤 부자가 되었다.

큰며느리가 친정에서 가져온 밤 추석에 큰며느리가 시골 친정에 다녀오면서 밤을 가져와서 밤이 김치통으로 가득 차서 밤 부자가 되었다.
큰며느리가 친정에서 가져온 밤추석에 큰며느리가 시골 친정에 다녀오면서 밤을 가져와서 밤이 김치통으로 가득 차서 밤 부자가 되었다. ⓒ 유영숙

밤은 몸에 좋은 음식이다. 옛날에는 밤을 산에서 나는 보약이라고도 하였다. 탄수화물이 많아서 에너지를 보충해 주고, 칼륨이 많아서 혈관 관리(고혈압 관리)에도 유익하다. 비타민 C가 풍부해서 감기 예방이나 피로 해소 등 면역력 강화에도 좋고 뼈 건강, 변비 예방,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한다. 환절기에 꼭 필요한 먹거리다.

남편도 나도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고, 환절기에 꼭 감기로 고생한다. 면역력 강화에도 좋고, 감기 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우리 부부가 먹으면 정말 좋은 음식이 될 것 같다. 잘 보관했다가 지금부터 보약처럼 아껴서 잘 먹어야겠다. 무슨 음식이든 몸에 좋다고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기에 적당히 먹어야 함은 당연하다.

주워온 밤도, 큰며느리가 가져온 밤도 남편과 내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가을 먹거리라고 생각하니 보물처럼 귀하게 여겨졌다. 보관한 밤은 우리 집에서 겨울까지 귀한 간식이 될 거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밤#밤보관법#알밤#밤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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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출신 할머니로 7년 째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2025년 6월에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를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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