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도의회 각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대상 사업을 셀프 편성한 뒤, 도의회 사무처가 이를 취합해 집행부인 도청 예산담당관실로 세부 내역을 전달했다. 대상 사업과 예산 배정은 본예산 편성 전 상임위별로 적게는 6차례, 많게는 10여 차례에 걸쳐 수정을 반복했다. 사진은 충남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재령사업비 수요조사서 10차 의견서. ⓒ 심규상
충남도의회 의원들이 '셀프 편성·심의'로 집행하는 재량사업비(지역현장 밀착형 건의사업) 규모가 올해 본예산을 기준으로 1인당 12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의원들의 재량사업비 예산 편성 과정과 사용처, 규모가 자세히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마이뉴스>가 올해 충남도 본예산에 편성된 충남도의원의 재량사업비 내역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의원 47명이 신청해 배정한 예산은 총 574억여 원(사업 건수 505건, 시·군 부담 포함)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도의원들이 원하는 사업에 정해진 총액을 기준으로 예산을 배정하면, 도와 시·군이 각각 절반씩 사업비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의원 1인당 도비를 기준으로 약 6억여 원, 시·군비를 포함할 경우 12억여 원에 달하는 예산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 나아가 내부 공무원들의 말에 따르면 도비 기준 본예산 6억 원에 일반적으로 반영되는 추경 3억 원을 더할 경우 1인당 사업 예산이 9억 원(시·군비 포함 18억 원)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연간 전체 재량사업비 규모는 720억 원으로 크게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산 편성 과정도 불투명했다. 충남도의회 각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대상 사업을 셀프 편성한 뒤, 도의회 사무처가 이를 취합해 집행부인 도청 예산담당관실로 세부 내역을 전달했다. 대상 사업과 예산 배정은 본예산 편성 전 상임위별로 적게는 6차례, 많게는 10여 차례에 걸쳐 수정을 반복했다.
도청 예산담당관실은 이를 바탕으로 산하기관과 해당 시·군의 의견을 취합했으나, 사업 대상이나 사업비가 변경된 경우는 매우 적었다. 이는 사실상 산하기관과 시·군이 도의회의 요구를 의견보다는 통보로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충남도가 지방보조금이 낭비되거나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구성한 지방보조금 관리위원회가 있지만, 이곳에서도 별다른 삭감 의견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충남도 관계자는 기자에게 "해당 사업은 의원분들이 신청한 사업이라 삭감된 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요식행위에 그친 셈이다.
사업 대상은 거의 대부분이 의원별 지역구 대상이었으며, 세부적으로는 각종 단체 지원금, 축제 등 행사비, 배수로 정비, 아스콘 포장, 마을안길 확장·포장, 하천 정비, 마을 회관 또는 경로당 리모델링과 물품 구입 등이 포함됐다.
도의회 '주민 숙원 사업 등 위해 필요하다'지만... 행안부 지침과 상충
도의회는 재량사업비에 대해 긴급한 지역 현안 또는 꼭 필요한 소규모 주민 숙원 사업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원들의 주장처럼 일부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해 필요한 사업도 포함돼 있지만, 상당 부분이 각종 이익단체 지원, 일회성 행사, 시급성이 낮거나 예산 효율이 떨어지는 사업에 집중적으로 사용돼 예산 낭비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도의원 재량사업비는 행정안전부의 예산 지침과도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는 과거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2013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통해 지방의원 1인당 일정액을 포괄적으로 편성하는 의원 재량사업비 관행을 금지하고, 예산의 구체적 목적 명기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충남도의회와 충남도는 '지역현장 밀착형 건의사업'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지침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충남도는 이번 정보공개 요구에도 정보를 비공개하다가, 요구가 거듭되자 뒤늦게 공개했다. 그러나 핵심이 되는 의원 이름과 지역구를 알 수 있는 사업명, 사업 위치 등은 모두 비공개해 투명성 논란을 키웠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 임가혜 사무국장은 "지방의원은 예산 심의 및 의결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재량사업비를 통해 예산 집행의 영역을 침범해 의회의 예산 심의·견제 기능이 마비되고, 불투명한 예산 집행으로 이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현안 해결이라는 명분과 달리, 선심성 또는 특정 수혜 집단의 요구에 의해 편성돼 예산 낭비의 폐단을 낳고 있다"라며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물론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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