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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의 숲 비자림에는 어머어마한 비자나무 노거수가 수천 그루가 자라고 있다.
천년의 숲 비자림에는 어머어마한 비자나무 노거수가 수천 그루가 자라고 있다. ⓒ 전갑남

제주도 동쪽에는 고만고만한 오름들이 모여있다. 돝오름도 그중 하나로, 숲이 가진 매력이 대단하다는 소문이 났다. '돝'은 제주도 말로 돼지를 뜻하는데, 돼지를 닮았다 하여 돝오름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돝오름에 오르면 아름다운 숲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 있는 비자림이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천년 넘는 비자나무 군락지로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된 곳이다.

곶자왈에서의 비자림, 어마어마함에 경이로움을 느끼다

지난 9월 11일 비자림을 찾았다. 오전 10시, 마침 숲해설가 시간이다. 단체로 온 듯한 사람들에게 우리랑 같이 해설을 듣자고 하자 자기네는 바쁘다며 휑 지나친다. 해설사를 기다리는 사람은 우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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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띤 숲 해설사가 금방 나타났다. 숲에 관한 관심보단 힐링의 숲에서 운동 삼아 걷는 분들이 많다며 우리를 반겨준다.

"비자나무 본 적 있어요?"
"아뇨. TV에서는 봤어요. 가수 이선희가 출연한 <나무야 나무야>라는 프로에서요. 그래서 찾아왔지요."

해설사는 제주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이곳 비자림이라면서 쉬엄쉬엄 걸으면 숲이 주는 선물이 쏟아진단다. 숲속의 평온함, 맑은 공기, 피톤치드라는 자연 치유의 힘까지 얻어 간다. 선선한 바람과 새소리는 덤이고.

해설사가 비자림을 설명해 준다.

"비자림은 말 그대로 비자나무가 많은 숲이에요. 이곳은 500년 이상 1000년에 가까운 비자나무가 약 2800여 본이나 자라고 있어요. 어마어마한 거죠."

 비자나무 잎과 열매
비자나무 잎과 열매 ⓒ 전갑남

해설가는 바로 옆 나무를 가리키며 이게 비자나무라 한다. 이래 봬도 이 나무 나이도 수백 살은 되었을 거란다. 자연이 가꾸고 선물한 천연 숲이 울창하다. 제주 비자림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최대 군락지로 알려졌다. 한여름에도 그늘을 만들어주어 걷기 편안하다.

"비자나무를 한번 손톱으로 눌러보세요."
"약간 말랑말랑하네요."

여느 나무껍질은 딱딱한데, 푹신푹신한 느낌이다. 비자나무가 추운 데선 자라지 않고 습하고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서란다. 제주도 기후에 알맞아 이렇게 숲을 이룬 것이다.

비자나무는 자라는 속도는 엄청 느리다. 1년에 1mm 정도 자라고 열매는 18개월이나 걸려 익는다고 한다. 부드러우면서 습기에 강하다. 목재로 많이 쓰이고, 특히 7년을 건조하여 만든 비자나무바둑판은 가치를 최고로 친다.

비자나무는 한자 목(木) 변에 아닐 비(非)에 상자가 둘려있는 비(榧)로 되어있다. 잎이 비(非) 모양이고 좋은 목재로 쓰인다 하여 나온 글자란다.

 비자나무 열매는 예로부터 민간과 한방에서 귀한 약재로 쓰였다. 강장 장수를 위한 비약이라 했다.
비자나무 열매는 예로부터 민간과 한방에서 귀한 약재로 쓰였다. 강장 장수를 위한 비약이라 했다. ⓒ 전갑남

암수가 따로 있으며 열매(榧子) 속엔 아몬드처럼 생긴 단단한 씨앗이 들어 있다. 눈을 밝게 하고 기름을 짜 식용으로 먹기도 하고 예전엔 구충제로 쓰였다 한다.

마침 바닥에 은행 열매만 한 비자가 많이 떨어졌다. 은행알은 냄새가 고약하지만 독특한 향이 진하다. 과육을 으깨니 아몬드와 비슷한 견과류가 나온다. 맛은 어떨까? 곁 껍질 벗겨 먹어보았다. 고소하면서 약간 떫은 맛이다.

정말 어디서 요정이 나올 것 같은 숲길을 걷는다. 하늘 덮은 숲 그늘이 시원하다.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빨려드는 느낌이다. 우리를 숨 쉬게 하는 푸르름이 너무 좋다. 숲에 들어와 눈으로 푸르름을 보고 코로 싱그러운 향기를 맡고 귀로 바람 소리 예쁜 새소리를 들으니 나의 모든 감각기관이 자연과 하나가 되어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내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다. 한차례 비가 지났는데도 질척거리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비자림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곶자왈 지대이다. 용암 위에 피어난 신비의 숲 곶자왈은 화산이 분출할 때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로 쪼개지고 흩어져 지형을 이뤘다. 흙이 거의 없다시피 한 바위에서 나무와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자라고 있는 숲이다. 나무와 돌이 하나로 된 것 같다.

 곶자왈지대에 자라나는 비자나무. 돌과 나무가 한 몸이 되어 자라고 있다. 신비감이 느껴진다.
곶자왈지대에 자라나는 비자나무. 돌과 나무가 한 몸이 되어 자라고 있다. 신비감이 느껴진다. ⓒ 전갑남
 곶자왈지대에 있는 숨골.
곶자왈지대에 있는 숨골. ⓒ 전갑남

비자림을 걷다 '숨골'이라는 곳이 눈에 띈다. 기온에 따라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곳에는 밑에 동굴이 있거나 지하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하의 습기를 지표로 방출하는 말 그대로 숨 쉬는 골이다

나무 터널은 좋은 쉼터가 되어준다. 피톤치드의 좋은 기운이 몸에 스며드는 것 같다. 서두르지 않은 걸음 자체만으로도 쉼이 된다. 마음마저 산뜻! 빽빽하게 우거진 청신한 숲이 깊은 위안을 주고도 남는 기분이다. 온통 생명으로 가득 찬 이 숲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말하는 것 같다. 존중해달라고!

 사람의 느낌이 듬뿍! 비자나무 연리목이 신비롭다.
사람의 느낌이 듬뿍! 비자나무 연리목이 신비롭다. ⓒ 전갑남

천년의 숲 사랑길 안내 간판이 보인다. 두 나무가 맞닿아 하나의 나무가 된 사랑 나무 연리목이 시선을 붙잡는다. 사랑의 느낌이 듬뿍! 자연의 품 안에서 위로를 얻는 마음자리도 수많은 세월 속에 숲 일부가 되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비자나무가 버티고 있다. 이름하여 새천년비자나무! 국내 비자나무 중 최고령목으로서 무사 안녕을 지켜온 숭고함을 기리고, 희망과 번영을 구가하는 새천년을 맞이하여 2000년 1월 1일 새천년비자나무로 이름 지었다.

 비자림에 있는 수령 800여 년의 새천년비자나무. 200년 1월 1일 희망과 번영을 구가하는 의미로 이름 지어졌다.
비자림에 있는 수령 800여 년의 새천년비자나무. 200년 1월 1일 희망과 번영을 구가하는 의미로 이름 지어졌다. ⓒ 전갑남

수령이 800여 년 넘는 고목이란다. 높이 15m, 둘레는 어른 네 아름이다. 온갖 풍상을 견디며 오랫동안 숲을 지켜온 터줏대감 역할을 했으리라.

제주 속담 하나가 생각난다. "낭(나무)은 돌을 의지하고 돌은 낭을 의지한다"라고! 여기 곶자왈이 딱 그런 것 같다. 나무와 돌이 생명과 시간에 얽혀 함께 살아가는 자연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우리 곁에 건강의 숲으로, 행복의 숲으로

 바자림은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놓고 숲의 여유를 즐기기에 참 좋은 곳이다.
바자림은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놓고 숲의 여유를 즐기기에 참 좋은 곳이다. ⓒ 전갑남
 하늘을 덮은 울창한 비자림. 힐링의 명소이다.
하늘을 덮은 울창한 비자림. 힐링의 명소이다. ⓒ 전갑남

비자림에서 원시의 기운과 살아있는 생명의 숲을 느끼는 시간! 곶자왈에서 살아가는 나무 하나하나 풀 하나하나가 귀하고 값지다는 걸 깨닫는다. 자연스레 몸도 마음도 힐링이 되었다.

큰 비자나무 뿌리가 거대한 바위를 휘감아 치열한 생존을 보여주는 걸 볼 수 있다. 돌은 나무에 의지하고 나무는 돌에 의지하는 자연법칙이 경이롭다. 비자나무가 쓰러지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오름. 그 오름이 만든 숲 곶자왈. 그리고 그 곶자왈에서 자라는 비자림. 모두가 자연이 준 제주의 선물들이다

자연이 선물한 천년의 숲, 초록 판타지 공간 비자림에 감사함을 느끼며 한 마디 해주고 싶다.

"비자나무여, 아름답게 오래 살아줘서 참 고마워요!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여러 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주 비자림은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다. 잘 보존해야할 것이다.
제주 비자림은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다. 잘 보존해야할 것이다. ⓒ 전갑남

덧붙이는 글 | 지난 9월 10일(수)부터 9월 16(화)까지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 기사는 인천in에도 동시 송고됩니다.


#비자나무#비자림#천년의숲#돝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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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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